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콤이 선언한 파워콤의 소매업진출 전략이 실현되면 통신 시장 구도를 뒤흔들 것으로 예상됐다. 제2의 KT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데이콤이 LG통신전략의 중심에서 멀어진다는 것과 정통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이 변수다.
◇새로운 KT 등장?= 파워콤의 소매업 진출은 데이콤이 두루넷 인수에 ‘올인’을 선언할 때부터 예견된 순서다. 데이콤의 백본망, 파워콤의 가입자망의 시너지를 수익으로 연결하고, 장기적으로 LG텔레콤의 무선망과 LG전자의 장비, 단말기와의 수직 계열화까지 이어지는 구상이다. 정홍식 사장이 오랫동안 구상해온 이른바 ‘제2의 KT’, 혹은 ‘뉴KT’ 전략이다.
파워콤이 가입자망의 경쟁 우위를 살려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 케이블방송을 결합한 TPS로 소매시장에 진출할 경우 KT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확보한다. 더욱이 파워콤 망을 임대하는 SO까지 제휴선을 넓히면 통신방송융합형 서비스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 파워콤 망을 임대하는 SO는 전국 119개 SO중 33개로 21개 SO가 자가망 없이 파워콤 망만을 사용한다. 나머지 12개 SO는 일부 자가 망을 가지고 있고 파워콤 망도 임대한다. SO와 KT와의 관계가 최근 나빠진 상황에서 파워콤이 SO와 협력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유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데이콤의 두루넷 인수 의지 천명에 시큰둥했던 KT가 파워콤의 소매업 진출 추진에 자못 긴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데이콤과 시장 진입 전략이 겹치는 하나로는 더 큰 타격을 받는다.
파워콤 소매 진출의 한가지 전제 조건은 가입자 기반이다. 맨바닥에서 시작하는 것은 엄청난 가입자 유치비용으로 불가능한 시나리오. 이 때문에 두루넷 인수를 절체절명의 목표로 선언할 수밖에 없었고, 파워콤의 소매업진출 선언도 같은 맥락에서 추진되는 것. 성공 여부는 결국 외자유치 성공과 장기적인 파워콤과의 통합에 달려있다는 분석이다.
◇정통부 수용 가능성 높다= 데이콤 입장에서 파워콤 효과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데이콤의 보라홈넷 가정용 초고속인터넷 사업이 제대로 성과를 못 내는 가운데 두루넷 가입자와 가입자망을 기반으로 한 파워콤의 소매업 등장이 현실화되면 스스로는 전용회선 사업자로 한정 지워진다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장기적으로 파워콤과의 합병을 계획하고 있지만 한전 지분이 여전히 걸림돌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데이콤이 파워콤 소매업진출을 정통부 신청 없이 선언하고 나선 것은 벼랑 끝 강수"라고 평했다.
파워콤의 소매업 진출은 정통부의 정책 판단이다. 먼저, 파워콤의 소매업진출은 민영화 이후에야 허용한다는 규제가 첫 번째 장애물이다. 한전 지분 35%가 남아있기 때문. 소매업에 진출했을 때 가입자망에 다른 통신사업자들도 자유롭게 접속하도록 하는 필수설비접속 규제를 받아야 하는 것도 문제다.
이에 따라 관건은 이 같은 규제를 정통부가 느슨하게 적용해 날개를 달아주겠느냐는 데 달려 있다. 김동수 정통부 정보통신진흥국장은 “아직 데이콤이 파워콤의 소매업 진출을 신청해오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입장을 미리 말할 수는 없다”며 입을 닫았다. 그러면서도 “이미 한 차례 필수설비접속 규제 때문에 포기한 적이 있지 않으냐”고 덧붙여 진출 허용까지 다소 난관이 예상된다.
업계에선 그러나 LG를 3강의 한 축으로 세우고 융합서비스 중심으로 통신시장의 네트워크 경쟁을 유도하는 정책방향에 대한 저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성사 쪽에 더 많은 표를 던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지난해 LG의 하나로텔레콤 인수가 실패했을 때 정통부 안팎에서 “파워콤의 소매업 진출이 대안”이라는 얘기가 나왔었다.
유병수·김용석기자@전자신문, bjorn· y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