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뉴딜`로 새 희망을](4·끝)강력한 IT리더쉽을 가져야

사진; 최고 결정권자의 최종적인 한마디는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다. 사진은 지난 6월 서울 광화문 정보통신부 청사에서 열린 IT 메가트렌드 시대에 대비한 미래 국가전략인 ‘u코리아 추진전략’ 보고회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

 정부가 IT활성화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과거와 같이 해서는 기대할 이유가 없다는 게 IT산업계의 시각이다. 4년을 멀쩡히 허비한 디지털TV(DTV) 전송 방식 논쟁을 지켜본 결과다.

 IT뉴딜 정책의 성패는 짧은 기간에 얼마나 집중적으로 역량을 투입하느냐에 달렸다. 부처 간에 다른 의견이 있다 해도 미래에 극심한 후유증을 남길 사안이 아닌 한 잠시 유보해야 한다.

 또 정책 실무자들이 자신있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배려해줘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과 같은 의견 조정 체계부터 바꿔야 한다. 현재 대통령 직속 기구로 IT장관들이 대거 참여했던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과학기술자문회의가 있지만 제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많다.

 이러한 기구를 제대로 활용하든지, 아니면 과감히 폐지할 것인지 결정할 때가 됐다.

 IT부처 장차관과 실무자 모임도 활성화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신성장동력 등 IT부처 간에도 갈등이 있었지만 어느 정도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는 협력 MOU까지 교환했다.

 IT뉴딜과 같은 단일한 주제 아래라면 장관 회의에서 내릴 결론에 힘이 생긴다.

 다행히 IT를 포함한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하는 과학기술부총리가 생겼다. 과기부총리가 이러한 장관 회의에서 나오는 의견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청와대도 나서야 한다. 참여정부는 내각에 대한 청와대의 불필요한 간섭을 막기 위해 수석보좌관등의 역할을 애써 축소했다. 내각에 힘을 실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선 달리 볼 필요가 있다.

 과기부총리는 정통부, 산업자원부, 문화부와 함께 IT뉴딜 정책을 적극 개발하고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은 다른 청와대 수석들과 함께 재경부·공정위·방송위·국세청 등 비 IT부처들과의 의견 조정을 하는 역할 분담이 필요한다.

 이 경우 국무조정실과의 업무 중복이 불가피하다. 그렇지만 한시적이라면 국무조정실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며 향후 정부조직 개편에 반영하면 된다.

 청와대와 과기부총리 등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방패막이 구실을 적절히 해낼 때에만이 정통부와 산자부, 문화부 등의 정책 담당자들도 피부에 와닿는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

 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

★지금 업계에선

 국내 가전유통을 담당하는 대기업 임원 K씨는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극심한 내수 부진으로 뚜렷한 묘수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디지털TV 방송 표준이 확정된 이후 디지털TV 수요 증가와 지난 여름 폭염에 따른 에어컨 판매량이 늘었을 뿐 나머지 가전업계 전분야가 내수 시장에서 고사당할 처지라는 게 고민의 핵심이다.

 K씨는 그나마 자신이 속한 대기업의 경우 해외 시장 개척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며 위안을 삼는다. K씨가 보기에 더 큰 문제는 부품업체, 콘텐츠업체들이다. 대기업이 채산성이 떨어지는 생산라인은 동남아시아와 중국으로 돌려 현지에서 부품과 콘텐츠를 조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생산과 판매가 줄어들다 보니 생산기지를 현지로 이전하고, 이와 맞물려 다시 협력업체 물량을 줄이는 악순환 구조에 빠져 내수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이 있다고 본다. 같은 기업에 속한 임원들 역시 전자산업의 꼭짓점에 서 있는 가전분야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수천여 개에 이르는 부품·콘텐츠업체의 경영이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며 위기감을 토로한다. 부처 간 정책혼선으로 디지털TV만 표류하지 않고 타이밍 맞춰 터져줬다면 상황은 조금 달라졌을 것이라는 게 K씨의 아쉬움이다.

 K씨는 정부가 새롭게 준비하는 ‘IT뉴딜정책’은 단순한 기업지원제도보다는 근본적인 ‘먹거리’를 찾고, 현재까지 나온 IT 정책에 대해서는 과감하고 일관성 있게 실천하는 ‘행동하는 경제 정부’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렇게 바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임주환 원장

 IT뉴딜정책은 수요를 창출하는 정책이 돼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의 확고한 정책이 필요하다. 수요창출을 위해 막힌 데를 뚫어주고 얽힌 데를 풀어주는 예측 가능한 정책이 필요한 시기다.

 우리나라 IT분야는 CDMA, 초고속 인터넷 이후 수요 발굴이 안되고 있다.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굴하고 이에 따라 기업체가 적기에 제품과 기술을 공급할 수 있는 전방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디지털TV의 경우를 보자. 4년여 간의 디지털 방송 표준을 설정하지 못하고 혼선을 빚는 바람에 우리는 지난 2002년 월드컵 마케팅이라는 호기를 놓치고 말았다. 디지털 표준문제가 조기에 해결됐으면 2002년 월드컵부터 실제 수요창출이 일어나 국내 가전산업은 물론 내수경기, 해외수출의 디딤돌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적어도 2년 정도만 빨리 표준이 결정됐으면 디지털TV 보급으로 인한 다양한 산업적 파급효과를 누릴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양방향 홈쇼핑과 다양한 콘텐츠 기술, 부품업체의 기술력 축적이 일어나 국가적 부의 창출도 가능했을 것으로 본다.

 수요발굴차원에서 위성DMB, 지상파DMB, 텔레매틱스, 홈네트워크 분야는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정부차원에서 정책적 방향을 수립하고 산·학·연·관의 추진력이 합쳐지면 잠재적 수요를 폭발적인 실질적 수요로 전환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가능하려면 특히 정책혼선으로 타이밍을 놓치는 사례가 없도록 범정부 차원의 수요발굴 로드맵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