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등 기업들이 최근 대규모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업그레이드에 잇따라 나서면서 침체에 빠진 소프트웨어(SW)업계에 활력을 주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이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을 도입한 지 상당한 기간이 흐른데다, 그동안 기업 규모도 커져 이에 걸맞은 새로운 시스템 구축이 필요해졌다. 또 컴퓨팅 환경의 변화와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SW업체들이 적극적인 시스템 이전(마이그레이션)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것도 SW업그레이드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비교적 일찍 도입했던 전사자원관리(ERP)와 공급망관리(SCM) 부문에서 업그레이드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ERP 업그레이드 활발=국내에서 처음으로 9년 전 ERP를 도입했던 삼성전자는 현재 글로벌 ERP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본사와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지사 간의 시스템 호환과 통일을 위해 ERP 시스템을 새롭게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삼성전자에 ERP 솔루션을 공급한 한국SAP의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ERP 프로젝트는 단일 규모로 국내 최대 ERP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며 “국내 대기업의 ERP 업그레이드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영안모자가 인수해 화제를 모았던 지게차 생산업체인 클라크머터리얼핸들링아시아는 기존 ERP를 웹 환경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사용중인 SSA글로벌의 클라이언트·서버(C/S) 환경의 ERP 패키지를 웹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생산·물류·회계 부문 간의 연동성을 강화하기 위해 ERP를 웹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부아남반도체도 최근 반도체 산업에 특화된 솔루션 도입을 목적으로 기존 제품을 완전히 걷어내고 새로운 솔루션으로 ERP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업계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SSA글로벌코리아 관계자는 “웹 환경으로 ERP를 새롭게 구축하려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며 “내년에는 국내 기업의 상당수가 ERP 업그레이드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SCM 스타트=90년대 후반과 2000년도 초에 국내에 본격 도입됐던 SCM도 대규모 업그레이드 수요가 기대된다. SCM업계는 국내 기업들이 과거 C/S 환경으로 구축했던 SCM 시스템을 웹 환경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보고 시장 공략을 강화할 태세다.
최근 LG전자 멕시코법인이 이 같은 이유로 SCM을 신규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한 데 이어 반도체 전문업체인 페어차일드가 내년 상반기 중 SCM 솔루션을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동아제약의 유통업체인 동아시텍도 최근 지난 99년에 도입했던 SCM을 웹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를 마쳤다.
김형태 한국EXE컨설팅 사장은 “글로벌 또는 전국 물류 센터를 관리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신규 웹버전으로 SCM을 업그레이드하는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90년대 후반 C/S버전을 구축했던 대형 사이트의 교체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그레이션도 한몫=불황에 허덕이는 SW업체들의 윈백 경쟁과 마이그레이션 프로그램 강화도 업그레이드 수요를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동부아남반도체의 경우처럼 한국SAP는 오라클의 고객을, 반대로 오라클은 SAP 고객을 대상으로 마이그레이션이나 윈백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최근 중소기업 시장에 뛰어든 외국계 업체의 적극적인 시장 공세로 중소기업 중에서도 업그레이드 사례가 생겨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불황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들이 업그레이드는 물론 신규 시스템 구축까지 미룰 수 있다는 데 우려감을 갖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경영상황이 악화되면 전산 투자를 줄인다”며 “그 중에서도 유지보수만으로 영구히 사용가능한 SW 투자를 가장 먼저 줄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익종·이병희기자@전자신문, ijkim·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