그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게임 마니아다. 온라인 게임부터 비디오, 모바일까지 플랫폼과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재미있으면 섭렵하는 스타일이다. 영화를 전공한 후 대원과 금강기획에서 줄 곳 애니메이션 기획·제작 파트를 담당하면서 여러 히트 애니메이션을 선보였던 그가 이번에는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이나 유저는 다를 게 없더라”며 온라인 게임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대원이 갖고 있는 다양한 온-오프라인 애니메이션과 코믹 컨텐츠, 그리고 이 분야의 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원만의 색을 지닌 게임을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대원디지털엔터테인먼트 김승욱 사장(41)의 어깨에 무거운 짐이 지워졌다. 대원의 이름을 걸고, 새롭게 시작하는 온라인 게임 사업에 총대를 멨고 선봉에 나섰다.
주지하다시피 ‘대원’은 애니메이션 및 캐릭터 제작· 개발을 모태로 만화 출판과 유통, 관련 비디오와 DVD 제작에서 애니메이션 방송에 이르기까지 종합 엔터테인먼트사를 표방하는 중견 그룹이다. 모기업 대원C&A 홀딩스는 국내 최대 애니메이션 제작사, 계열사인 대원CI와 학산출판은 만화시장 점유율 1, 2위을 달리는 만화 전문 출판사다.
국내 애니메이션과 만화 시장에서 대원 그룹을 빼놓고는 얘기가 안 될 정도.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게임을 빼놓고는 역시 말이 안 된다. ‘대원’의 온라인 게임 시장 진출은 여기서부터 비롯된다.
21세기 유망 사업 중 하나가 엔터테인먼트이고 그 중심에 게임이 자리 잡고 있다. 명실공히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 브랜드로 우뚝 서기 위한 그룹 ‘대원’의 입장에서 볼 때 2% 부족한 것이 있다면 바로 게임이다. 김 사장과 대원디지털엔터테인먼트 역할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룹 전체의 나아갈 방향과 직결돼 있어서다.
# 전직 ‘현대맨’ 불도저식 추진력 갖춰
“새로운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게임이죠. 온라인 게임이요. 우리 회사뿐 아니라 대원 그룹 전체가 공감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물론 오너의 의지이기도 하고요.” 신규 사업인 온라인 게임 개발에 거는 기대가 자못 크다는 것을 이 한마디로 알 수 있다.
“많은 온라인 게임과 비디오 게임, 심지어 모바일 게임까지 기존의 유명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소재로 이용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게임 소재와 관련 노하우를 가장 많이 갖고 있습니다. 그동안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대원이 보여 준 발빠른 대응과 시장을 리드해가는 능력을 온라인 게임으로 이어가는 겁니다.” 어깨에 짊어진 무거워보이는 책임과 달리 그의 말은 간결하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두 가지였다. 실제 대원 그룹이 가진 만화·애니메이션 분야의 풍부한 콘텐츠와 관련 제작 및 유통 노하우. 여기에 김승욱 사장의 독특한 이력에서 볼 수 있는 사업 센스와 불도저식 추진력이 이 같은 자신감의 배경에 자리잡고 있다.
대학에서 영화학을 전공한 김 사장은 ‘대원 동화’에 입사해 대원과 첫 인연을 맺고 TV만화시리즈를 제작하며 애니메이션 제작 전문가의 길을 달렸다. 국내 최초의 TV 만화시리즈 ‘달려라 호돌이’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순수 창작 애니메이션 ‘달려라 하니’는 그의 연출작이다. 이후 10여년 넘게 금강기획 프로듀서 및 애니메이션 팀장으로 ‘녹색전차 해모수’, ‘깨모의 대모험’ 등 국내 애니메이션사에 의미있는 작품을 다수 기획했고 이때부터 ‘될 작품과 안될 작품을 가름하는 안목을 가진 전문가’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특히 금강기획에서 근무는 그를 자연스럽게 소위 말하는 ‘현대맨’으로 만들었고, ‘현대맨’ 특유의 뚝심과 불도저식 추진력도 갖게 된다. ‘한번 결정하면 줄기차게 밀어붙이는 스타일.’ 이는 그를 두고 내린 사내 임직원들의 평가다.
# 게임 시장 진출로 캐시 카우 확보
“솔직히 온라인 게임 사업은 우리로서는 새로운 수익 원을 찾는 작업입니다. 안정적인 캐시 카우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죠.” 지난 2000년 7월 대원디지털엔터테인먼트 설립과 함께 사장으로 친정에 복귀, 그룹 대원의 첨단 미래 사업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그는 이번 신규 게임 사업의 배경을 이렇게 얘기했다.
“대원의 게임 사업은 어제 오늘 계획된 것이 아닙니다. 대원디지털엔터테인먼트가 출발할 때부터 이미 게임사업은 시작된 겁니다. 디지털 아이템이나 온라인 애니메이션 콘텐츠 제공은 온라인 게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2002년에는 모바일 게임 서비스도 시작했습니다. 기존 온라인 게임의 다양한 세계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으며 제대로 만든 온라인 게임의 맛을 알고 있는 기업이 대원입니다. 이는 여러 계열사의 사업 영역을 보면 그대로 드러납니다.”
실제로 대원디지털엔터테인먼트는 대원 그룹이 보유한 다양한 만화·애니메이션·캐릭터의 유무선 인터넷서비스를 목적으로 설립됐다. 지금까지 디지털 아이템 제공 사업, 만화 애니메이션 포털 사이트 운영, 온라인 DVD유통, 온라인 애니메이션 마케팅 등을 해왔고, 주요 사업으로 이어가고 있다.
또 디지털 시대에 맞는 컨텐츠 프로바이더로서 새로운 시도를 거듭했다. 올 초 게임TV와 국내 처음으로 모바일 게임대회를 개최했고 이종격투기 ‘글라디에이터FC’에 관한 게임 라이센스 사업을 새로 시작했다. 디지털 컨텐츠 B2B와 B2C에서는 기존 거래 관행을 깨고 독자적인 시도를 했다.
이 모든 노력을 신규 게임 사업과 연계시켜 시너지 효과를 얻고자 하는 것이 김 사장과 대원디지털의 바램이다. “한 때 외부에서 뿐 아니라 사내에서도 그냥 하던 방식대로 하지 무엇 때문에 모험을 감수하느냐고 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나름 대로 자리를 잡아가니까 같은 방식으로 따라 오더군요.”
올 초 방송을 타고 대유행한 테마송 ‘올챙이와 개구리’를 발빠르게 비디오로 제작해 성공을 거둔 사례는 그의 감각적인 사업 센스와 추진력 없이는 어려웠다.
# 한국 캐릭터 앞세운 롱런 게임 목표
이 달부터 김 사장과 대원디지털은 온라인 게임 개발에 본격 착수한다. 올 초부터 가능성 있는 유명 콘텐츠를 대상으로 게임 라이선스 획득에 공을 들여왔다. 과열 경쟁이 벌어질까 밝히지 못하고 있지만 몇몇 콘텐츠의 경우 일본 유명 출판사 및 애니메이션 제작사와 게임 판권을 확보한 상태다. 일단 대원이 가진 기존 만화·애니메이션의 강점을 깔고 간다는 기준이 서 있기에 그동안 대원에서 취급한 유명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콘텐츠가 게임 소재로 이용될 예정이다.
“국내 몇몇 대작 온라인 게임처럼 대박을 노리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려면 투자해야할 금액과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친숙한 장르나 인기 캐릭터를 앞세워 대원만의 틈새 시장을 개척할 계획입니다. 물론 해외 수출이 가능한 방향으로 개발해야죠. 국내 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도 통할 수 있도록요.”
외주 제작이지만 일찌감치 모바일 게임 시장에 한발을 들여놓고 게임 제작 및 퍼블리싱에 관한 나름의 경험을 쌓아오고 있다. 대원디지털에서 ‘슬램덩크’ 등 20여 종 이상 모바일 게임을 선보였고 유럽 시장에까지 진출해 있다는 아는 사람은 소수다.
“적은 수이지만 이용 층이 뚜렷하고 오래 사랑받는 게임, 유행에 편승한 단발성 게임이 아닌 치우천왕처럼 우리나라 고유 신화 속 캐릭터를 활용한 게임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때 맞춰 최근 문화콘텐츠진흥원의 ‘치우천왕전기’ 문화 원형 활성화 사업 주관사로 선정돼 이 같은 목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만화 등 엔터테인먼트 이용 층이 각각 따로 있거나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애니메이션과 만화, 나아가 캐릭터까지 대중의 요구에 부합한 콘텐츠를 발빠르게 공급해 온 대원의 순발력이라면 온라인 게임에서도 가능하리라 믿습니다. 이것이 게임 사업을 시작한 이유이자 성공을 자신하는 바탕입니다.”1986년 중앙대 연극영화학과 졸업.
1985년 대원동화 입사.
1986년-‘987년 일본 동영동화 연수.
1987년 -1989년 대원동화 연출.
1989년 -1996년 금강기획 CM프로듀서 및 플래너
1996년-1999년 금강기획 애니메이션 팀장.
1999년 -2000년 라퓨타프로덕션 대표.
2000년 -현재 대원디지털엔터테인먼트 사장.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