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뉴딜`로 새 희망을](2)돈줄을 풀자

IT뉴딜이 빛을 발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불황의 터널 속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는 중소·벤처기업을 살리는 일이다. IT뉴딜의 승패는 여기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결책은 하나다. 바로 ‘돈줄’이다.

 이들은 지금 최악의 자금난에 시달린다. 담보 하나 없이 기술로 승부하는 IT 중소·벤처기업이 시중은행에서 돈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에 비유된다. 보증기관을 두드려 보지만 이 또한 별반 차이가 없다. 창투사 역시 ‘만나는 것이 영광’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코스닥은 이미 높은 벽을 쌓은 지 오래다.

 돈줄이 풀려야 한다. 우선 은행이다. 모 은행 관계자는 “어느 은행이 위험도가 큰 중소·벤처기업에 대출을 하겠느냐”며 “은행만 채근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수출 오더까지 받은 휴대폰 업체의 채권을 회수하는 것은 너무 심했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은행이 리스크(위험)가 큰 IT 중소·벤처기업에 대출할 경우 정부가 일정 부분 책임을 지거나 또는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보증기관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철저한 관리감독을 통한 집행기관 및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는 게 전제다.

 창투사도 IT 중소벤처기업 ‘돈맥(脈) 경화’ 해소의 일익을 담당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창투사들은 코스닥 등록 요건 강화에 따른 투자자금 회수(Exit) 어려움 때문에 투자를 자제한다.

 정부는 조합당 출자금을 대폭 늘려주는 한편 정부지원 조합의 만기를 7년 이상 연장해 주는 방법 도 강구해볼 필요가 있다.

 기술거래 시장 활성화도 시급한 과제다. 모 금융기관 부설 연구소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에서 거래도 안 되는 기술을 평가해 은행 보고 믿고 따르라는데 이는 말도 안된다”며 “만약 시장에서 거래만 되면 금융기관이 기술평가기관을 먼저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형 중소·벤처기업에 1조원 지원을 골자로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중소기업 지원 종합대책에 따른 자금도 조기 집행해야 한다. 연구개발(R&D) 투자 촉진을 위해 거론되는 ‘10조원 규모 R&D국채 발행’도 양단간의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

 부작용도 많았지만 ‘벤처 붐’은 외환위기 탈출의 핵심 에너지였다. 분명한 것은 ‘원활한 돈의 공급’이 이를 가능케 했으며, IT뉴딜 정책도 마찬가지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

*지금업계에선...돈없어 수주물량 포기

휴대폰업체인 A사의 K사장은 얼마 전 해외의 한 업체로부터 앞으로 100억원어치의 휴대폰 물량을 주문받았다.

 K사장은 3년간 30억원이 넘는 꽤 큰 규모의 계약을 하고 쾌재를 불렀다. 동시에 눈가에는 이슬이 맺혔다. 자신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밤낮을 잊고 개발에 매진해준 직원들과 고생해온 직원 가족과 자신의 가족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자재대금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 A사의 여신 한도는 200억원인데 최근 주거래 은행인 B은행이 여신한도를 50% 줄인 것을 깜박했던 탓이다. A사는 여신 축소에 따라 100억원의 자금을 은행에 갚고 나머지 자금으로 운전자금 및 자재대금 구매비용을 충당해야 한다.

 K사장은 다방면으로 뛰었다. 자재대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여의치가 않았다. 휴대폰업체라 하면 금융기관에서 눈도 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업 예상실적과 비전을 설명해도 움직이질 않았다. 은행 관계자로부터 세원과 텔슨이 연이어 나가 떨어진 뒤 “빅3를 제외한 타 휴대폰업체는 ‘힘들다’”는 말만 되돌아왔다.

 K사장은 결국 일부 물량을 포기하고 말았다. 3년간 안정적으로 납품하게 되면 연구개발(R&D) 여력을 키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보겠다는 K사장의 꿈이 멀어진 순간이었다. 꿈만 접은 게 아니다. 직원들에게 약속했던 약간의 보상금도, 가족과의 약속도 어렵게 됐다.

 K사장은 “정부는 중견·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아는지나 모르겠다”며 “처음부터 제조업 비슷한 것을 시작한 내 잘못”이라고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이렇게 바란다...곽성신 벤처캐피탈협회장

벤처기업 활성화가 IT경기회복의 단초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벤처기업 자금난을 극복하기 위해 현재 논의되고 있는 1조원 벤처펀드를 조속히 결성, 창업투자조합 결성을 활성화해야 한다. 또 투자조합에 대한 펀드 투자비율을 높이고 투자조합의 만기를 7년 이상 장기 조합으로 결성, 초기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는 벤처기업의 자금난이 금융시장의 변화와 벤처금융의 구조적 결함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함을 해소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금융기관의 만기를 연장하는 등의 긴급조치와 중장기적으로는 벤처캐피털 시장을 육성하는 것이 대안이다.

 벤처캐피털 시장은 올해와 내년에 몰려 있는 투자조합 해산으로, 투자여력이 급속하게 소진되고 있다. 투자조합의 해산시 미회수 투자자산을 벤처캐피털 회사가 인수해야 한다는 조합규약의 독소조항 때문에 벤처캐피털업체가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몰려 있다. 코스닥시장의 경색에 따라 투자 회수가 부진한 책임을 벤처캐피털 회사에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 미회수된 투자자산을 별도의 펀드로 모아 운용하거나 조합별로 기간을 연장해 투자자산을 회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한다.

 국민연금 및 정보화 촉진기금이 투자조합에 투자를 중단해 올해 투자조합 결성은 매우 부진한 실정이다. 경기가 최악인 상황에서 국민연금 투자조합의 단기적인 성과만 보고 투자결정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면 연기금의 벤처투자조합 출자를 유지할 수 없다. 벤처산업의 육성차원에서 연기금의 일정부분을 벤처투자조합에 출자하는 방침을 결정하고 장기적으로 그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

kwakss@wooricapita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