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다날 박성찬 사장(3)

휴대폰결제 서비스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을 거듭했다. 다행히도 이동통신사나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다날은 휴대폰결제의 가능성에 대한 절대 확신이 있었기에 초기부터 큰 용량으로 구축함으로써 갑작스런 사용자 증가에 따른 시스템 부하에 대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점차 늘어나는 이용자들의 문의와 이에 대한 답변, 각종 민원 처리, 고객사 모니터링 구축 등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가 필수적이어서 직원수가 늘어났다. 때마침 벨소리 외에 캐릭터 다운로드와 노래방 등 통신망의 발전과 단말기 진화에 따른 신규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며 무선인터넷 콘텐츠가 활성화되던 터라 사업 규모는 갈수록 늘어날 수 밖에 없었다. 매출이 148억 원에 이른 2001년을 보내며 이제는 단순히 매출과 직원수 증가와 같은 외형적 성장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공개된 기업으로서 한단계 도약할 시점에 이르렀다는 판단이 섰다. 각 부서 실무자들과 논의를 마치고 코스닥 예비심사를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공교롭게도 우리보다 늦게 출원한 경쟁사의 특허가 2001년말 등록된 것이다. 물론 변리사의 자문을 통해서도 확인했지만, 다날의 서비스 방식과는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코스닥 등록에 ‘소송’은 치명적인 결함이었다.

예견되는 판결여부를 떠나 ‘계류중’이라는 사실 자체가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물론 승부의 세계는 정글의 법칙이 난무한다고는 하나 코스닥 등록을 눈 앞에 둔 시점에서 이런 사태에 직면하고보니,크고 작은 시련을 겪어온 필자로서도 인간적인 배신감을 뼈저리게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소위 가장 ‘돈이 된다’는 벨소리를 둘러싸고 특허분쟁이 일어난 것이다. 갈수록 태산이었다. 급기야 심사일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 또다른 휴대폰결제 특허소송이 불거지기에 이르렀다.

다날이 최초로 서비스를 시작하고 이만큼 시장을 일구어 온 휴대폰결제를 둘러싼 특허분쟁은 참을 수가 없었다. 물론 회사 입장에서는, 정말 불합리한 일임에도 우선 코스닥 등록을 위해 합의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해서 무분별한 소송에 휘둘린다는 것 또한 업계리더로서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었다. 결국 코스닥 진입이 늦어지더라도 정면대응하자는 쪽으로 결단을 내렸다. 이 때가 회사 설립이후 가장 어려웠던 시기로 기억된다. 심사철회를 하던 날 혼자서 한강공원에 나가 안주도 없는 병소주를 들이켰다. 지금까지 고생해 온 직원들에게 가장 미안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 모든 분쟁들은, 빠른 출원일에도 불구하고 타사보다 늦어진 다날의 특허 등록과 경쟁사의 코스닥 진입이 가시화되는 과정에서 원만하게 해결되었다. 현재는 각 사의 특허에 대해 상호 인정하는 구도로 되었지만, 제안서를 들고 찾아다니던 당시 한 이통사의 과금 담당자로 만났던 초기인연에서 시작해 서로 특허권을 앞세워 대립하던 시기를 넘어 지금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이렇듯 특허소송으로 마음고생을 지독히 하던 2002년에도 다날의 성장은 계속되었고 특히, 휴대폰결제를 비롯한 통합결제솔루션이 그 개발과 상용화의 성과를 인정받아 장영실상을 수상한 것은 그나마 그 시기에 큰 위안이 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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