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물배상책임(PL)법이 시행된 지 2년여가 지난 가운데 PL사고에 대한 정부와 민간의 평가 결과가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22일 관련 정부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PL법에 따른 손해배상 사례가 극소수에 그치는 등 산업계가 충분히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 반면 민간에서는 ‘PL사고 건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대립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산업계는 PL 사고 및 상담 건수를 들어 보다 적극적인 대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대한손해보험협회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들어 6월까지 접수된 PL사고 건수는 전년동기보다 80%이상 증가한 1215건으로 나타났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가 지난 9월말까지 집계한 전자제품PL상담센터의 PL상담 건수도 지난해 동기에 비해 40% 늘어난 578건이었다.
◇산업계, “기업 대처능력 부진”=“PL 유관단체 및 학계는 PL사고 건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기업의 PL 대응 능력은 미진하다”는 게 산업계 지적이다.
PL협회 김남표 팀장은 “설문조사 결과 기업 70% 이상이 PL에 대응하고 있다고 응답했지만 우리가 볼 때는 그 수치가 20%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PL학회장을 맡고 있는 이화여대 박재흥 교수는 “소비자가 PL법을 통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범위는 매우 광범위해 기업들도 PL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조치 충분”=재정경제부 소비자정책과 관계자는 “산업자원부와 중소기업청 등 유관 부처에서 별도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며 “충분히 대처하고 있는 만큼 보강할 조치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중기청 시험평가과 관계자도 “2년여 동안 소비자의 소송으로 기업들이 배상한 사례가 7건에 450만원 정도”라며 “당초 우려한 만큼 PL에 따른 피해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PL관련 예산은 지난해보다 20% 줄어든 8억원이었고 내년에는 더욱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왜 이견 생기나=산업계는 이같은 이견에 대해 “정부가 업계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전자산업진흥회 이상근 전자제품PL상담센터장은 “PL사고 발생 건수 중 언론 등 대외적으로 알려지는 사례는 빙산에 일각”이라며 “소비자들이 소송보다는 기업들과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에 문제가 크게 두각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이종목 PL사업팀장도 “중소기업들은 PL소송을 당할 경우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어 최대한 알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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