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용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한 산관학연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2010년 세계시장규모 50조∼60조원이 예상되는 이 시장에 전략적인 접근을 시도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이 분야를 핵심 R&D 과제로 선정해 지속적인 지원에 나설 방침이며, 반도체업계는 자동차업체와 장기적인 수요 로드맵을 마련하면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자동차 모듈업체들도 부품별 기술개발을 서두르며 시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동차용 반도체산업을 차세대 성장 엔진으로=산업자원부와 차세대성장동력사업단, 반도체연구조합, MEMS기술연구조합 등은 19일 교육문화회관에서 삼성전자·LG전자·인피니언·매그나칩반도체·현대기아차·현대모비스·만도 등 반도체 및 자동차업계 고위관계자들과 학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자동차용 반도체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정칠희 상무는 “PC를 넘어 모바일로 이어지고 있는 반도체의 다음 세대 수요는 자동차에서 나올 것이라는 데 업계가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라며 “삼성전자도 조용히 미래 반도체 시장인 자동차용 반도체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의 사회를 맡은 차세대반도체성장동력사업단의 조중휘 교수는 “자동차용반도체시장은 지난 2000년 전체 반도체시장의 5%에서 2015년에는 디지털가전, 휴대폰용 규모와 비슷한 9.6%로 성장할 것”이라며 “차세대반도체성장동력사업단은 자동차산업과 반도체산업이 윈윈 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적극적 지원 필요=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만도의 오준남 전자개발팀장은 “일본의 경우 개발된 자동차용 반도체를 업계가 적극적으로 채택할 수 있도록 최초 채택하는 기업에 대해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 정부도 국내 자동차용 반도체업계가 채택실적을 바탕으로 해외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배려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산자부 최민구 반도체 전기과장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하겠지만 WTO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지원은 불가능하다”며 “정부는 국내 자동차업계와 반도체업계가 서로 위험과 이익을 공유하면서 실질적인 협력모델이 만들어지도록 유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자동차용 반도체 추진 전략=삼성전자는 우선 1단계로 자동차 몸체와 계기판용 반도체, 2단계로 텔레매틱스 등 정보 기능용 반도체, 3단계로 파워, 안전장치용 반도체 등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우선 몸체와 계기판용 반도체로 고온과 저온(-25∼125도)에서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확보한 뒤 자사의 경쟁력 분야인 차량용 DVD, LCD, CIS, 스마트카드 등 인포테인먼트(인포메이션과 엔터테인먼트 합성어)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삼성전자 김성현 시스템LSI사업부장은 “제품 스펙은 커스터머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결정하고 있고 주로 국내 자동차업체들과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해 반도체와 자동차업체 간 협력이 상당히 진전돼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 자동차용 반도체시장에서 세계적인 경쟁력 확보 가능=이날 세미나 참석자들은 세계 자동차용 반도체시장에서 인피니언, 모토로라 등 세계적인 업체들의 지명도가 매우 높지만 국내 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는 굉장히 넓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모토로라와 인피니언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12.9%와 8.7%에 불과하다.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코리아의 임송국 부장은 “자동차용 반도체시장은 지역별 구도로 돼 있어 미국시장은 모토로라, 유럽시장은 인피니언, 일본시장은 르네사스가 주도하고 있다”며 “한국도 자동차업체와 반도체업체가 협력하고 선진기업들과의 공동 R&D를 통해 기술력을 축적하면 아시아권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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