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스트]액토즈소프트 정동수 마케팅 실장

나날이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는 게임산업은 게임의 질과 양에서 매년 새로운 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치열한 경쟁은 마케팅에도 막대한 영향을 줘 어떻게 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유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지 연구하게 만들었다. 액토즈소프트의 정동수 실장은 최고의 홍보대행사 중 하나인 오리콤 출신으로 국내 게임계에 마케팅의 화두를 던지고 있는 인물이다.

“마케팅은 연애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귀는 것이죠.” 그는 마케팅에 대한 정의를 조금도 망설임없이 이렇게 말했다. 앤애라니? 자세한 설명을 부탁하자 하나의 예를 들어 줬다.

“‘A3’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습니다. 클로즈 베타 테스트가 끝나고 오픈 베타 테스트를 시작하기 전에 많은 유저들은 실망했다고 반응을 보였습니다. 최초의 성인용 온라인 게임이라고 해서 은근히 기대를 했었는데 실제로는 그게 아니였다는 거죠. 그때 저희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오프라인으로 보냈습니다.

우표값만 1억이 들었죠. 하하하. 그런데 그것은 가히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습니다. 한 PC방 사장은 자기가 5년 동안 카드 받기는 처음이라며 고맙다고 연락했습니다. 그것은 감동이죠.”

그는 그때의 일을 회상하듯 담배를 깊게 빨았다.

“연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감동을 주는 것이에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이 담긴 선물을 받는 것처럼 눈물나는 일이 없죠? 값은 전혀 문제가 아닙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어느날 집에 돌아 왔더니 크리스마스 카드가 편지함에 꽂혀 있다는 것. 얼마나 감동 먹겠어요. 유저에게 가장 어필할 수 있는 마케팅은 바로 연애하는 마음으로 하는 것입니다.”

# 도전을 두려워 하지 않았다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95년 국내 최고의 홍보대행사 오리콤에 입사해 비비안, 유한캠버리, 필라, 대웅제약 등을 담당했으며 99년에는 휘닉스컴으로 자리를 옮겨 한국통신, 코넷, 한미르, SK 텔레콤의 광고와 마케팅을 지휘했다. 이때 쌈장 이기석을 모델로 전격 기용하면서 처음으로 게임과 인연을 맺었다. 액토즈소프트에는 2001년에 입사해 ‘A3’의 마케팅을 처음부터 직접 이끌었다. 그러나 ‘A3’를 처음 성인용 게임으로 정했을 때 많은 진통을 겪어야 했다.

“개발자가 심의 때문에 이것저것 걸리는 일이 많다는 얘길 했는데 그것이 성인용 온라인 게임의 출발이었죠. 전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임원직들을 설득했습니다. 66%의 유저를 포기하고 34%의 유저를 선택하기로 마음 먹은 것입니다. 하지만 34%의 십분의 일만 가져오면 넘버 2로 갈 수 있었어요. 지금이야 이렇게 쉽게 말하지만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내부에서 회의적인 목소리가 컸으니까요. 하지만 전 자신있었습니다.

온갖 욕설과 싸움이 난무하는 온라인 콘텐츠에서 어른들만의 성숙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싶었습니다. 성인용은 야하고 폭력적인 요소를 의미하는 게 아니였습니다. ‘A3’라는 게임은 격식이 있고 다른 유저들과 진지한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실제 초창기 ‘A3’의 커뮤니티는 타 온라인 게임과 달리 수준 높은 것으로 유명했다. 실명 인증을 2단계 거쳐 겨우 만들어지는 계정은 사이버 주민등록증이었고 ‘A3’에서 만나는 유저들은 모두 예의가 있었다. 정 실장이 상상했던 목표가 정말 이뤄졌고 오픈 베타 테스트에서 상용화 서비스까지 무난한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그의 이름은 게임업체 관계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알려졌다.

# 국내 게임산업,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그는 국내 게임산업에 대해 ‘비전이 없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마케터의 입장에서 보면 게임은 엔터테인먼트고 문화 상품인데 게임 하나로만 매출을 올리고 수익을 발생시키는 구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초창기 게임산업은 게임의 질과 양을 일정 수준으로 맞추는 것에 있었고 이제 한국은 일본과 북미 개발사에 대항하기 위해 브랜드 마케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은 이제 타켓에서 생산국으로 변신하고 있어 금방이라도 국내 온라인 게임을 따라올 기세다. 하지만 일본과 북미의 장벽은 여전히 높기만 한데 그 이유가 바로 브랜드다. 미키 마우스가 있고 피카츄, 건담, 카즈야 등 콘텐츠의 브랜드화로 막대한 매출을 올리며 하나의 캐릭터로 수십 개의 회사가 먹고 사는 구조.

이런 것들은 기업과 산업의 성장 엔진이 되고 미래에 또 다른 영웅 탄생의 밑거름이 된다. 한국도 이제 이런 시스템을 갖춰야 할 시기인데 여전히 근시안적인 시각을 버리지 못하고 비슷한 게임만 양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동수 실장은 마지막으로 말했다.

“게임 마케팅은 단순히 포스터 예쁘게 만들고 어떤 매체에 광고해야 효과가 좋을까 생각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리니지’ 하면 딱 생각나는 캐릭터가 없죠? 그렇기 때문에 부가 사업이 힘든 겁니다. 기획 단계부터 브랜드로 만들 수 있는 것을 설정하고 ‘이거’ 하면 ‘아∼ 그거!’ 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진정한 마케팅입니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