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터에서 복사·스캔·팩스 기능까지를 한데 묶은 ‘디지털 복합기’가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
프린터·복사기 등 단일 기능 제품의 성장세는 주춤한 데 비해 복합기는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2년 이후 매년 배 이상씩 고속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기업 사무용(OA) 시장에서는 복합기가 복사기의 판매 규모를 근소한 차이로 넘어 주력 제품으로 부상했으며 소비자(CE)용 시장에서도 복합기가 프린터의 판매 규모를 넘어섰다.
개인 잉크젯 프린터 시장은 이미 복합기가 대세를 이뤘다. 용산과 테크노마트는 디지털 복합기의 가격이 제품 출시 초기에 비해 평균 30∼40% 저렴해지면서 한 매장에서 한달 평균 90∼100대씩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테크노마트 8층 오토콤정보통신 김도현 과장은 “단품보다는 이왕이면 복합기를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집과 회사의 구분이 없어지면서 다양한 업무 처리를 위해 복합기를 구입하려는 직장인, 디지털기기에 친숙한 젊은 학생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잉크젯 복합기 시장이 지난 2002년 30만대에서 지난해 85만대로 무려 세배 가까이 성장했으며 올해 경기 침체를 감안하더라도 100만대를 넘어서면서 프린터 판매 대수를 처음으로 역전할 것으로 내다 봤다. 금액 기준으로도 잉크젯복합기는 올해 1800억원 정도로 예상돼 단순 잉크젯 프린터 시장 1100억원을 훌쩍 뛰어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지난해 110만대 규모의 단품 프린터는 올해 90만대 선으로 예상돼 잉크젯 복합기와 비슷한 시장 규모를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시장 점유율 경쟁도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한국HP가 복합기 시장점유율 50%대를 유지하면서 선두를 유지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엡손이 치열한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삼성은 특히 지난해 점유율이 28%에서 올 상반기에 33%를 기록하며 한국HP를 맹추격하고 있다.
한국엡손 오태수 부장은 “앞으로 개인용 포토 프린팅 기능을 갖춘 복합기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며 “레이저 복합기로 제품 라인업을 크게 강화하고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인다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OA시장에서도 이미 디지털 복합기가 복사기를 대체해가고 있다.
한국후지제록스를 비롯해 신도리코·롯데캐논 등은 이미 레이저 복합기를 주력으로 시장 활성화에 불을 지피고 있다. 롯데캐논은 지난달 컬러 흑백 겸용 고속 디지털 복합기를 출시하고 공격 마케팅에 고삐를 죄고 있다. 롯데캐논이 이번에 선보인 야심작 ‘IR C6800N’은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POD(Print On Demand)’서비스를 겨냥한 전략 제품으로 맞춤형 학습지, 소량의 팸플릿, 판촉용 DM 등을 출력할 수 있다. 도시바도 복합기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브랜드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준비중이다.
업계에서는 복사기를 기본으로 한 레이저 복합기 시장은 작년 40만대 선에 머물렀지만 올 상반기에만 25만대 규모로 커져 잉크젯 복합기만큼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국후지제록스 박승필 팀장은 “일반 복사기와 레이저 복합기를 놓고 볼때 올해를 기점으로 판매 대수와 금액 면에서 모두 복합기가 사무용 기기의 대명사인 복사기를 역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etnews.co.kr
디지털 복합기가 기존 프린터와 복사기 시장 규모를 뛰어 넘어 화제다. 테크노마트 매장에서 고객이 복합기 제품을 고르고 있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