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의 브라운관업체인 LG필립스디스플레이(대표 손정일)가 기나긴 터널을 통과하고 있다. 지난 3분기 매출액은 10억1280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3% 늘었고 영업 이익은 7배 가까이 확대된 694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1140만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에는 4배 가까이 확대된 4910만달러의 순이익을 냈다. 올해 전체 브라운관 판매량도 작년에 비해 10% 가까이 늘어난 6650만대로 예상하고 있다. LG필립스디스플레이의 한 관계자는 “마치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듯한 느낌”이라며 “이제는 새로운 LG필립스디스플레이로 재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3년간의 구조조정=지난 2001년 7월 LG전자와 필립스의 브라운관 사업부가 합쳐져 출범한 LG필립스디스플레이는 ‘세계 최대의 브라운관 업체 탄생’이라는 화려한 출발과 달리 LCD의 급격한 시장 확대, 필립스의 숨어 있는 부실 등이 발목을 잡으면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매년 적게는 수천만달러에서 수억달러의 구조조정 비용을 지불해야 했으며 출범 당시 34개 공장 가운데 11개 공장을 폐쇄하거나 매각했다. 11개 공장은 모두 필립스가 보유해온 공장으로 일부 공장의 경우 60년 전에 지어졌을 정도로 노후한 공장이었다. 지난해에는 연간 8억72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전체적인 분위기 때문에 계속 흑자를 기록해온 한국 공장도 인력 채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적지 않은 인력이 타 계열사로 이동하기도 했다.
◇이제는 해볼 만하다=이러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마치고 때 마침 LCD 패널 가격 상승으로 사양 제품으로 치부됐던 모니터용 브라운관(CDT)은 지난 상반기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시장 상황이 호전됐다. LG필립스디스플레이는 넘쳐나는 주문에 모든 공장을 풀가동하기 시작했으며 지난 상반기에는 거의 10년 만에 처음으로 CDT 가격을 인상하기도 했다. 내년 시장 상황도 긍정적이다. 기존 제품에 비해 두께를 3분의 2 수준으로 줄인 슬림 브라운관이 준비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 제품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은 LG필립스디스플레이와 삼성SDI 정도. LG필립스디스플레이는 내년 이 제품을 100만∼200만대 판매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 상반기에 50여명의 사원을 채용한 데 이어 지난 8·9월에는 20여명을, 그리고 이달에도 30명을 뽑을 예정이다. 지난해 채용인력은 20∼30명에 그쳤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내년 초에는 두둑한 성과급도 기대하고 있다”며 “경쟁사인 일본 및 유럽 브라운관업체들이 계속 이 분야 사업을 줄여가는 추세여서 규모의 경제와 기술력을 갖춘 LG필립스디스플레이가 앞으로는 더욱 강한 기업으로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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