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은 끊임없이 진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지난 93년 회사 창업 이래 양서일 선양디엔티 사장(42)이 늘 강조하는 말이다. 국내 중소기업이나 벤처 가운데 하나의 히트 상품을 낸 이후 후속 작품을 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 상황에 따라 체질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선양디엔티는 다른 중소기업이나 벤처의 귀감이 될 만하다.
선양디엔티는 반도체 장비를 전문으로 만드는 선양테크로 출발했다. 인하대학교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전자와 한미금형에서 해외 영업을 담당한 노하우를 살려 양 사장은 선양테크를 설립했다.
선양테크는 창업 이후 반도체 산업의 호황을 맞아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2000년엔 336억원 매출에 4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선양디엔티의 경쟁력은 여기서 발휘된다. 반도체 장비 제조부문의 정점에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한 것이다. 양 사장은 “당시 반도체가 경기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 위험 요소가 있었다”며 “10년 뒤를 내다보고 회사를 먹여 살릴 차기 사업을 모색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때 선택한 아이템이 카메라 모듈이었다. 2001년 카메라 모듈 전문업체인 선양디지털이미지를 자회사로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디지털 카메라와 카메라폰 시장이 요즘처럼 급성장할 것이라 예측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양 사장이 이처럼 과감한 결정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카메라 모듈 제조가 궁극적으로 반도체 장비 제조와 마찬가지로 생산 공정 자동화 기술을 핵심요소로 하기 때문이다. 선양테크는 반도체 장비의 공정자동화 기술과 노하우를 카메라모듈 사업에 적용, 시설투자비의 30∼40% 가량을 절감했다.
선양테크는 지난 8월 자회사이자 선양디지털이미지를 흡수 합병하고 선양디엔티로 새롭게 출범했다. 반도체 장비 제조와 카메라 모듈을 양대 축으로 삼은 것이다.
선양디엔티는 지난 상반기 349억8000만원의 매출 실적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 규모가 1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양 사장은 “올해 카메라폰 모듈의 매출액이 850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양디엔티로 새롭게 출발한 뒤 회사는 더욱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지난 6월 국내 업체 최초로 CMOS 센서를 적용한 210만 화소 카메라폰 모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300만 화소급 카메라폰 모듈도 출시시기만 조정하고 있다. 휴대폰 등 모바일 단말기를 통해 동영상을 고속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신기술 특허도 받았다.
이 정도면 숨고르기에 들어갈 법도 한데 선양디엔티는 최근 또 다른 변신을 꾀하고 있다. 신개념 분체도장 방식인 BP시스템 사업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BP 시스템은 도료의 손실이 거의 없으며 환경규제 물질인 유기화합물을 전혀 쓰지 않는 친환경 시스템이다. 기존의 분체도장으로는 불가능한 플라스틱, 유리 등 절연체를 도장하거나 얇은 표면에 페인팅을 하는 박막 도장이 가능하다.
양서일 사장은 “약 6개월간의 본격 도입 과정을 거쳐 분체도장 사업부문이 본 궤도에 오르면 약 2조원인 국내 용제도장 시장에서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효자 상품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기존 주력 사업의 ‘진화’ 역시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반도체 장비 기술을 활용해 카메라 모듈 자동 초점 장비를 개발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는 그동안 작업자의 육안으로 수행하던 공정을 자동화한 것으로 장비 1대당 약 2억원 이상의 생산비용 절감 효과를 낸다.
해외 진출의 전기도 마련했다. 지난달에는 중국 산둥성 위해시에 휴대폰용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는 중국 현지공장을 설립했다. 오는 12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 한국 본사에서 생산된 카메라 모듈을 반제품 형태로 들여와 마무리 작업을 거친 후 중국 현지를 포함한 해외 시장과 국내에 공급할 예정이다.
양서일 사장은 “선양디엔티 로고의 의미처럼 넓은 세상 속에서 도전의식을 갖고 창조적인 활동을 할 것”이며 “정도 경영을 통해 회사의 역량을 키워 선양디엔티의 길을 조금씩 넓혀가겠다”고 향후 포부를 밝혔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etnews.co.kr
★내가 본 회사
-이병균 재무담당 부장
반도체 자동화 장비 개발, 제조와 전혀 동떨어진 것 같은 카메라 모듈 사업을 연계해 업계 선두주자로 나서게 된 선양디엔티의 배경은 무엇일까. 다른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극심한 불황도 겪었지만 모두 극복해내고 경기침체 속에 호황을 누리고 있는 저력은 또 무엇일까. 이는 CEO의 강력한 리더십과 정(正), 근(勤), 직(直), 속(速)의 경영이념, 그리고 직원들의 정서적인 여유로움에 있다고 생각한다.
반도체 분야에서 오랫동안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는 CEO의 선견지명과 업무 추진력은 오늘날의 선양디엔티 발전에 큰 힘이 됐다. 끊임없이 발전과 변화를 추구하는 CEO의 모습에서 직원들은 많은 것을 느끼고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원칙을 중요시 하는 정(正), 자신의 업무에 성실해야 한다는 근(勤), 어떠한 어려움도 피하지 않는다는 도전정신을 의미하는 직(直), 업무를 최대한 빨리 처리하기 위해 내일을 준비하는 속(速). 이러한 기업 경영 정신을 바탕으로 전 사원이 성실히 원칙을 지켜 어려움을 극복해왔다. 품질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고객만족을 위해 업무를 진행했다.
회사는 직원들을 위해 현대식 건물과 조경으로 직원들이 편히 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공단에서는 보기 드문 정원은 직원들이 아끼는 공간 중 하나다. 동종업계 평균보다 높은 급여 수준과 대기업이 부러워할만한 사내식당 운영 등 직원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군데군데 배어 있다. 이러한 것들은 직원들이 일은 신속하게 하지만 정서적으로 여유로움을 누릴 수 있는 바탕이다.
회사와 경영진, 그리고 직원이 삼위일체가 되어 오늘의 선양디엔티를 만들었으며 이는 앞으로도 선양디엔티 발전의 기본이 될 것이다.
★이끄는 사람들
선양디엔티는 반도체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양서일 사장을 축으로 선양테크 및 선양디지털이미지의 뛰어난 실력을 갖춘 임원들이 반도체와 카메라모듈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뽐내고 있다.
카메라폰 모듈을 제조 생산하는 부품사업부의 영업 및 R&D 총괄을 맡고 있는 이종건 상무(42)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출신으로 반도체 업계에서만 15년 이상 종사하고 있는 실력자다. 글로벌 영업 확대와 카메라폰의 고화소 및 자동 초점, 광학 줌 등의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최종곤 상무(42)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서 10여년을 근무했는데 특히 이미지센서 부문의 베테랑 엔지니어다. 합병 이전 선양테크의 자회사인 선양디지털이미지의 창립멤버다. 현재는 선양디엔티 부품사업부의 생산을 총괄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계동완 이사(40)는 부품사업부의 공정기술을 지휘하고 있다. 계 이사 역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서 10여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으며 선양디지털이미지 창설 멤버이기도 하다. 선양디엔티의 카메라폰 모듈 공정자동화를 만든 주역이다.
이용규 상무(44)는 자동화 사업본부장으로 반도체 후공정 장비 부문을 아우르고 있다. 이 상무는 반도체 업계에서만 15년 이상을 근무한 정통 엔지니어 출신으로 향후 선양디엔티의 자동화 관련 신규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LG반도체 및 하이닉스반도체 등에서 오랜 경험을 갖춘 전문 기술진들이 임직원으로 포진하고 있는 상태다. 이들은 과거 근무지는 다르지만 ‘선양디엔티’ 라는 전망 있는 기업에 모여 성실히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