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코오롱정보통신 제휴 의미

사진; 변보경 코오롱정보통신 사장(왼쪽)과 토니 로메로 한국IBM 사장은 21일 상호 파트너십 강화와 양사 공동발전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한국IBM과 코오롱정보통신의 이번 제휴는 양사의 사업이 크게 변화하는 일대 사건인 동시에 국내 서버 시장 판도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겉으로 드러난 것과는 달리 IBM이 이 사업을 안착시키기 위해 코오롱에 지원하는 내용을 감안하면 양사의 협력 수준은 단순 ‘디스트리뷰터 관계’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제2의 LG IBM’ 역할론=IBM이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IBM이 갖고 있는 서버 기술은 물론 마케팅·영업 노하우를 코오롱 측에 전수하고, 오는 2006년까지 400만달러를 마케팅 및 영업 지원 명목으로 제공한다는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IBM 본사에서 직접 결정한 협력 수준은 코오롱정보통신의 역할이 결코 단순한 디스트리뷰터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한다. 코오롱 측에서 “LG IBM처럼 자본 투자를 통한 합작 형태가 아닐 뿐 실제 우리 회사의 역할은 IBM 비즈니스 중심에 서게 되는 것으로 해석할 만하다”고 자평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양사의 협력을 IBM의 한국 시장 전략이 국내 기업을 통한 파트너 전략으로 바뀌는 명확한 지표로 보고 있다. 지난해 납품 비리 사건 이후 본사 차원에서 한국 지사에 대한 조직과 시장 전략을 새롭게 정비해온 결과라는 것. AAP 모델은 미국에서 3개 업체가 시행하고 있고 중국에서 조만간 시작하는, IBM으로서도 새롭게 시도하는 영업 전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AAP는 IBM 본사에서 1, 2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서서히 확산시키는 모델로 알고 있다”며 “유통 모델에 대한 새로운 접근으로 시장 장악력을 높이자는 전략”으로 해석했다.

 다른 관계자는 “AAP는 현지 기업에 힘을 실어주는 것인 만큼 한국IBM 지사 역할도 자연스럽게 정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를 밝혔다.

 ◇왜 코오롱정보통신인가=코오롱정보통신을 비롯한 한국IBM의 4개 총판은 모두 의향서를 제출했으며 이 중 코오롱정보통신이 ‘우선’ 선정됐다. 일단 IBM 유통 사업에서 코오롱이 취급하는 물량이 60% 정도로 다른 총판보다 많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또 그룹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LG엔시스나 SK네트웍스 중 하나를 선택할 경우 삼성과 같은 다른 그룹과의 비즈니스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변보경 사장이 ‘IBM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점도 유리한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오롱은 이번 IBM 협력을 바탕으로 단순 유통 모델의 사업을 접고 다른 솔루션 사업도 이참에 정비하는 대대적인 사업 구조조정에 돌입할 계획이다.

 ◇예상되는 시장 변화=일단 IBM 측은 코오롱 측에 AAP의 독점권을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2의 업체가 추가로 선정될 가능성이 있다. 코오롱 측은 이에 대해 “서버 공급 주기가 평균 한달에서 수일 내로 줄어들고, 재고 부담 역시 절반 이상 줄어드는데 후발 주자가 나중에 선정된다 해도 주도권은 우리가 갖고 가게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AAP 성공 여부에 달려 있지만 이렇게 될 경우 IBM 서버 유통 사업은 4개 총판에서 코오롱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대두된 셈이다.

 그러나 IBM 측에서는 그룹 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LG엔시스나 SK네트웍스 등을 고려할 때 코오롱에 전적으로 무게를 실어주는 분위기를 공식화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추가 계약을 요구하는 총판이 있을 경우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특히 이들 업체가 코오롱 중심의 사업에 반발해 HP나 선, 후지쯔 등 경쟁사로 사업 무게를 옮겨갈 경우 그에 대한 대응책도 내와야 한다. 이런 입장은 코오롱도 비슷한 처지다. 코오롱은 IBM과 전략적 관계를 수립하면서 무엇보다 HP와의 관계를 어떻게 풀 것인지 숙제를 안게 됐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