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에서 남북 출입국관리소(CIQ)까지는 차로 달려 불과 20여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2㎞ 남짓, 그 누구도 쉽게 밟아보지 못한 북녘의 땅이 있었다. 50여년간 ‘금단의 땅’으로 민족의 한이 서려 있던 그 곳, 맑은 날 남산타워에서 망원경으로 보면 또렷이 보이던 개성이 황량한 벌판으로 맞아 주었다. 멀리 개성의 상징인 송악산이 에워싸듯 개성시를 품고 있었다.
개성공업지구(개성공단)관리위원회 개소식에는 60여명의 국회위원과 관계 인사 등 우리나라에서 220여명이 참석했다. 50여년의 한이라도 담고 있듯 지난 20일 개성은 유난히 흙바람이 거셌다. 총면적 2000만평의 광활한 대지위에 세워질 공단이지만 지금은 몇 동의 조립식 건물만이 존재하는 황무지다. 6년 후면 입주업체들이 북적대 건강한 심장처럼 박동칠 것을 기대하며 참석자 모두는 숙연한 분위기였다. 개소식 와중에서도 둔중한 굴삭기의 움직임과 트럭들의 바쁜 걸음은 쉬지 않았다.
역사적인 첫삽을 뜨는 순간에도 중장비는 쉬지 않았다. 역으로 북녘의 땅은 그만큼 경제활성화가 급하다는 얘기다. 한눈에 봐도 북녘의 땅은 경제의 활력이 필요했다. 우리의 기술과 자본으로 같이 가야 할 동족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협력하는 것이 나을 것이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개소식 축사에서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은 감회가 새로운 듯 연신 눈시울을 훔쳤다. 그는 “불신의 벽을 허물고 민족경제공동체를 만들었다는 데 개성공단 설립의 가장 큰 뜻이 있다”며 “개성공단이 완공되면 중국·홍콩·베트남에 앞서는 경제특구가 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개성공단이 힘차게 돌아가면 연 200억달러의 수출이 가능할 것”이라며 “북녘의 경제를 살찌우는 원천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해 주동찬 북한 중앙특구 총국장은 “사상과 제도의 차이는 있지만 하나의 강토에 하나로 살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처지”라며 “실리있게 운영해 나라발전과 통일의 초석이 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경제를 살찌우겠다는 개성공단의 목표점은 서로 같지만 남북한 간 50여년의 괴리는 역시 낯설고 물설다. 서로를 축하하러 가는 길목에도 삼엄한 경계를 통과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의 한 직원은 북한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몇번이고 되풀이했다. 북한이 피할 수 없는 개방과 개혁을 맞았어도 실상을 낱낱이 보여주기에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개성공단에는 아직 이렇다 할 시설이 들어서지 않았다. 조립식 건물 몇 동만이 활량한 벌판에 상징물로 서 있다. 현재 다음달까지 입주 예정인 업체는 15개사. 2000여개의 업체를 입주시킨다는 것이 관리위원회의 목표다. 웅장한 기계음과 남북한의 땀이 어울어져 본격적인 생산물이 나오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개성은 지리적으로 남한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자리한 북한의 대도시다. 평지와 물류 이동의 용이성이라는 산업적 특성을 갖추고 있어 발전속도 또한 빠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에도 경제협력을 통한 이질감 해소, 균형적 경제발전의 기틀로 개성공단의 의미는 자못 크다.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 개소식은 ‘천릿길을 가는 첫걸음’임은 분명했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