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1호 원전 생사 `갈림길`

지난 1978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국내 첫 원자력발전소(원전)인 고리 1호기의 계속운전 및 폐기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고리 1호 원전의 법정수명(30년) 시한이 4년 후인 2008년으로 다가왔으나 아직 계속(연장)운전을 위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원자력안전규제기관인 과학기술부는 기존 원자력법에 따라 원전 안전성 확보를 위한 폐기를 기본 방침으로 삼고 있다.

 25일 김영식 과기부 원자력안전심의관은 “당초 고리 1호, 월성 1호기가 법정수명 만료에 따른 폐기 대상이었으나 산업자원부가 2002년 8월 마련한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고리 1호기를 폐지대상에서 제외해 이슈로 불거졌다”며 “계속운전시의 안정성 여부를 가릴 틀(안전요건)이 없는 상태에서 성급하게 절차(원자력법)부터 바꿀려고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 심의관은 “계속운전을 위한 원자력법 개정 여부는 무엇보다 국민(지역주민)적 합의, 안전요건 확립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성급한 연장운전 추진을 경계했다.

 과기부는 일단 올해 말까지 공청회, 토론회 등을 거쳐 고리 1호기 계속운전 여부를 결정할 안전요건을 제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계속운전을 추진할 경우에는 △원전정책의 일관성 상실에 따른 국민신뢰도 저하 △상대적인 안정성 하락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기부는 이같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원자력법 개정은 안전규제를 확립한 이후에나 검토할 문제’라는 기본방침 아래 민·관 공청회, 토론회 등을 열어 여론을 수렴하기로 했다.

 반면 산자부와 사업자(한국수력원자력)는 고리 1호기 계속운전의 경제성을 내세워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고리 1호기와 같은 시설용량 60만㎾급의 원전을 새로 건설하려면 약 1조5000억원이 필요하지만 계속운전하면 1500억원으로 10년 동안 같은 량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강성종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와 관련, “(전문가에 따르면) 계속운전을 위한 기본 조사에 40개월, 제반 설비교체에만 40개월이 소요된다고 하는데 고리 1호기의 법정수명 완료까지 4년밖에 남지 않았다”며 “빠른 시일 내에 법률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선빈 과기부 원자력안전과장은 “무엇보다 산자부와 사업자가 계속운전에 대한 고리 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얻고, 국민들의 신뢰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며 “원자력법 개정문제는 그 이후에 추진할 문제”라고 밝혀 법 개정까지 적지않은 진통이 있을 전망이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