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과학자의 홈네트워크 탐방기](3)MIT미디어랩

 3일째, 탐방팀은 MIT 미디어 랩을 찾았다. MIT 미디어 랩은 1년 전 필자가 객원 연구원으로 머물던 곳. 미디어 랩은 1980년대 후반 네그로폰테와 마빈 민스키 등이 주축이 돼 설립, 컴퓨팅과 인문학적인 연구과제를 주로 다루는 국제적인 연구소다. 30여 개의 연구 그룹과 200여 명의 학생, 60여 개의 다국적 기업이 다양한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기관 수준의 프로그램으로는 ‘비트와 원자 센터(Center for Bits and Atoms)’, ‘통신의 미래(Communication Futures)’, ‘가전제품 연구소(Consumer Electronics Laboratory)’ 등이 있다.

‘실체를 지닌 미디어(Tangible Media)’의 창시자 히로시 이시이는 인간과 정보, 물질을 연결하는 새로운 양식의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하고 있다. 이 연구그룹에서 개발한 원거리 터치 센싱 동기화(Synchronization) 장치는 어느 한쪽의 물체를 손바닥으로 굴리면 다른 쪽도 똑같이 움직이게 되어 있는 제품으로 매우 인상적이다. 다양한 정보를 전구의 컬러와 점멸방식 등의 변화를 통해 전달하는 ‘앰비언트(ambient) 글러브’는 손을 대면 이를 인식하고 빛의 색깔이 변하기도 한다. 건물 모형을 테이블 위에 배치하고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설정하면 시뮬레이션 된 공기 흐름을 시각적으로 표시하는 장치와, 모듈라 로보틱스 분야의 원리를 이용해 만든 일종의 장난감으로 구부리거나 돌리는 움직임을 기억하였다가(Kinetic Memory) 그와 동일한 움직임을 반복하는 장치들도 개발중이다.

 MIT 물리학 박사 출신인 조 파라디소 교수는 미디어 랩에서 센서 전문가로 통한다. ‘반응적 환경(Responsive Environments)’ 연구 그룹을 통해 잠을 자다가 빛을 비추면 깨어나 임무를 수행하는 절전형 센서나, 새로운 형식의 경험과 표현을 지원하는 다양한 감지 메커니즘들을 연구하고 있다. ‘푸시핀(Pushpin)’은 일종의 무선으로 연락하는 센서 네트워크용 노드. 벽에 꽂으면 벽에서 전원을 공급 받아 작동하고 센싱이나 제어 이벤트를 주변으로 확산하는 독특한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동일 연구그룹에서 개발한 ‘트리블(Tribble)’ 디바이스는 다양한 센서 및 액추에이터들이 결집된 패치들로 구성된 축구공 모양의 물체에 달린 인공의 털을 만지면 촉각을 인식하고, 이에 반응하여 다양한 색의 빛을 발하기도 한다.

IBM 노트북 컴퓨터의 트랙 핀을 발명한 테드 셀커 교수는 ‘상황인지 컴퓨팅(Context Aware Computing)’이라는 연구 그룹을 이끌고 있다. 이 팀에서는 다양한 부엌용 스마트 시스템들도 개발 중이다. 발을 디딘 위치를 센서로 인식해 위치를 표시하는 바닥이라든지 스마트 침대로 누워서 눈의 움직임을 통해 천장에 부착된 디스플레이의 내용을 제어하는 장치들도 있다. 일종의 투시형 냉장고로 내용물을 카메라로 촬영한 후 외부 도어에 투사하여 문을 열지 않고 내용물을 알 수 있게 하는 프로젝트도 진행중이다. 테드 셀커 교수는 끓고 있는 음식의 온도, 점도, 단맛, 짠맛 등의 감지가 가능한 인공 혀도 선보여 모두를 놀라게 했다.

 마이클 보브 교수팀은 센서, 컴퓨팅 보드, 디스플레이, 마이크, 스피커 등이 장착된 지능형 단위모듈을 결합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인터랙티브한 디지털 벽면을 구성하기 위한 SAS(Smart Architectural Surfaces) 프로젝트를, 패티 마이(Patty Mae) 교수팀은 사진 속의 소녀가, 그림을 보는 사람의 시선의 방향을 감지해서, 딴 쪽을 보고 있으면 토라지고, 자신을 보면 환하게 웃는 이른바 ‘반응형 초상화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있다. 이밖에 미디어 랩 박사 출신의 로즈 피카드가 이끄는 ‘감성적 컴퓨팅(Affective Computing)’그룹은 인간의 감정을 감지하고, 인식하며, 이해하는 컴퓨터 시스템을 개발중이다.

장성주 한국정보통신대 디지털미디어 연구소 교수 seongju@icu.ac.kr

 컴퓨팅 보드, 디스플레이, 마이크, 스피커 등이 장착된 지능형 단위모듈을 결합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인터랙티브한 디지털 벽면을 구성하기 위한 SAS(Smart Architectural Surfaces)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