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언더파이어:더쿠루세이더즈(이하 KUFC)’, ‘마그나카르타:진홍의 성흔’ 등 최근 출시됐거나 출시예정인 국내 콘솔 게임에 대한 국내외 반응이 뜨겁다. 국산 콘솔게임이 지난 2002년 첫 선을 보인지 불과 2년여만에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국산 콘솔게임이 어디까지 왔는지, 또 시장 가능성은 어느정도인지 알아본다.
‘킹덤언더파이어:더쿠루세이더즈’에 대한 국내외 반응이 심상치 않다.
‘KUFC’는 최근 북미 유통물량의 70%를 좌우하는 게임유통 업체 이비게임스의 주간 판매 순위 5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X박스 플랫폼만 놓고 보았을 때는 1위. 유명 프랜차이즈 게임으로 최대 기대작이었던 ‘모탈컴뱃’까지 제쳤다는 점에서 업계를 놀라게 했다. 점수가 짜기로 유명한 유명 게임웹진 게임스팟은 ‘KUFC’에 평점 8.5를 매겨 게임성도 검증받았다.
개발사인 판타그램이 당초 기대하지도 않았던 내수 판매도 호조를 보이고 있어 지난 10월 5일 발매 이후 1주일만에 초판 6000장이 매진됐다. 게임 관련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 게임 때문에 X박스를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등 호평 일색이다.
이와 관련, 판타그램의 최치환 실장은 “X박스 라이브 발매 첫주 국내 랭킹 리스트에 올라온 사람이 1000명을 넘었으며 전세계 리스트는 파악조차 안 되는데 1만명은 넘어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KUFC’로 끝이 아니다. 다음 달에는 소프트맥스의 ‘마그나카르타:진홍의 성흔’이 ‘KUFC’의 뒤를 잇는다. 현재 검수과정에 있는 이 게임 역시 발매전부터 호평이 잇따라 기대를 모은다.
‘마그나카르타’는 일본 최대의 게임 잡지인 패미통의 기대신작 순위에서 6~8위를 오르내렸다. 10위권 이내 든 게임은 ‘드래곤퀘스트VIII’ ‘파이널판타지XII’ ‘메탈기어솔리드’ 등 모두 편당 100만개 이상 판매되는 유명 프랜차이즈.
패미통의 대표 겸 편집장인 하마무라 히로카즈에 따르면 일본내에서 프랜차이즈가 아닌 신작이 기대순위 10위안에 든 것은 2년여만에 처음있는 일. 특히 ‘마그나카르타’의 그래픽은 일본에 팬클럽까지 있는 유명 일러스트 김형태씨의 작품이어서 더욱 기대가 크다. 패미통은 ‘마그나카르타’를 게임 한류열풍의 주역으로 소개하는 칼럼을 게재하기도 했다.콘솔게임 개발 역사가 만 2년여에 불과하고 지금까지 개발된 게임도 고작 5개에 불과한 우리나라에서 ‘KFUC’나 ‘마그나카르타’ 같은 작품이 나온다는 것은 사실 믿기 어려운 일이다.
실제 최근 소프트맥스를 방문한 하마무라는 “PC판 ‘마그나카르타’를 처음 봤을 때는 충격 그 자체였다”며 “‘과연 저것이 한국 게임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며 놀라워 했다. 그는 또 “이 정도 퀄리티의 RPG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일본 내에서도 남코, 코나미, 스퀘어에닉스 정도 말고는 없다”며 PC판 ‘마그나카르타’를 격찬했다.
판타그램의 최 실장은 “일본이나 미국의 메이저와 비교해 우위라고는 못해도 동일선상에는 있다고 자신한다”며 “지금까지 한 화면에 150~200명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임은 없었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는 “핵심 개발자들은 비록 어리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10년이상 게임에 매달려온 사람들로 그래픽, 프로그래밍은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KUFC’는 X박스 그래픽 성능의 한계를 보여주는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 게임업체들은 기술력에 대해서는 자부하고 있지만 노하우나 자본력 등 총체적인 경쟁력에 있어서는 일본이나 유럽의 메이저 업체와는 아직 큰 격차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다.
판타그램의 최 실장은 “해외 메이저와 비교할 때 노하우면에서는 많은 격차가 있는데 이는 시간이 지나야 해결될 문제”라며 “콘솔게임을 처음 하다보니 문제 해결에 많은 시간을 보내 ‘KUFC’의 개발기간만 30개월을 소모했다”고 설명했다.
소프트맥스의 최상목 실장도 “당초 2년으로 예상했던 개발기간이 2년 6개월을 넘어섰다”며 “일본판을 먼저 만들었기에 일본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플레이스테이션2라는) 새환경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며 “개발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노하우를 습득했다”고 설명했다.콘솔에 뛰어든 게임개발업체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보잘 것 없는 내수시장이다. PS2가 100만대, X박스가 10만대 가량 깔린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정도 시장 규모에서는 아무리 히트작이라도 3만~4만장 판매가 고작이다.
‘KUFC’나 ‘마그나카르타’ 개발에 각각 40억원과 60억원 정도가 투자됐는데 이 정도로는 손익분기점에도 미칠 수 없는 상황이다.
판타그램의 최 실장은 “국내 콘솔 보급대수가 100만대를 겨우 넘어섰다”며 “내수 시장만 보고 개발하기에는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고 말했다. 소프트맥스의 최 실장 역시 “한국 시장만으로는 개발비 조차 감당이 안된다”며 “국내 시장에서 얼마나 판매될지는 자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성을 바탕으로 일본, 미국 등 주류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이 기본 정책”이라며 “어찌보면 콘솔을 ‘정통’이라고 뛰어든 소프트맥스는 돈키호테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더욱 우려가 되는 것은 안 그래도 작은 국내 콘솔게임 시장이 불법복제와 중고시장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게임개발 업체들의 콘솔 게임 개발 의욕을 꺽고 있다는 점이다.
판타그램의 이홍표 마케팅 팀장은 “소프트맥스가 대박을 터트려야 할텐데 어떻데요”라며 ‘마그나카르타’에 대해 궁금해 했다. 그는 소프트맥스가 잘돼야 콘솔게임 시장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세계적인 콘솔게임 업체가 나오기 위해서는 내수 시장 확대가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의 정책지원도 필요하겠지만 결국 시장 논리에 의해 콘솔 시장이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뷰-정영희 소프트맥스 사장
―‘마그나카르타’는 어떤 게임인가
▲PC용 ‘마그나카르타’의 게임시스템, 그래픽, 캐릭터, 스토리 등 모든 부분을 PS2 사양에 맞게 업그레이드했고 시나리오도 전면적으로 새롭게 만든 오리지널 작품이다.
―‘마그나카르타’는 어디까지 와있나
▲개발을 완료하고 마지막 테스트 단계에 이며 국내 퍼블리셔와의 계약을 앞두고 있다.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했다는데
▲일본측 파트너인 반프레스토가 30만~40만장 이상의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 TV광고 등 다양한 마케팅 프로모션을 전개하고 있다. ‘마그나카르타’로 일본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하는 것이 일차 목표고 이를 발판으로 미국과 유럽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콘솔게임 개발에 어려웠던 점은
▲온라인 게임은 네트워크 기술이 중요하다면 콘솔게임은 콘텐츠 개발력이 관건이다. 즉 온라인게임은 론칭후 운영과 업데이트가 중요하지만 콘솔 게임은 발매 이전에 완전한 완성품을 만들어야 한다. 또 PS2는 대표적인 클로즈 플랫폼으로 하드웨어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있어야 게임을 제대로 만들 수 있다.
★인터뷰-판타그램 이상윤 사장
―콘솔게임의 수출 전략은.
▲콘솔게임이든 온라인게임이든 각 나라의 특성을 이해해 얼마나 퀄리티 있게 게임을 만들었는 가에 따라서 성공여부가 결정된다고 본다. 즉 해외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먼저 팔고자하는 나라의 기호와 특성을 잘 감안해서 개발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전반적으로 뒤떨어지지 않는 퀄리티를 내주는 것도 중요하다.
―콘솔게임 제작에 있어 어려운 점은.
▲가장 어려운 점은 해외의 유수한 개발사와 비교해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퀄리티를 갖춰야 하는데 이것이 가장 어려웠다. 이밖에 국내에 선의의 경쟁을 할 콘솔게임 개발업체가 거의 없어 외롭게 개발하고 있다는 점과 해외의 기호파악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 게이머에게 바라는 점은.
▲온라인게임은 돈 내고 하지만 콘솔게임과 패키지게임은 복사해서 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게이머들이 알아서 정품만을 구입하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
―‘KUFC’ 예상 매출과 차기작은.
▲모두 노코멘트다. 향후에 발표하겠다.
<황도연기자 황도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