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미래 정보사회를 이끌어 나갈 인력 양성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지난 90년대 이후 많은 대학에서 정보통신 관련 학과들이 유행처럼 늘어나긴 했지만 IT인력에 대한 수요와 공급 불균형은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괴리현상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각 대학의 교과과정이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실무지식과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정보기술은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는 반면 대학에서는 이론적 반복 학습과 지식 전달에만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과 대학 간 현실적인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는 그간 산·학 모두 관심 사항으로 검토돼 왔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다행히 최근 정보통신부가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정보통신연구진흥원 등과 함께 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요 지향적 IT인력 양성을 위한 산·학 협업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이는 기업의 연구개발 실무자가 대학에 실습과제를 부여하고 지도함으로써 기업이 필요로 하는 IT관련 지식과 경험을 습득케 해 졸업 후 곧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 양성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비교적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이 같은 산·학 프로젝트가 단순히 대졸자의 취업난을 해소키 위한 소극적인 대책이 아닌, 기업에서 적극 활용 가능한 실무인력 양성과 국제경쟁력을 갖춘 전문인재의 산실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추가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첫째, 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가의 영역을 좀 더 세분화해 제시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기업이 요구하는 전문인력은 분야별로 세분화돼 있고 발전속도 또한 매우 빠르기 때문에 자기적성과 희망분야에 맞는 전문영역을 조기에 선정, 집중적으로 학습할 필요가 있다.
둘째, 대학별로 전문화된 교과과정의 개발이 필요하다. 세계 IT산업의 수준은 하루가 다르게 확대, 심화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대학은 학과 이름만 다를 뿐 교과과정의 구성이 천편일률적이다. 이젠 대학별로 차별화된 전문과정을 개설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초기 2년간은 기본 교과과정을, 나머지 2년간은 전문과정을 이수케 하는 방안이다. 즉 게임, 멀티미디어, 임베디드 시스템, 이동 및 위성통신, 데이터 모델링, 미들웨어 등 각 대학에 맞는 특화된 전문과정을 육성하는 것이다. 이는 대학마다 전 분야의 전문교수를 보유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시급하다. 아울러 대학 간 학점 교환제의 활성화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셋째, 적어도 2년 이상의 산·학 협력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현장 실무경험을 충분히 습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인턴십 연구과제나 주문형 교과과정, 위탁교육제도 등을 통해 가능하며 졸업 후에 별도의 전문학원이나 인턴 수습과정 없이 기본적인 직무교육만 받으면 곧바로 현업 투입이 가능하게 해 줄 것이다.
이러한 정책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 정부는 과거와 같이 모든 것을 총괄해 통제하겠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규제의 범위를 최소화하고 대학과 기업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 자율적인 협력체제를 이루어갈 수 있도록 여건 조성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반면 대학은 틀에 박힌 기존의 폐쇄적인 학습방식과 이론 중심의 강의에서 탈피해 기업과 타 대학과의 유기적인 협력을 위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업 또한 대학에 대한 막연한 불신보다는 필요한 인재를 직접 양성한다는 자세로 적극 요청하고 지원하는 열린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우리는 이미 국경 없는 글로벌 경쟁시대를 살고 있다. 이러한 경쟁시대에 국제적인 감각과 창의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우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산·학 간 IT인력 양성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안착될 수 있도록 대학은 물론 정부와 기업 모두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복병학 쌍용정보통신 기술본부장 scsbok@sic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