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보증기관들이 최근 보증료율을 0.5%씩 잇달아 인상한 것으로 확인됏다. 이같은 조치는 최근 두 보증기관의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를 통해 이뤄진 것이어서, 보증기관의 부실을 중소·벤처기업에 전가하기 위한 ‘아랫돌을 빼 윗돌괴기 식’ 정책이란 지적까지 받고 있다.
21일 관련 정부당국 및 보증기관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이하 신보)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이하 기술신보)은 재정경제부의 신용보증제도 개편방향에 맞춰 지난달 6일과 31일부로 각각 보증료율 상한을 1.5%에서 2.0%로 0.5%포인트 높였다.
신보는 이번 보증료율 인상과 관련 보증대상 기업의 신용등급을 11등급으로 세분화하고, 신용도가 낮은 기업에 대해 최고 2.0%를 적용하기로 했다. 기술신보의 경우 기준보증료율 1.0%에 신용도에 따라 추가 보증료율을 기존 0.5%에서 1.0%로 확대, 역시 최대 2.0%까지 높였다.
양 보증기관의 이번 조치는 재경부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재경부 금융정책과 김광수 과장은 “보증료의 상한을 높임으로써 신용도가 높은 기업은 낮은 보증료를 내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높은 보증료를 지불하도록 하자는 취지”라며 “이를 통해 보증기관들이 신용도가 낮은 기업에 대해서도 보증에 나설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이 정부가 기대하는 만큼의 효과를 얻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미 두 보증기관의 부실규모가 심각한 상황이어서 이들 보증기관들이 리스크가 큰 기업의 보증에 나설 가능성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보와 기술신보의 올 8월말 기준 누적손실은 각각 10조3174억원과 5조5581억원이다.
실제로 양 보증기관은 이번 보증료율 인상과 관련 정부의 취지와는 달리 고객사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기술신보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의 방침에 맞춰 진행하는 것”이라며 “중소기업들이 힘든 것을 감안해 보증료율 인상을 최대한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보 관계자도 “이번 보증료를 인상하는 대신 보증기간 연장에 따른 보증료 가산제도를 폐지, 고객사 부담을 최소화했다”며 “보증료 인상에 따른 부담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보증료 인상이 부실 증가에 따른 미봉책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연구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취지는 충분히 일리가 있지만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양대 보증기관의 부실이 매우 심화된 것을 볼 때 부담을 일부 전가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