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강국을 건설하자]제5부·끝-결산 좌담회

사진; 전자신문은 지난 10개월간 연중 기회 시리즈로 ‘나노강국을 건설하자’란 대주제를 다뤄왔다. 이를 통해 정책적 대안 제시와 NT 산업 육성 및 저변 확대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연중 시리즈를 마무리 짓는 좌담회를 산·학·연·관의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25일 경기도 과천 그레이스 호텔에서 열고, 나노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문제점을 조명해보았다.

나노기술(NT)은 바이오기술(BT)과 더불어 앞으로 인류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1년 ‘나노기술( NT) 종합발전 계획’을 수립,대대적인 투자와 지원에 나섰으며 기업들도 연구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오고 있다. 본지 또한 ‘나노강국을 건설하자’를 연중 캠페인을 펼치며 나노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널리 인식시키고자 애써왔다. 연중기획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산·학·연·관 전문가들을 초청, ‘지난 3년간 국내 나노기술개발의 성과와 문제점,그리고 대책’에대해 들어보는 자리를 지난 25일 과천 그레이스호텔에서 마련했다.

*참석자: 이조원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장/이희철 KAIST 나노종합팹센터 소장/박종구 KIST 소재재료연구센터장/윤석열 삼성SDI 중앙연구소장/이경호 LG전자기술원 소자재료연구소 연구위원/최민구 산업자원부 과장/강병삼 과학기술부 서기관/ 사회=유성호 전자신문 디지털산업부장

▲사회(유성호 전자신문 디지털산업부장) = 나노기술은 반도체,정보화,컨버전스에 이어 우리 사회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합니다. 반면 산업과 경제,생활과 문화에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이해하기 힘듭니다. 대체 NT란 무엇이고 과연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해 주시지요.

▲이조원(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장) = NT란 나노미터(nm:10억 분의 1미터) 크기의 물질들을 만들고, 이들이 갖는 독특한 성질과 현상을 찾아내 제어·조작 등의 과정을 거쳐 유용한 성능의 재료·시스템을 만드는 기술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현재 NT가 중요하다는 공감대는 세계적으로 형성된 상태입니다. 그래서 각 국들이 NT 발전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NT는 전체적으로 아직도 초기 상태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NT는 사회적인 또는 산업적인 통념을 깨는 특이한 분야입니다. 일례로 수천 년간 인류는 금은 누런 색이다,불활성의 특성이 있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NT가 부각되면서 20nm 이하의 금 입자는 빨간색을 띈다는 사실을 알게 돼 `금`하면 누런 색의 황금을 연상하는 개념을 무너트렸습니다.

NT가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단타성이 아닌 여러 번의 대박(?)을 터트릴 수 있습니다. 과학 기술을 신에 비유하면 나노는 제우스에 해당된다고 봅니다. 나노 기술이 산업에 접목되면 그 파급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사회=NT종합발전계획이 수립되고 시행한지도 벌써 3년째를 넘기고 있습니다. NT 육성에 심혈을 기울여온 각계에서 지난 3년간의 성과에 대해 평가 한다면.

▲강병삼(과기부 서기관)= 지난 2001년 당시 NT가 중요하다는 인식과 함께 육성 의지를 갖고 미국의 NT 청사진을 모방, 수립했습니다. 특히 나노 관련 연구 인프라 구축과 고급인력 양성에 초점 을 두었습니다. 올해 NT 관련 지원 예산이 2700여 억 원 가량되는 데 10년간 1조2000억 원을 NT에 투입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1년 예산치곤 많다고 봅니다. 지원 예산 투입은 초과달성한 셈입니다. 그만큼 정부가 NT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적극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일부에선 나노팹센터 구축 등을 놓고 과도한 투자가 아니냐고 말할 정도로 정부는 과감한 투자를 벌이고 있습니다. 또 종합계획 수립 후 20여 개 대학에서 나노학부 등 인력 양성 과정이 생기는 등 대학에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 인력 양성 시스템 측면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봅니다.

▲이희철(KAIST 나노종합팹센터 소장)= 영국·미국·스위스 등 선진국들이 80년대 중후반부터 나노연구를 시작했지만 우린 3년 남짓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NT 특허 출원 건수를 보면 세계에서 뒤지지 않습니다. 논문수준도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것이 나오고 있습니다.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우리도 상당한 수준에 오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얻을 만한 것이 있다고 외국의 NT 전문가들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회=지난 3년간 NT 육성에대한 각계의 노력과 의지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그간 나타난 문제점은 없나요.

▲최민구(산자부 과장)=지금은 나노 기술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강한 반면 나노기술에 집중해서 뭐가 나오느냐 하는 이분법적인 생각이 팽배합니다. 정부가 NT에 지속적으로 재원을 투입하고 있는 반면 산출 측면에서 아직 뚜렷한 결과는 없습니다.

 나노 기술이 종류가 다양하고 나노화장품·은나노코팅 등처럼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분야도 있고 탄소나노튜브처럼 먼 미래의 기술도 있습니다. 나노 프로젝트가 다른 산업의 프로젝트와 경쟁, 살아남기 위해선 나노 프로젝트별로 당장 산업화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해야 합니다. 과기부가 구축중인 나노 인프라를 바탕으로 시장에서 100을 투입하면 3∼4년 내 140의 산출이 나오는 NT를 찾고 있습니다.

▲윤석열(삼성SDI 중앙연구소장)=업계에서는 그간 NT 개발에 필요한 비싼 설비에 적극적인 투자를 했습니다. 재료 부분에서도 막연히 개발 보다는 수입하면 된다는 식이었습니다. 그러나 1등을 유지하기 위해선 재료고 핵심이고 한발 더 나아가 나노사이즈를 제어하는 기술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지난 92년 IT에 손댄 IT전문가들은 대부분 실패했지만 IT 기술을 모르는 비전문가들이 돈을 벌었습니다. 여기서 교훈을 찾아야 합니다. 너무 기술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면 돈을 벌지 못합니다. 기술이 대중화 돼야 파급효과가 큰 만큼 필요를 위해선 대중화가 전제돼야합니다. 여기서 나노의 대중화 물꼬를 터야 합니다. 

▲이희철(KAIST 나노종합팹센터 소장)=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하고 싶습니다. 지난해 모 잡지에서 전문가들에게 5년 뒤 세상을 바꿀 10대 기술을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생명복제· 유비쿼터스 등이 지목됐는 데 그 중 7가지 기술이 나노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이경호(LG전자기술원 소자재료연구소 연구위원)= IT 산업의 뒤를 이를 후보산업으로 나노를 꼽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나노 산업을 자동차·반도체 등처럼 대형산업을 가져다줄 것으로 조바심내고 있습니다. 나노가 대형 산업화 단계로 가기 위해선 철저한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봅니다. 나노산업이 D램·LCD 산업 수준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험난한 과제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가 반도체·IT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 기초기술은 취약합니다. 나노가 대량 산업화 단계로 진입하기 위해선 나노 관련 기초를 탄탄히 다져야 합니다. 나노 분야가 우리나라의 수출주력 품목이 되기 위해선 10년도 빠르다고 봅니다. 정부·산업체는 나노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힘을 쏟아야 합니다. 초등학생들도 나노가 어떤 분야란 생각을 할 정도로 나노 비전문가를 배출하는 등 NT의 저변을 확대해야 합니다. 반도체와 IT 산업 둘 중 하나를 실기한 나라 보다 둘을 잃어버린 나라가 더 많습니다. 그런데 두 가지 산업을 실기한 나라들도 더 이상 나노 분야에서만큼은 실기하지 말자며 NT를 의욕적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장기적으로 인내심을 갖고 나노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힘써야 합니다.

▲최민구= NT가 언젠간 산업화될 테니 조금 더 기다리면서 투자하자는 생각은 지양해야 합니다. 정부 입장에선 산업화 비전 없이 NT를 육성할 수 없습니다. 10년 동안 NT에 투자했더니 더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투입량보다 산출량이 많아야 합니다. 나노 속에서 존재하는 서브 단계의 기술 블록들이 어떻게 연계되고 이를 산업화할 수 있는지 연구해야 합니다. 현재는 목표가 분명하지 않지만 파급효과가 있는 분야에 중점을 둬야 합니다. 일례로 A란 기업이 NT를 개발했을 때 후방산업인 장비와 재료는 뒷받침되는 지, 한쪽만 비정상적으로 가는 건 지를 눈여겨봐야 합니다. IT·반도체 등 분야에 NT가 적용돼 상업적으로 성공해야 NT 가 희망도 주고 할말하구나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큰 시장에서 성공한 기술은 작은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강점을 보이는 산업에서 먼저 NT의 상업화를 실현해야 합니다. 막연히 NT가 중요하니 빨리 정부가 지원해달라는 식의 요구는 공허한 메아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조원= NT 종합발전계획을 세운 지 3년이 지났지만 실제 90년대 중반부터 NT 연구가 시작됐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생명 공학의 황우석 교수처럼 NT 저변 확대를 위한 나노 스타가 없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외국의 NT를 따라가기 바쁜 상황에서 나노 스타를 만들 여력이 없었습니다. 미국 경우 초등학생도 나노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도 10∼20년 후를 보고하고 나노 교육에 집중해야 합니다. 또 산업계와 학계가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NT가 경쟁력을 갖는 시기가 곧 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사회=문제점에 대한 인식은 조금은 다르군요. 현 단계에서 산업화·기초 기술 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요.

▲이희철(KAIST 나노종합팹센터 소장)= 일본·유럽·중국·대만의 NT 육성전략을 벤치마킹해서 우리 나름대로 모델을 세워야 합니다. 독일은 나노 수준의 실리콘 기반 전자공학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대만은 미국·일본의 NT 경쟁을 비켜가는 틈새 시장에 자원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미국·일본과 전면적으로 경쟁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기술 우위성이 있거나 기술개발의 가능성이 큰 분야를 선택, 집중적인 투자를 해 경쟁력을 제고해야 합니다.

  NT의 원천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산업화에 대한 기업 관심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합니다. 일본은 10년 후 NT 재료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할 기업을 10개 이상 만든다는 목표를 세우고 300개 대기업 및 중소기업이 모여 만든 산·학·연의 NBCI(신산업창조추진협의회)를 통해 산업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강국인 일본이 연대를 통한 산업화를 꾀하고 있는 것을 유념해야 합니다. 우리도 대학·기업이 따로 움직여선 안 됩니다. 우리는 나노 기술의 목표와 구호를 제정, 이를 토대로 NT로드맵을 만들어야 합니다. 백화점식 NT 개발은 지양해야 합니다. 집중과 선택의 전략을 펼쳐야 합니다.

▲박종구(KIST 소재재료연구센터장 )=우리나라의 투자 규모는 타분야에 비교해 높은 편입니다. 그렇지만, 경쟁국가와 비교했을 때 투자 규모가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투자를 결정짓기 위해선 투자 포인트가 중요하듯 정부의 나노 육성 정책에 있어서도 나노엔지니어링과 나노사이언스를 구분해야 한다고 봅니다. 나노엔지니어링은 목표가 뚜렷해야 하고 나노사이언스는 미래를 보아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강점은 기초 과학 분야보다 엔지니어링에 있습니다. 그런데 상당수가 엔지니어링보다 사이언스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나노 관련 잘되는 부문을 구분하고 목표 지향적인 나노 산업에 대한 냉철한 눈을 가져야 합니다. NT를 발전하기 위해선 나노를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해보고 새로운 방향에서 정책을 다시 수립해야 합니다.

▲윤석열=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 화두입니다. 그렇다면, 이 화두의 동의어가 뭐냐고 묻고 싶습니다. 바로 포기와 무관심입니다. 정부가 IT·NT·BT 등 모든 기술을 다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NT 하나로만 해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NT에 국가경쟁력을 집중해도 경쟁력이 있을까 말까 합니다. 정부는 물론 산·학·연이 NT 경쟁력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외산 장비를 들여와 NT를 연구하겠다는 산·학·연 보다 NT를 평가하고 분석하는 산·학·연에 정부는 지원을 집중해야 합니다.

▲사회= 나노 분야는 기존 분야와 달리 특정 산업 제품에 귀속되지 않고 전 산업에 스며들어가는 기반 기술입니다. 지금과는 다른 정책과 산·학·연·관이 치밀한 연결고리를 갖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최민구 과장= 기반 기술과 산업 중 어느 곳에 치중하느냐는 논란이 있습니다. 그러나 두 가지는 연계된다고 봅니다. 하나의 프로젝트 속에 기반 기술과 산업화 기술이 같이 있습니다. 산업화 기술을 전제로 하지 않은 기반 기술은 의미가 없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산업화 성공을 염두에 둔 과제에 집중해야 합니다. 굳이 기반기술과 산업화 기술을 억지로 구분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강병삼= 현 시점에서 NT종합발전계획을 다시 한 번 반추 해볼 계획입니다. 범부처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나노 프로젝트의 연계성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부처와 종합계획을 한번 보완할 방침입니다. 시기적으로 적당하다고 봅니다. 됨. NT의 산업화 분야에서 재원 투입 대비 산출은 철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의 재투자가 어렵고 예산 당국도 난색을 표합니다. 기초과학 투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나노산업의 특성을 감안한 발전 계획을 수립하는 데 고심할 것입니다.

정리= 안수민기자@전자신문, sm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