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스타 열기 거시기 하네"

광주 게임마니아의 반응은 뜨거웠다.

전라도 지역에서 처음으로 열린 스타리그라는 점에서, 특히 광주 지역 게임방송 보급률이 10% 안팎으로 전국 최저 수준이라는 점 때문에 이번 스타리그 8강 광주 투어를 앞두고 관계자들의 걱정은 컸다.

‘과연 전남대 대운동장을 다 채울 수는 있을까’, ‘광주 스타크래프트 마니아들은 임요환이나 홍진호는 알아도 다른 8강 진출자는 잘 모르는 것 아닐까’ 등등. 이와 관련 주최 측은 대회전 광주시내 주요 도로에 100여개 플랭 카드를 내걸고 홍보용 전단지만 100만장 이상을 뿌렸다. 차칫 썰렁해질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기우였다. 경기 직전 한시간 전부터 운동장 주변을 맴돌던 관객들은 입장이 시작되자마자 준비된 5000개 좌석을 순식간에 채웠고, 자리를 못 잡은 입석 관람객이 좌석 좌우를 가득 메웠다. 무대 멀리 운동장 스탠드까지 모여든 인원은 2만 여 명.

“친구들 사이에서는 다 알려졌어요. 여기서 게임대회 열린다고요. 다 올거예요.”, “수업 끝나고 시간 때우며 기다리고 있었죠. 프로게이머 직접 보는 거 처음이거든요. 기대돼요.”, “TV에서만 봤던 임요환, 홍진호, 이윤열 선수를 직접 보고 싶어서요.” 대회장을 찾은 관객들의 반응이다.

부산과 대구에서 열린 대회에 비하면 2만이라는 관중이 적어보이지만 광주 인구와 게임방송 보급률을 고려할 때는 4∼5만에 해당하는 규모. 특히 대학생 이상의 성인층 관람이 많았다.

대회 장소가 대학 캠퍼스라는 점도 작용했겠지만 무엇보다 프로게임대회를 직접 보기 어려웠던 광주 지역에서 처음 열린 탓에 다양한 연령층의 ‘스타크래프트’ 마니아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들 두명과 함께 대회장에 온 이영순씨(39. 광주시 용봉동)는 “얘기는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이 녀석들이 구경 간다고 해서 손잡고 같이 왔죠. 사람 참 많이 왔네요.”라고 말했다.

이곳 광주에서도 테란의 황제 임요환의 인기는 최고였다. 많은 관객들이 “임요환 얼굴 한번 보러 왔다”고 말했다.

시간이 밤 9시를 넘어서면서 기온이 급속히 떨어져 운동장은 한겨울을 방불케 할 정도로 추웠다. 선수들은 두터운 담요를 걸치고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관중석의 열기는 끝까지 식지 않았다.

매 경기마다,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광주 팬들은 박수와 환호로 이에 보답했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온게임넷 관계자는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모든 걱정이 눈 녹듯 사라졌다. 스타리그와 프로게임에 대해 뜨거운 애정을 보여준 광주 팬들에게 정말 감사한다”고 말했다.

한편, 3전 2선승제인 이번 EVER 스타리그 8강전 1주차 경기에서 박정석, 최연성, 임요환, 홍진호가 각각 서지훈, 이윤열, 변길섭, 박성준을 상대로 1승을 챙겼으며 2주차 경기는 오는 22일 삼성동 온미디어 메가스튜디오에서 열린다.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