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세계 최초 휴대폰결제 상용화
벨소리를 첫 아이템으로 준비하던 99년에 전혀 예기치 않았던 또 한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 초고속인터넷망의 보급과 무료를 앞세운 다양한 서비스를 앞세워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던 인터넷과 역시 셀룰러폰과 더불어 PCS로 인해 대중화되던 이동통신, 즉 휴대폰이라는 두 이기종 망을 이용해 사용자 인증을 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이것이 단초가 되어 아예 인증과 과금까지 휴대폰으로 하는 새 결제수단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이른 것이다.
이때는 인터넷기업들의 회원수는 늘어나고 있었지만 수익모델을 발굴하지 않으면 더 이상 지탱해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게임업체들 등 사이트들도 조금씩 유료 상품을 출시하고 있었지만 소액 위주여서 적합한 결제수단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바로 이 점에 착안한 것이 오늘날의 휴대폰결제이다. 돌이켜보건데 지금도 변함없는 휴대폰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나의 확신은 거의 맹목적이었다. 그것이 전래 없던 휴대폰결제라는 새 시장을 개척하고자 하는 결단을 가능케 한 것이기도 했다.
일단 아이템이 정해지자 바로 상용화에 착수했다. 현재 커머스사업부 기술부분을 맡고 있는 류긍선 부장을 필두로 6명의 직원들이 밤낮없이 개발에 매달리는 한편, 99년 8월 관련 특허를 출원했고 우리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있는 가장 핵심인 이동통신사와의 제휴를 위해 종횡무진했다.
지금이야 휴대폰으로 뭔들 못할까 싶지만 당시로서는 휴대폰으로 무엇인가를 살 수 있다는 것은 획기적이다 못해 허무맹랑해 보이기까지 했던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동통신사들을 오가며 담당자를 확인하고 그들을 설득해가는 작업이 반복되었다.
이동통신사를 방문할 때마다 해당 회사의 번호가 적힌 명함을 내놓았고 실제로 다섯개의 휴대폰을 들고 다녔다.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일하고자 하면서 정작 자신은 상대방 회사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기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이런 모습에서 신뢰를 쌓을 수 있었고 서비스가 진행된 이후에는 그 각각의 휴대폰들은 더욱 긴밀한 연결고리가 돼줬다.
협의는 신세기통신과 SK텔레콤부터 진행되어 갔다. 마침 결제분야에 대한 탁월한 이해와 명석한 판단력을 바탕으로 실무를 진행하는 담당자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큰 행운이었다. 기술적인 프로세스 개발과 함께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수수료율과 각종 약관을 정립해 가는 등, 인프라 구축이 가시화되자 휴대폰결제를 사용해 줄 인터넷기업들을 찾아야 했다.
엔씨소프트 같은 선두 게임업체를 비롯해 신생업체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비즈니스에 휴대폰결제가 날개가 되어줄 수 있다는 확신으로 제휴를 위한 영업에 박차를 가했다. 한편으로는 우리의 뒤를 이어 이 시장에 뛰어드는 경쟁업체와의 차별성 획득은 물론 선도업체로서의 시장확대를 도모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TV 광고를 진행해 휴대폰결제의 탄생을 알렸다. 또 주 사용자가 될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 극장광고와 연계한 이색 붕어빵봉투 이벤트로 세간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00년 7월 28일 세계최초로 휴대폰결제가 시작된 이후 매달 제휴사와 거래액이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해 불과 10개월만인 2001년 5월에는 거래액이 100억 원을 돌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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