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MES업체에 몸담으며 쌓은 20여 년의 생산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집약해 개발한 생산관리 및 공장 자동화 솔루션인 ‘MES플러스’와 ‘FA메이트’를 팔기 위해 나와 임직원들은 비행길에 올랐다.
당시 한국에서는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합병으로 기존 고객의 신규투자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IMF 금융위기로 인해 국내시장 전반이 얼어붙어 있었다. 따라서 자연스레 아니 어쩔 수없이 우리는 짐을 챙겨 들고 미국으로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에서 먼저 인정을 받자’ 우리는 다른 국가에 진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미국 실리콘밸리 진출을 첫 목표로 삼았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몇 개의 회사를 선별해 실리콘밸리에 영업력을 집중키로 했다. 하지만 현지 담당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동양에서, 그것도 IMF 금융위기를 맞은 나라에서 온 회사의 제품을 고운 눈으로 봐줄 리 만무했다.
어렵게 얻은 소개자리에서 우리는 미라콤의 솔루션에 대한 완성도와 공정기술에 대한 노하우를 설명하고, 향후의 개발계획과 기술변화에 대한 대응책 등을 집중해 설득했으나 반응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 타지에서 겪은 싸늘한 냉대에 한편으로 겸연쩍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새로운 도전과 오기를 다잡으며 용기를 잃지 말자고 서로 위로했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보면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한번 팔기 위해서는 공식적인 설명회와 시연 등을 포함하여 대개의 경우 고객과 약 25번 정도 만남을 가져야 가격제안단계까지 갈 수 있다. 이제 딱 한 번 제품소개자리를 마련한 단계였고, 다음 계획을 세우기까지 지속적으로 들어야 하는 비용이 막막했다.
하지만 우리는 좌절하지 않고 높은 가능성을 보이는 곳에 영업을 집중하기로 하고 실리콘밸리의 C사와 동북부에 있는 F사에 역량을 쏟아 부었다. 공들이기 시작한지 6∼7개월이 지나자, 고객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이 왔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두 회사 모두 CIO 가 바뀌는 바람에 또다시 새롭게 영업을 시작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되었다. 추가되는 영업비용부담과 함께 비용부담보다 더 큰 복병이 있었는데 이는 미국의 경쟁사인 캠스타와 브룩스 오토메이션, 그리고 어플라이드머트리얼이라는 다국적 업체들의 공략이었다.
우리는 의사소통과 마케팅능력 등 상대적으로 그들에 비해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다른 방향으로 고객을 공략했다. 기술력에는 자신이 있었기에 끈질기게 고객을 설득하여 제품의 벤치마킹 테스트를 요구했고, 이는 주효했다. 결국 우리는 미국시장에 3곳, 멕시코 1곳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고, 본격적인 해외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였다.
미라콤은 회사설립 만 5년째, 이제 시작단계다. 늘 나와 우리 직원들의 마음가짐은 처음 미라콤이 세워질 당시의 도전정신과 패기로 가득 차 있다. 그와 더불어 10년 이후의 로드맵을 가지고 기술개발에 전념해 미래 세계 IT기술을 선도해나갈 업체로서의 면모를 하나씩 다져가고 있다. 미라콤의 비전과 미래를 나와 함께 해주는 직원들에게 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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