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브랜드의 노트북PC가 몰려 오고 있다. 그동안 대만 노트북 업체는 자체 브랜드 보다는 주로 주문자상표부착(OEM)이나 조립생산(ODM) 방식 등 간접적인 방법으로 국내 시장에 노트북을 공급해 왔다. 에이서 등 일부 업체가 국내 시장에 제품을 선보인 적은 있지만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했었다.
그러나 최근 대만 IT시장이 살아나면서 이를 기반으로 대만 노트북 업체들이 한국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이전과 달리 자체 상표를 고집하면서 보급형 제품 보다는 고급 사양을 갖춘 하이엔드 제품을 주력으로 시장 공략을 선언해 주목된다.
대만계 최대 전자그룹인 벤큐는 컴퓨터 주변장비를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 안에 벤큐 브랜드의 노트북까지 선보이며 제품 라인업을 갖춰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다음달부터 제이씨현을 통해 15인치와 17인치급 LCD 모니터를 우선 출시키로 했다.
이어 시장조사를 거쳐 내년 상반기 안에 벤큐 노트북 ‘조이북’을 론칭한다는 전략이다. 벤큐는 대만의 최대 전자그룹으로 에이서에서 계열 분리됐으며 국내에서는 AUO코리아를 통해 주로 LCD 패널 등을 삼성과 LG 등에 공급해 왔다. 컴퓨터와 관련 주변기기 사업을 위해 지난해 AUO코리아와 별도로 국내에 지사를 설립했다.
벤큐 한국사무소 최종성 부장은 “국내 시장에서 대만 제품의 인지도가 다소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기술력과 생산능력 면에서는 한국 업체에 비해 손색이 없어 애프터서비스 체제 등만 제대로 갖춰지면 충분한 승산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대만의 최대 하드웨어 기업 아수스테크도 AS센터를 공식 오픈하고 국내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지난해 6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아수스는 대만·러시아 등에서 노트북 판매 1위를 달리고 있지만 한국 진출을 주저해 왔다. 아수스는 취약한 오프라인 유통망을 보완하기 위해 LG이숍과 독점판매 계약을 체결하는 등 온라인 채널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440만원대 와이드스크린 노트북 등 하이엔드 제품에 승부를 던진다는 전략이다.
아수스테크 측은 “샘플 형태로 국내 시장에 선보인 제품이 매진될 정도로 호응이 높다”라며 “AS센터를 늘리고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연말까지 월 1000대, 내년까지 월 5000대 판매가 목표”라고 말했다. 아수스는 노트북으로 지난해 전체 매출 90억달러의 29%를 올렸다.
세계적인 PC 메이커인 대만 에이서도 국내시장의 재진출을 노리고 있다. 특히 에이서는 판매망과 AS면에서 현지 업체에 크게 밀렸다고 판단해 자체 AS망 구축에 나서는 등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에이서는 태블릿PC 등 국내업체의 제품군이 다소 취약한 고성능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서는 유럽 지역에서 노트북 판매량 1위를 달리고 있는 세계적인 PC메이커로 올해 400만대에 이어 내년 600만 대의 노트북을 출하해 오는 2007년 세계시장의 점유율을 지금의 5위에서 3위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한편 대만은 올해 세계 시장에 판매하는 노트북 규모가 무려 3350만대로 예측할 정도로 세계적인 노트북 생산기지로 명성을 얻고 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