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문화부 예산이 올해보다 0.7% 증액된 1조4400여억원으로 편성됐다. 이는 정부 예산의 1.10%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때 정부 예산의 1%를 문화 예산으로 확보하기 위해 동분 서주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분단상황 등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문화 예산 1%의 상징성은 매우 크다. 그러나 어찌보면 큰 규모라고 할 수 없다. 1%의 명징성은 일정규모에 이르는 선진국들의 잣대일 뿐이다. 특히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선진국들의 경우 1%의 활용도는 대단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한마디로 돈 쓸 데는 많은 데 금액은 한정돼 있는 꼴이다.그러다 보니 예산을 쪼개 쓰는 형국이다. 생색이 날리가 없다. 정부가 처한 고민이자 업계의 불만인 것이다. 정말 심사숙고해야 한다.
그렇지만 정부가 이번에 내년도 예산을 반영하면서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눈에 띠는 신규사업은 보이지 않고 목소리 큰 데에는 예전과 다름없이 여전히 뭉칫돈 반영이 눈에 띠기 때문이다. 그런 반면 특정 산업은 말그대로 생색만 냈다.
이런 식으로는 정말 곤란하다. 바람 잘 날 없는 곳에 대해서는 관대함을 보이고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다스릴 수 있는 곳에 대해서는 인색함을 보인다면 정부의 시책과 정책에 대한 불신과 불만은 쏟아질 수 밖에 없다.
예전에 본 칼럼을 통해 선진국들의 문화 콘텐츠에 대한 투자와 의지를 소개한 바 있다. 미국은 물론 캐나다·영국 그리고 일본은 문화 콘텐츠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더욱이 일본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문화콘텐츠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고 정부차원의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산업적인 마인드를 갖추지 못한 까닭도 그것이지만 여전히 문화콘텐츠에 대한 사시적인 시각이 정부 부처 내에 그대로 잔존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한류 바람을 일으키고 동남아 지역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주역들의 면면을 보면 음지에서 일한 사람들이다. 정부로 부터 도움을 받기는 커녕 찬 바람을 맞으며 훈풍을 만들어 낸 사람들 덕택이다. 중국에서의 HOT 바람은 그나마 산업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일부 정부 인사들과 민간인이 합작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문화산업계는 그동안 정부 예산 1% 확보에 매진해 왔다. 그 까닭은 좀 더 산업적인 이해를 구하고 고른 성장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1% 예산 확보에도 불구, 정부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내년도 문화예산 편성을 보면서 언뜻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바뀌지 않았고 관료의 벽이 생각보다 두텁다는 것. 그 때문인지 이렇게 가다가 한류 바람이라도 제대로 지켜낼 수 있을 까 하는 노파심 마저 든다.
이제는 옷을 벗어야 하는 데 정부의 외투가 너무나 무겁게만 느껴진다
<편집국장 inm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