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기업]테리 시멜 야후 회장

 “꿈과 낭만이 살아 숨쉬는 디지털 테마파크를 만들겠다.”

 60세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변신과 비상을 꿈꾸는 야후의 테리 시멜 회장(60)이 제시하는 야후의 미래상이자 장기 비전이다.

 “야후를 인터넷 테마파크라는 새로운 개념의 인터넷 사이트로 변화시키겠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그의 머릿속은 어떻게 하면 온라인 공간에 디즈니랜드와 같은 꿈의 공간을 만들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꽉 차 있다. 디즈니랜드가 사람들의 가슴에 꿈과 낭만을 심어주듯이 야후도 디지털 공간에서 디즈니랜드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시멜 회장의 이 같은 비전 제시는 그가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란 점에서 어쩌면 너무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는 야후에 오기 바로 직전 세계적인 영화사인 워너브러더스의 엔터테인먼트 부문 회장으로 있으면서 영화와 드라마 기획 및 제작에 관한 일을 해왔다. ‘배트맨’ ‘리셀웨폰’ 등 영화와 ‘프랜즈’ ‘ER’ 등 쟁쟁한 TV 드라마들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 흥행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그의 이 같은 이력 때문에 지난 2001년 5월 영화계 거물인 그가 인터넷 포털업계의 선두주자인 야후의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소식에 영화업계와 인터넷업계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야후의 글로벌 PR 담당 매니저인 스콧 모리스는 “시멜 회장이 할리우드에서 인지도가 높은 사람이긴 했지만 60세를 앞두고 있는 나이에 생동감 넘치는 젊은 감각을 생명처럼 여기는 인터넷 회사에 영입된 것은 의외였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야후의 창업자 제리 양이 회사 내부의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영입을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는 설명이다.

 사실 할리우드에서 실리콘밸리로 방향을 전환했을 때 시멜 회장은 인터넷과 IT에 관한 한 문외한이나 다름없었다. 실리콘밸리 지리에도 어두워 밤에 길을 잃기 일쑤였다는 일화가 전해 올 정도로 그는 이곳에서 이방인이었다. 그의 능력을 의심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았다.

 2001년 당시 야후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상황이란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시멜 회장은 “야후가 전세계적으로 약 2억4000만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고 자랑했지만 야후에 잠시 머무르고 자신들이 원하는 사이트로 떠나는 공짜 고객들을 어떻게 수익 원천으로 전환하느냐가 최대 고민이었다”고 취임 당시를 회고한다.

 당시 야후의 온라인 광고는 매출의 90%를 차지했는데 광고 시장조차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수익원이 붕괴되다시피 했다. 시멜 회장은 “이 같은 경영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온라인 광고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전면 개편하는 게 시급한 과제였다”며 “유료콘텐츠의 발굴, 인터넷 접속 서비스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수익원을 다양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한다. 광대역 서비스 제공업체인 SBC커뮤니케이션과의 전략적인 제휴나 인터넷 구직 사이트인 ‘핫 잡스’의 인수는 그의 노련한 협상전략의 산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같은 그의 노력이 결실을 이뤄 현재 야후 전체 매출 중 온라인광고 매출 비중이 60%대로 떨어졌다.

 그를 바라보는 직원들의 시각이 어떨까 궁금했다. 직원들에게 그는 푸근하고 다정한 이미지를 가진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었다.

 야후의 글로벌 PR 담당 매니저인 린다 듀가 전하는 일화 하나. “신입사원으로 첫 출근하는데 지각을 했어요. 헐레벌떡 엘리베이터에 타려는데 나이들어 보이는 신사가 엘리베이터를 잡아주고 PR팀이 몇 층이냐고 묻는 나의 질문에 친절하게 알려주면서 버튼까지 눌러주더라고요”라며 회상했다. 그 사람이 테리 시멜 회장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얼굴이 빨개졌다는 것이다.

 스콧 모리스는 “공식석상에서 야후의 주가에 대한 질문이 엄청나게 쏟아지지만 이 때마다 시멜 회장은 기업이 주가에 지나치게 연연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며 “정작 서류 결재를 받기 위해 그의 자리에 가보면 항상 주가가 띄워져 있는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다”며 웃음을 지었다.

 시벨 회장은 요즘 구글, MSN, AOL 등과 검색시장에서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다.

 시멜 회장은 이와 관련해 “빼앗긴 검색 시장의 지존 자리를 되찾겠다”며 검색 시장의 명예회복을 선언했다. 특히 “인터넷 검색을 행한 야후의 계획은 이제 막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며 “야후의 모든 사이트 및 서비스에 독자 검색 엔진 활용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인터넷 문외한’에서 ‘인터넷의 일등 항해사’로 탈바꿈한 테리 시멜 야후 회장이 인터넷 검색 시장의 지존자리를 되찾으며 그의 목표대로 ‘디지털 디즈니랜드’ 건설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지 전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서니베일(미국)=조장은기자@전자신문, je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