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문화콘텐츠산업 포럼 개막

 문화콘텐츠산업 발전을 위한 한국·중국·일본 3국간 협력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도쿄에서 열리고 있는 ‘2004 한·중·일 문화콘텐츠산업 포럼’에서 3국간 문화콘텐츠 분야 협력방안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개막 이틀째인 26일에도 문화콘텐츠 분야 3국 차관들이 만나 국가 간 협력을 공식화한 데 이어 국장급 회의와 업계대표 회의가 열려 체계적인 협력방안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는 중간 평가가 나왔다.

 ◇본격적인 협력의 길로=지난 2002년 중국에서 개최된 ‘한·중·일 콘텐츠산업 심포지엄’과 지난해 제주도에서 열린 ‘한·중·일 콘텐츠산업 포럼’을 거치며 한·중·일 3국은 문화콘텐츠 분야 협력의 필요성을 인식했다. 따라서 이번 포럼은 협력의 필요성을 막연하게 느끼는 단계를 넘어 이를 현실화하는 최초의 자리라는 의미가 있다. 이 같은 요구를 반영하듯 이번 포럼은 △정부 고위층의 선언 △정부 실무자의 정책논의 △업계의 협력방안 구체화라는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갖췄다는 평가다.

 이에 앞서 25일 개막일에는 3국의 차관급 인사들이 공동으로 “세계 문화콘텐츠시장을 함께 개척해 나가자”고 역설했으며, 이 같은 의지는 둘째 날 국장급 회의를 거쳐 구체적인 협력조항들이 포함된 ‘한·중·일 문화콘텐츠산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로 완성됐다. 또 포럼 기간 민간업계는 별도의 분과회의를 통해 활발한 협력을 약속했다.

 이를 통해 3국은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기틀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포럼이 3년째를 맞으면서 논의가 심도있게 진행되고 있다”며 “그동안 미온적이던 중국조차 올해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함께 세계로=이 같은 분위기는 문화콘텐츠 분야의 국가 간 협력이 점차 중요해지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에 대항하는 길은 아시아 3국의 문화콘텐츠 산업 역량을 결집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특히 MOU 문항에 포함될 내용 중 △문화콘텐츠 공동제작과 무역투자 활성화 △디지털화 추진 △산업정보 및 통계기준 확립 협력 등 핵심 협력방안들은 아시아에서의 활발한 유통을 통해 각국의 경쟁력을 강화한 후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공동투자펀드 조성 △분쟁중재위원회 설립 △건전 게임문화 조성사업 공동 전개 등 이번 MOU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실무 차원에서 논의중인 내용도 눈에 띈다. 이들 쟁점은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아시아 지역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데 한몫 할 것으로 보인다.

 ◇풀어야 할 숙제=물론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3국이 세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동반자로서의 협력을 다짐했지만 여전히 아시아에서는 경쟁국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3국간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세부적인 협력방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한국은 최근 한국산 온라인게임에 대한 수입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 ‘호혜의 원칙’에 입각한 유연한 대응을 요구하며 이를 명문화하려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 장르별 문화콘텐츠 공동제작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대다수의 의견이다.

 그러나 3국간 협력에 대한 시너지를 의심하는 이는 없다. 한 문화콘텐츠업계 관계자는 “한·중·일은 문화적 배경이 비슷해 서방 국가들과 협력하는 노력의 반만 기울여도 그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배척하지 않고 협력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