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몰랐으면 경험해 보라!’
게임이 사람을 변화시키러 몰려 온다. 무기력한 사람, 갈 길 잃은 사람, 의욕을 상실한 사람, 뭔가 새로운 것을 찾는 사람. 게임이 이들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주러 찾아온다. 올 하반기와 내년초는 우리나라 게임 역사에 다시 없는 절정기가 될 전망이다.
내로라하는 기대작들이 줄줄이 정식 출시나 오픈베타서비스를 준비중이고, 이제 갖 나온 게임들도 시장돌풍을 일으키며 ‘대박’을 향해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개발사들의 출시 시점 조정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 웬만한 경쟁작이 나오면 ‘피해가던’ 자세에서 ‘정면돌파’라는 공격적 기세로 바뀌었다. 큰 경쟁에서 안되는 게임은 작은 경쟁에서도 뒤쳐질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 이들을 지배하고 있다.
◇새로운 게임, 새로운 흥분= 개발사들에게 하반기, 특히 학생들의 겨울방학이 끼인 연말연시는 그야말로 게임시장의 ‘파시’로 받아들여 진다. 따라서 역사적인 기대작, 시대를 뒤흔들 역작들은 대부분 이 시기에 오픈서비스 에 들어가거나 시장 론칭을 맞추게 된다. 올 하반기와 내년 초로 이어지는 시기도 예외가 아니다. 쟁쟁한 기대작과 화제작들이 이용자들을 벌써부터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가고 있다.
게임 하나하나가 특색을 가지고 이용자들에게 어필하듯 , 이용자들은 하나하나를 입맛대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에 또 한번 매료된다. 흡사 영화제 기간처럼 즐비하게 늘어선 상영작들을 둘러보며 취향에 따라 영화를 골라볼 수 있는 재미가 제공되는 것이다.
개발사들은 초기 마니아층 형성에 꽤 많은 정성을 들인다. 그것 만큼 시장효과를 단박에 확인할 수 있는 ‘돈 되는’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이 같은 문화도 바뀌고 있다. 마니아도 마니아지만, 대중에게 얼마만큼 어필하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된 것이다.
물론 여전히 개발자를 따라서, 전작의 매력에 이끌려서 게임을 선택하는 이용자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대세는 대중을 흥분시키지 못하는 게임이 대중의 선택으로부터도 멀어진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누구도 막지 못하는 ‘행진’= 앞으로 선보일 ‘SUN(웹젠)’, ‘그라나도 에스파다(한빛소프트)’, ‘라스트카오스(나코인터랙티브)’ 등은 전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남부럽지 않을 국산 온라인게임들이다. 일부는 완성작도 나오기 전에 벌써 수백만달러에 중국 등 해외시장에 팔려나가기도 했다. ‘길드워(엔씨소프트)’, ‘아크로드(NHN)’, ‘데카론(게임하이)’, ‘리버스(큐로드)’ 등 대형 개발사에서부터 중소 개발사까지 ‘영혼이 담긴’ 승부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이밖에 드러나지 않든, 알려지지 않든 상관없이 신작 개발 행진은 끊임없이 계속될 전망이다.
신작 행진을 끊기지 않게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자극제’는 바로 외국 개발사들의 거센 도전이다. 현재 진행중인 클로즈베타서비스에서 벌써 수많은 한국 게이머들을 열광시키고 있는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는 연내 오픈 베타서비스로 국내작들과 정면승부에 나선다. 여기에 일렉트로닉아츠(EA)도 연내에 ‘피파2005 온라인’으로 한국 온라인게임시장에 뛰어든다.
국내외 개발사들이 한국에서 벌이게 될 경쟁은 게임의 세계전쟁을 의미한다. 신작 행진이 끝나는 막다른 길에서 국내작과 외산게임은 밀릴 수 없는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다.
◇신작행진, 산업 경쟁력의 단초= 그러면서도 한국 진영은 자신감에 넘쳐있다. 온라인게임에서의 기술 선점이 제 빛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게임의 두터운 개발층과 다작 환경은 게임창작물 전반의 품질 및 경쟁력을 높이는 순기능을 가져 온다. 이 때문에 한국 온라인게임 개발 환경은 세계시장의 교과서로 당당히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앞선 온라인게임 경쟁력이 모바일 등 다른 플랫폼으로의 게임 이식은 물론 플랫폼 융합(컨버전스)에 있어서도 한발 앞선 도전의 단초가 된다는 점에서 향후 긍정성은 더욱 높다.
이미 온라인게임의 모바일 버전 출시가 줄을 잇고 있고, 온라인게임을 콘솔버전과 연계시키는 시도도 다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런 시도에 대한 원동력은 어디에서 비롯될까. 바로 시장에 구축된 게임상품의 폭넓은 구성력이다.
그러나 플랫폼 연계만으로 만족할 수는 없다. 한걸음 나아가 플랫폼 다양화도 우리 게임산업이 풀어야할 중요한 숙제다.
지금처럼 온라인게임만으로 세계 3대 게임강국으로 올라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국 등에서 아무리 온라인게임시장이 확대되더라도 비디오게임 등 세계시장의 주류 플랫폼을 외면해서는 게임산업의 궁극적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우종식 한국게임산업개발원장은 “온라인게임 하나만으로 세계를 호령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자만에 가득찬 착각에 불과하다”며 “다작속에서 다져진 풍부한 개발력을 이제 다플랫폼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많이 즐기고, 냉정한 평가를= 게임은 궁극적으로 소비재인 만큼, 이용자의 선택에 의해 생명력을 얻게 된다. 어떠한 평가보다도 이용자의 평가는 냉정하고, 그 평가에 대한 게임의 성패 갈림은 절대적이다. 아무리 많은 종류의 게임이 쏟아져 나와도 이용자들의 선택은 분명하다. 그래서 게임업체들은 개발을 위한 생존 게임에 이어 이용자 선택을 받기 위한 생존게임에 운명을 맡겨야한다.
올연말부터 내년 초까지의 시간은 게임이용자들에게 그 어느때 보다 행복한 항해의 시간이 될 전망이다. 때론 옥석을 가려내는 감별사로, 때론 승패를 규정하는 심판으로, 또 때론 그저 게임을 즐기는 하나의 자연인으로 신작 게임을 맞게 된다.
이용자들이 내리는 평가는 곧 게임의 발전과 성장을 만들어내는 밑거름이다. 깊어가는 가을, 숱한 기대작들이 쏟아지는 게임의 바다에 ‘풍덩’ 몸을 던져보자.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