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정부가 연말께 정보기반 사업과 공공시설 확충에 초점을 맞춘 한국판 ‘뉴딜정책’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신규 프로젝트보다는 지금까지 산발적으로 추진해온 정책을 모아놓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15일 정례 기자브리핑<사진>을 가진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뉴딜이라고 부를 만큼 거창하지 않다”라고 말해 벌써 시장에서 실망의 목소리가 크다.
IT뉴딜에 대한 산업계의 가장 큰 기대는 수요 창출이다. 자금난도 심각하지만 당장 수요가 없다 보니 ‘개점 휴업’상태다.
“뭐라도 팔릴 기미가 보여야 빚을 더 내든지 말든지 할텐데, 그렇지 않으니 아예 사업을 접을까 말까 고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한 통신장비업체 사장의 말은 수요 창출에 대한 IT산업계의 절박한 기대를 한마디로 요약한다.
IT수요 창출에 대해 정부는 “경기 변동에 민감한 이 산업의 특성상 기업이든 개인이든 소비자가 주머니를 열지 않아 어떤 대책도 실효가 없다”는 시각이었다.
언뜻 수긍할 만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정부는 단말기 보조금 지급 금지, 디지털TV 일정 연기 등으로 수요 창출에 역행했다. 정부가 필요한 규제를 진행하더라도 IT경기 부양의 의지를 강력히 내보여도 사업자와 산업계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
찾으면 보인다. 정부는 신규 수요 창출을 통해 IT산업을 활성화한다며 홈네트워크, 텔레매틱스, BCN 등 3대 IT 인프라 구축 시범 사업 추진을 내걸었다. 그런데 BCN, IPv6, RIFD/USN 등 3대 IT인프라 구축 사업에 책정된 정부 예산은 고작 100억원이다. 내년 예산을 확정했다지만 수요 창출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려면 추가경정 예산을 통해서라도 지원금을 대폭 상향 조정하고 조기 집행해야 한다.
서울 상암동과 송도, 판교 등 수도권 일대와 대전 등지에 추진하는 IT클러스터 구축도 일정을 앞당기거나 집중화하는 등 더욱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대규모 개발사업인 송도 신도시의 경우 정부가 IT 산업과 관련한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조기 확정하고 추진할 경우 민간기업의 의욕이 ‘확 ’살아난다. 행정수도를 옮기기로 한 마당에 IT산업 입지가 좋은 수도권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겠다는 청사진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
아직까지 IT시장 활성화의 엔진 구실을 못하는 DTV 시장만 해도 정부 기관이 앞장서 구매해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잘사는 분들은 많이 사주고 기업들이 또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IT산업계는 바로 대통령과 고위 공직자들이 몸소 IT 제품을 구매해 침체된 소비를 끌어올리고, 대책 회의를 가져 수요 창출에 애쓰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
◆지금 업계에선
위성DMB 서비스가 올해 초 실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DMB 단말기 개발에 나섰던 디지프렌즈는 단말기 개발을 완료했지만, 정책지연 등으로 서비스 일정이 늦춰지면서 단말기를 판매할 곳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이 회사 박병강 사장은 “그동안 DMB 단말기 개발을 위해 인력과 비용투자에 나서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으나 서비스 지연으로 인해 현재 수요처가 없어 고심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이른 시일 내에 수요처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앞날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 사장은 올해 단말기 판매가 본격화되면 그동안 단말기 개발을 위해 함께 고생한 직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줄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책지연으로 인해 서비스 일정이 불투명해진 지금, 보상은 먼 얘기가 돼 버렸다. 오히려 당장 회사의 안위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실제로 디지프렌즈가 개발한 위성DMB 단말기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업계에선 이 제품이 해외 경쟁력도 갖추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선 선뜻 나서는 투자자가 없다. 위성 DMB의 지상파 재전송 여부가 결정되지 않아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이유에서다.
박 사장은 “정부가 약속한 것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정부의 로드맵을 믿고 따라간 업체들만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는 또 “장비·솔루션업계는 한마디로 ‘총체적인 위기 상황’이며, 앞으로 개선될 기미가 없다는데 심각성이 있다”며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엄청난 인력과 장비를 쏟아부은 국내 장비·솔루션업계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한다.
◆기고: 정부 주도 IT 수요 창출이 관건
-김광호 포스데이타 사장
전 세계가 사상 초유의 고유가 행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한국경제도 내수침체의 장기화로 위기를 맞고 있다.
IT산업은 수출의 40%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무역수지 흑자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우리 산업의 원동력이다.
그러나 이 마저도 특정 대기업만 누리는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경기 활성화와 함께 창의적인 기술력을 가진 IT기업의 저변 확대 여부에 따라 한국경제의 명암이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IT 경기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우선 새로운 IT 수요를 창출, 제2의 성장 모멘텀을 제공할 휴대인터넷 등 IT 839 전략의 효율적 추진을 통해 IT서비스-인프라-제조업을 연계함으로써 미래성장 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이러한 국가 전략 프로젝트의 조기 추진과 함께 SW기업의 과업내용 변경에 대한 용역대가와 제안서 보상 등을 통해 소프트웨어 대한 제 값을 인정하는 풍토를 정착시켜야 한다. 또한 기업의 정보화 투자를 촉진할 수 있도록 IT분야 투자에 대한 세액을 전액 공제하는 등 보다 획기적이고, 전폭적인 기업 친화적 정책 배려도 필요하다. 10년 불황의 기나긴 시련을 겪은 일본이 IT기술로 무장한 전통산업의 부활로 다시 일어서고 있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이와 함께 정부가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를 통해 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해야 하며, 해외 공관의 IT 정보 담당관을 대폭 늘려 IT수출 촉진의 첨병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가 IT산업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실행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에 불과한 것이다. 한국경제가 불황의 늪에서 탈출하고 IT경기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함께 적극적인 실행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