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뉴딜`로 새 희망을](3)규제 완화 로드맵을 만들자

“규제 완화도 중요하지만 더욱 명확한 방향과 일정 제시가 중요합니다.”

 IT산업계가 정부에 하는 얘기들이다. 어떻게 규제를 풀겠다는 선언에만 그치지 말고 이를 언제까지 어떻게 풀겠다는 일정을 제시해야 사업과 투자 계획도 짤 수 있다. 산업계가 정부 정책 발표 내용보다 관련 실무자들의 얘기 한마디를 더 중시하는 것도 불확실성을 어떻게든 낮추기 위해서다.

 통신사업자의 투자 관심사는 통신·방송, 통신·금융 등 융합 분야다. 규제 완화도 여기에 집중해야 하지만 관할 부처가 다르다보니 한군데라도 안되면 전체 일정이 어긋날 수밖에 없다. 위성DMB 정책이 그랬다. 따라서 정부부처가 한데 모여서라도 각자 추진중인 규제 완화 계획을 공유하고 종합적인 일정을 다시 짜 언제까지 어떻게 개선하겠다고 산업계에 내놓아야 한다.

 IT중소벤처기업의 최대 화두는 구조조정을 위한 인수합병(M&A) 활성화다. 하지만 이는 ‘주식매수청구권’과 ‘주식교환 M&A시 법원 심사’와 같은 제도적 걸림돌에 묶여 있다. ‘더존디지털웨어’와 ‘뉴소프트기술’의 합병도 주식매수청구권 문제로 실패했다.

 매수가격을 미국처럼 기업의 자산가치와 기업가치를 적절히 가감 평균을 내 안정시키는 방안과 장기 투자자에게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절실하다. 법원의 오랜 심사를 받으면 M&A의 효과도 반감된다. 주식양도 시점이 아닌 취득한 주식을 처분해 실제로 현금이 유입되는 시점까지 과세 시기를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고급 인력을 확보하고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위해 수도권에 공장 증설을 추진중이지만 각종 규제에 묶여 있다. 일부 풀린 부분도 있지만 좀 더 과감하게 수도권 공장 신설을 허용해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IT업계가 줄기차게 요구해도 개선되지 않는 자질구레한 법·제도도 대폭 정비해야 한다.

 시스템통합(SI)업체들은 공공 프로젝트를 끝내고도 지적재산권을 보장받지 못해 재판매할 수 없다. 소프트웨어업체들은 미리 낸 세금에 대한 정정청구 기간이 2년으로 짧아 손해보는 일이 많다.

 정보통신공사업자들도 3년마다 등록해야 하는데 신규 등록 때와 똑같은 서류를 낸다.

 정부는 산업계가 떠안는 손실을 떠나 이런 간단한 문제도 해결하지 못해 규제 완화 의지에 큰 흠집을 내고 있다.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

*이렇게 바란다: 이승철 전경련 상무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는 데 있어 사안별로 단계적으로 진행할 것이 아니라 특정 산업에 걸쳐 있는 여러 규제를 일괄적으로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컨대 전경련의 제안으로 추진되고 있는 기업도시 및 복합서비스산업 클러스터의 경우 토지이용·환경·교육·의료 분야의 규제를 일시에 해소해야 기업들이 투자에 나설 것이다.

 이 같은 전면적인 규제완화 방식은 우리나라의 양극화를 일으키고 있는 내수 및 서비스산업 중 기업의 투자 수요가 높고 국내 수요기반이 넓은 산업을 중심으로 과감하게 진행해야 그 효과가 확실히 나타날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1980년대 초반 항공·금융·도로운송산업 등 규제의 폐해 때문에 발전이 지체돼 있는 산업에 대해 대대적인 규제 완화를 단행,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노태우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정권 초기마다 규제개혁을 통해 경제 활성화에 나선다고 했으나 그동안 우리나라 규제개혁이 양과 질적으로 개선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이유는 규제개혁을 법령과 제도 단위별로 추진하다 보니 일부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민간에서 추진하는 투자사업에 도움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업이 어떤 신규 투자에 나설 때 10개의 규제가 있다고 하면 정부가 2∼3개를 풀어준다고 해서 불가능했던 투자가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즉 일부 규제를 완화해도 넘기 힘든 악성규제가 존재하는 한 그 개혁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 부처별로 갖고 있는 규제와 법령을 일부만 개선한다면, 기업의 규제개혁 요구를 절대 충족시킬 수 없다.

 sclee@fki.or.kr

*지금 업계에선...불확실성 정책 `속앓이`

기간통신사업자 중 하나인 ㄱ사 전략담당 A임원은 요즘 밤잠을 설친다. 내년도 경영계획을 마무리해 내달 초에는 이사회에 상정해야 하는데 도저히 답이 안 보이기 때문. 몇 년째 정체된 매출에 수익성은 날로 악화되고 있고 시설보수에 필요한 최소 투자액 확보도 만만치 않다. A임원은 현재 각 사업부에서 올린 내년도 비용계획을 최대한 줄여, 유지보수에 필요한 투자비를 만드느라 해당 부서 임원과 줄기차게 입씨름중이다. 이렇게 해서 확보해 봐야 경쟁사의 10분의 1 수준이 채 될지 모르겠다는 게 A임원의 설명이다.

 신규사업담당 B임원은 속이 더 탄다. 통신·방송 융합시장을 겨냥해 IPTV를 개발했지만 언제 상용화할 수 있을 지, 내년도 가입자 기준을 어디에다 두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다. 관련 규정이 명확지 않아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인터넷전화(VoIP)도 정부가 최근 뒤늦게 법제화하면서 자칫 선두권을 후발 경쟁사에 다 내줄 판이다. 이 때문에 전략사업인 트리플플레이서비스를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 막막하다.

 재무담당 C임원은 요즘 경쟁사의 외국인 초과지분 처리방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초과분을 당장 처리하기 위해서는 헐값에 적대적인 헤지펀드에라도 넘겨야 할 상황이어서 동병상련이다.

 ㄱ사 임원들은 현상황을 “태생적 한계와 각종 규제로 인한 총체적 난국”이라고 평가한다. 한두 가지 전문 서비스만으로는 선발사업자와 유효경쟁이 되지도 않는데 각종 융합·결합서비스에 대한 규제나 보편적서비스 분담금 의무 등은 똑같이 받고 있다는 것. 이들은 “후발사업자들이 자생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유효경쟁체제 수립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