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업계 "안방을 잡아라"

사진; 주요 PC업체가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한층 강화한 미디어센터PC를 올 연말부터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HP가 선보인 미디어센터PC시연 모습과 MS의 미디어센터 에디션 2005 발표 모습.

‘안방과 거실을 점령해라.’

 PC업계의 미디어센터PC 전략이 가시화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 홈 네트워크와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겨냥해 ‘원도XP 미디어센터 에디션 2005’를 발표한 이후 PC 업계의 발걸음이 한층 분주해지고 있다. 삼성전자·LGIBM·삼보컴퓨터·주연테크 등 주요 메이커는 올 연말까지 ‘에디션 2005’를 탑재한 미디어센터 PC를 속속 선보이고 안방과 거실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디지털 가전업체와 ‘샅바 싸움’이 거세질 전망이다.

 ◇왜 미디어센터PC인가=미디어센터PC는 한마디로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한층 강화한 스마트 컴퓨팅 체제를 말한다. 거실에서 TV로 인터넷은 물론 오디오 플레이어·비디오 레코더·인스턴트 메신저 등을 통합해 사용할 수 있다. 홈네트워크로 연결된 가전 제품이 하나의 리모컨으로 관리가 가능하다. 둘 이상의 PC를 연결해 장소의 제약도 없애 준다. PC업체가 미디어센터 보급에 사활을 거는 데는 앞으로 PC의 용도가 문서 작성이나 소프트웨어 구동 수준에서 인터넷과 엔터테인먼트 활용 쪽으로 옮겨갈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서재나 공부방에 있던 퍼스널 컴퓨터가 안방으로 급속하게 보급되는 셈이다.

 한국HP 이기봉 부사장은 “컨버전스 시대에 PC의 용도는 엔터테인먼트와 네트워크 기능이 생명”이라며 “음악이나 영화 감상, 게임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거실과 안방에서 PC를 활용해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분주한 PC 메이커=주요 PC업체는 미디어센터를 내년 전략 상품으로 정하고 제품 라인업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MS에 따르면 지난해 발표한 윈도XP 미디어센터 첫 버전에는 불과 4개 업체만 파트너로 참여했으나 이번에는 한국의 삼성·삼보·주연테크 등을 포함해 전 세계 40개 메이커로 확대됐다.

 HP는 ‘M시리즈’로 미디어센터PC 사업에 승부를 걸고 있다. 가장 최신 모델인 ‘M692K’는 다른 디지털 기기와 호환이 가능하며 CD 녹화, DVD 실행, MP3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지원한다. 또 무선 네트워킹 기능으로 홈 네트워크도 구축할 수 있다. 삼성도 연말 경에 미디어센터 PC로 개발한 ‘매직스테이션 MT30’의 후속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삼성은 TV 프로그램 가이드를 인터넷으로 다운로드하는 EPG, 예약 녹화·인스턴트 리플레이가 가능한 PVR 등 리모컨 하나로 PC를 가전 기기처럼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LGIBM은 미디어센터 PC 시장을 겨냥해 멀티넷 X-900 시리즈, 삼보는 루온 시리즈의 후속 모델을 선보이고 내년부터는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가전과 한판 승부=PC업체가 미디어센터PC 보급에 사활을 걸면서 그동안 TV와 가전 제품을 무기로 안방을 선점해 온 디지털 가전업체와 한판 승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전업체도 이미 미디어센터PC와 대적할 수 있는 홈 서버·디지털셋톱 등 홈 네트워킹과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한층 강화한 제품을 속속 선보이며 안방 시장 공략에 나서는 상황이다. 산업계에서는 MS의 보다 파워풀한 미디어센터OS를 탑재한 모델이 선보이는 올 연말, 내년부터는 안방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잡기 위한 합종연횡은 물론 선점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