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하는 3D 게임의 출시가 늘어나면서 그래픽카드 업그레이드 수요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막상 시장에 나가 제품을 구매하려하면 머리아픈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최근 엔비디아·ATI 등 그래픽 칩세트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칩세트를 쏟아내면서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의 종류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모델번호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리는데, 갖가지 옵션이 덕지덕지 붙은 제품들이 넘쳐난다.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는 하지만 너무나 많은 그래픽카드는 결국 소비자들의 고민거리로 돌아오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칩세트의 성능을 낮추거나 오버클록한 제품까지 쏟아져 나오면서 전문가들 조차 쉽사리 성능비교가 곤란할 지경. 가격이 높은데도 성능이 떨어지는가 하면 반대로 가격이 낮아도 상위 제품 보다 성능이 뛰어난 제품까지 나타나 논란을 빚고 있다.
이런 문제로 최근 시장의 논란이 되고 있는 제품이 바로 ‘지포스 6800 LE’. 지금까지 나온 ‘지포스 6800’ 시리즈는 울트라, GT, 기본 제품 해서 3가지가 선보였으나 최근 LE 버전이 새롭게 추가돼 4종으로 늘어났다.
같은 6800 칩세트라도 제품 간에 성능 차이가 많이 난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LE 제품은 하위 제품이라고 볼 수 있는 ‘지포스 6600 GT’와 비슷한 성능 밖에 내지 못해 6800이라고 무조건 사기 전에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충고다.
‘지포스 6800’은 종류에 따라 3D 그래픽 데이터를 처리하는 픽셀파이프라인의 수가 다르다. 기본 버전이 12개, GT와 울트라는 16개다. 하지만 LE 버전은 값이 조금 싸게 나온 대신 픽셀파이프라인을 8개로 줄였다. 이는 ‘지포스 6600 GT’와 같은 수다.
하지만 ‘지포스 6800 LE’는 프로세서가 겨우 325MHz로 밖에 작동하지 않는다. 이는 6600 GT가 500MHz인 것과 비교하면 겨우 65% 수준이다. 프로세서와 램이 신호를 주고 받는 폭은 조금 더 넓지만 3D 성능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대도 값은 ‘지포스 6800 LE’가 ‘지포스 6600 GT’보다 비싸다. ‘지포스 6600 GT’는 PCI 익스프레스 인터페이스만 지원하고 6800 LE는 AGP인터페이스로 나오니 직접 비교하기 곤란한 부분도 있지만 어쨋든 시장에서 ‘지포스 6800 LE’는 가격대 성능비에 대해 많은 의문을 사고 있다.
ATI의 ‘레이디언 9550’은 ‘지포스 6800LE’와는 반대의 경우로 시장에서 큰 호응을 받고 있는 제품이다.
지난호에 잠시 소개했지만 ‘레이디언 9550’은 작동 속도를 높여 ‘레이디언 9600’과 비슷한 성능을 구현한다. ‘레이디언 9550’은 당초 그래픽 코어가 250MHz, 램은 400MHz(DDR)로 움직이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그래픽카드 제조사들이 가격대성능비를 높이기 위해 동작 속도를 400MHz, 600MHz(DDR)로 높여 출시했다. ‘레이디언 9600’의 중급 제품인 ‘레이디언 9600 프로’와 작동 속도가 같다.
2가지 제품을 예로 들었을 뿐 이런 문제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모델번호와 가격만으로 제품을 구매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때문에 그래피카드 구매시에는 반드시 가격대 성능비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벤치마크 사이트들이 내놓는 비교 평가 자료도 구매시 좋은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태훈기자 김태훈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