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가 음식을 저장하는 가전제품이라는 개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전통적인 냉장고에서 탈피한 다양한 기능성 냉장고들이 등장하고 있다.
김치 냉장고를 필두로 화장품 냉장고, 와인 냉장고, 꽃(플라워) 냉장고, 차량 냉장고, 맥주 냉장고, 쌀냉장고 등 수없이 다양하다.
화장품 냉장고는 2001년 플라스틱 사출업체 세화가 ‘뷰티플’ 브랜드로 처음 출시하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이후 성인테크놀로지·매직아트·킴스·위닉스 등 중소업체들이 앞다퉈 화장품 전용 냉장고를 출시했으며 2003년부터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경쟁이 가속화됐다.
제4의 기능성 냉장고로 불리는 와인냉장고는 2003년 3월 삼성전자가 국내업체로는 처음으로 4개 모델을 내놓으면서 외산업체들과 경쟁을 시작했다. LG전자는 2003년 7월 주문자생산방식(OEM)을 통해 제품을 선보이고 지난 8월 자체 생산품을 처음으로 출시했다.
이 밖에 꽃(플라워) 냉장고, 차량 냉장고, 맥주 냉장고, 쌀 냉장고 등이 90년대 중반 이후 우후죽순 등장했다. 심지어 의학용으로 혈액보관용 냉장고, 시체보관 냉장고, DNA 보관 냉장고 등 다양한 기능성 냉장고들이 수없이 많다. 기능성 냉장고들은 대부분 브랜드화된 제품보다는 소규모 기업들이 설치 위주로 만들어 낸 것이어서 정확한 역사를 따지기는 어렵다.
국내에서 기능성 냉장고의 원조는 ‘김치냉장고’다. 김치 전용 냉장고의 첫 등장은 꽤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86년 LG전자(구 금성)가 국내 최초로 수납(chest)형 김치냉장고 ‘GR-050’을 출시했다. 20여 년 전만 해도 김치를 항아리에 담가 먹는 게 일반적이었던 시절이라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본격적인 김치 냉장고의 등장은 7년여가 흐른 다음이다. 93년 발텍이 열전반도체 냉각 기술을 이용한 김치 전용 냉장고를 출시했으며 같은 해 10월 만도공조의 김치연구팀이 김치 냉장고를 내놓으면서 본격적인 김치 냉장고 시대를 열었다. 업계는 만도공조의 제품을 실질적인 효시로 인정하는 추세여서 김치 냉장고의 역사는 11년에 달한다.
이에 반해 다른 특수 냉장고들은 소비형태의 변화에 따라 차례로 등장한 탓에 역사가 2∼3년에 그친다.
서동규기자@전자신문, dk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