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칼럼]사교육이 능사인가

한 택시 기사 분이 “한달 내내 일해서 버는 돈이 150만원 남짓인데 자식의 사교육 비용이 100만원이나 되니 도대체 기본적인 생활이 되는가” 라고 한탄하는 소리를 들었다.

물론 사교육 문제가 언론에 오르내리고 정부에 대한 정책건의에서도 빠지지 않는 것을 보면 대한민국 가정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가 확실하다. 가족의 생계비에서 엄청나게 차지하는 사교육비, 그러나 경쟁이 일반화 돼있는 물질 추구 사회에서 여기에 대한 해결책은 과연 존재할까.

어릴 적 내가 자라던 환경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사석에서도 아이들에게 되도록이면 많은 경험, 특히 성취감과 팀워크를 경험할 수 있는 특활활동이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강조해 오곤 했다. 왜냐하면 내 기억으로는 나는 하고 싶은 것은 다 해서 그런지 오히려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 중에는 무용학원이라는 사교육도 경험했었지만, 대부분은 학교의 특활활동에서 내가 워낙 나서기를 좋아해서 두각을 나타내 많은 경험을 하게 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마산의 공립 국민학교치고는 특활활동이 다양하고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실내 농구도 있었고 웬만한 운동부들과 합창반, 기악반, 연극반, 무용반 등 다양한 부서들이 그냥 학교 내 행사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시 대항전, 도 대항전으로 해마다 대회가 있어서 매주 조회시간 마다 상 받으러 가는 일이 즐겁고 자랑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서울이 아닌 지방 도시에서 특활활동의 예체능수업이 전문적이면 얼마나 전문성이 있으랴 만은, 그 당시 특활 활동을 통해 얻는 경험은 깊은 예술기교가 아니라 성장에 필요한 사회성, 성취감과 같은 자질로 지금 본인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즉, 학교에서 제공되는 특활활동은 예술가가 되기 위한 고도의 테크닉을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성장에서 공부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지도하는데 꼭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요즘 부모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은 아이들에게 최고를 가르쳐주면 아이들이 최고가 될 것이라는 착각이다. 기교를 배운다고 갑자기 예술가가 되는 것이 아닌 것 처럼, 아이들에게는 기교습득보다는 예체능활동은 말 그대로 활동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활동이란 것이 무엇인가. 리더도 되어보고 또 반대로 리더가 되지 못하는 경험도 해 보면서 작품을 발표 해보는 것,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박수를 받던지, 상을 받던지 혹은 부모들이 칭찬을 하던지 하는 성취감을 느껴 보는 것, 그것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예체능 활동일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성장기에 많은 예체능 활동을 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피카소나 요요마에게 레슨을 시킬 필요가 없다. 아이들은 서로 어울려 경쟁과 협력이라는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필요한 요소를 체득한다. 요요마는 예술가를 지도해야지 아이를 지도할 필요가 없다.

사교육이 아닌 학교가 공부말고도 특활, 예체능 활동으로 충분히 아이가 가진 자질을 자극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주변에 돈이 많아서 처음부터 대학교수에게 바이올린 레슨을 가르치는 부모가 있다면 그것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겨버리면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 아이는 아마도 바깥에서 여러 명의 아이들과 어울려서 연극을 하고 싶어 할지도 모르지만 부모의 강요에 재미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이젠 사장 saralee@e-ze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