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지적재산권(IP) 제도를 무조건 모방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특히 미국의 IP제도를 모방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습니다.”
특허청과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25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저개발국 지식재산 각료회의’에서 ‘지식재산과 발전 정책’이란 기조연설차 방한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콜롬비아대 교수(61)의 말이다.
그는 “미국은 지재권제도수립 과정에서 산업계 등 이익집단의 목소리를 대거 반영하고 있다”며 선진국의 개발과정에 있는 나라들이 선진국의 지재권을 무조건 도입, 또는 반영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경계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와 함께 “IP제도는 일종의 법률시스템인데 (미국의)판사들은 복잡한 과학기술의 지재권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날로 발전하고 있는 첨단기술을 반영한 지재권에 대해 법조계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 특허 등록 수 기준으로 전세계 4위로 개발도상국 중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한국은 그런 의미에서 특허 제도가 균형감을 유지해야 합니다. 특히 유전자 등 새로운 분야의 경우 미국에서 볼 수 있듯이 엄청난 소송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라며 IP 분야 선진국인 우리나라에 형평성 있는 IP제도 마련 필요성을 강조했다.
스티글리츠교수는 또 중국 등 일부 국가의 IP침해와 관련 “중국이 특허를 많이 보유하는 나라 중 하나로 특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며 낙관적 시각을 보였다.
‘정보경제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창시하는 등 현대경제학의 핵심 개념을 만들었으며 또한 클린턴 정부에서 경제자문 위원을 역임했던 그는 한국 경제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미국의 경제 상황이 한국보다 훨씬 부정적”이라고 단정 짓고 “한국은 전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잘 버텨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한국이 IMF 외환위기 이후 중국과의 거래규모를 늘리고 미국과의 거래규모를 줄인 것은 매우 현명한 선택”이라며 “과거 일본이 90년대 장기불황에 가졌던 문제점들이 한국에서전혀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심각하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개발적 요소를 강조한 IP제도 마련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개발적 요소를 강조한 IP제도는 △효과적인 경쟁의 담보 △의료보건 문제 △기술이전 등이 고려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IP의 과도한 보호는 연구개발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으며 특히 개도국의 경우 그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