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말께 종합적인 단기 경기 활성화 정책인 이른바 ‘한국판 뉴딜 정책’을 준비중인 가운데 IT산업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을 최우선적으로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다. 이는 국내 총생산(GDP)의 14%, 총수출의 40%를 차지하는 IT산업을 활성화하지 않고선 어떠한 경제 활력 프로그램도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 시스템통합(SI)업체 사장은 “IT 내수 시장이 위축되면서 IT산업은 물론 국가 경제도 활력을 잃었다”면서 “내수를 진작할 획기적인 모멘텀(전환점)이 당장 급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주 정례 기자 브리핑에서 연말께 내놓겠다고 밝힌 ‘한국판 뉴딜’ 정책 방향엔 IT산업계의 이러한 절박함이 빠져 있다. 정보화사업 확대를 연기금 투자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 등과 함께 ‘한국판 뉴딜 정책’에 포함했으나 이미 확정한 각 부처의 정보화 예산을 한데 묶은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 뭔가 획기적인 신규 수요 창출을 바랬던 IT산업계는 벌써 기대를 접고 있다.
정부가 경제자유구역, 기업도시, 복합레저단지 건설과 같은 신규 IT수요 창출에 긍정적인 SOC 투자 프로그램도 준비중이지만 막연한 기대일 뿐 어느 지역에 언제쯤 착공할지도 미지수다. 행정수도 이전 추진에도 불구, 여전히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이 득세하면서 투자 지역 선정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를 위해 당장 먹거리가 시급한 대다수 IT기업들로선 막연한 전망만 갖고 기다릴 수는 없다. 그러는 사이 힘 한번 쓰지 못하고 도산할 위기다.
올해안에 WCDMA와 DMB와 같은 신규 서비스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투자했던 많은 IT기업도 서비스 지연이 거듭되자 거의 포기 상태다.
이처럼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IT산업만이라도 단기적인 강력한 뉴딜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날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가능성은 있다. 다행히 KT와 SK텔레콤 등 국내 주요 통신사업자들은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투자 여력을 갖고 있다. 다만 불확실한 전망과 규제 이슈에 묶여 투자를 망설일 따름이다. 불확실성만 제거하면 사업자들이 주머니를 열어 수요가 창출된다.
IT 중견 및 중소벤처기업들의 돈줄은 더 꽉 막혔다. 금융권이 투자 위험성이 높다며 돈줄을 죄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휴대폰 제조업체 사장은 “최근 200억원어치 공급 물량을 수주했는데 100억원을 빌린 거래은행이 여신을 축소하는 바람에 자재 대금난으로 일부 물량을 포기했다”면서 “시중에 돈이 남아돈다는데 왜 우리 회사와 같은 성장성 있는 기업을 외면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시적이라도 정부와 금융권, 업계가 머리를 맞대 IT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현 상태로만 유지하도록 해도 경쟁력 있는 기업은 살아남는다.
IT 뉴딜 정책과 같은 단기 처방엔 강력한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경제 부처마다 규제가 얽히고 섥힌데다 부처 이기주의까지 겹쳐 뻔히 보이는 잘못된 제도도 해결하지 못해서다. 대통령이든, 총리나 부총리든 직접 나서서 부처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강력한 조정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다소 무리가 따를 수 있지만 길어도 1년 정도 한시적으로 추진할 것이어서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래야 국내 경제의 중추인 IT산업에 희망이 보인다.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