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게임 시장의 대부로 통하던 심경주(44) 전 위자드소프트 사장이 ‘웰빙 전도사’를 자처하며 게임판에 컴백했다. 사실 그가 게임판을 떠나있던 시간은 얼마되지 않는다.
지난해 7월 자신이 창업한 위자드소프트와의 관계를 완전히 청산한 뒤 곧바로 온라인게임 개발사 네오리진을 설립했다. 이같은 기간만을 따지자면 ‘컴백’이라는 말이 어색하게 들린다. 하지만 지난 1년여의 기간 동안 심사장은 마치 게임계를 떠나 있는 인물 같았다.
더구나 자신이 창업한 위자드소프트의 신임사장이 회사 자금을 횡령해서 도망을 가버리는 사건을 당하는 등 쇠락의 길을 걷자 더욱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심사장을 다시 만난 것도 거의 1년 6개월만이었다.
하지만 새롭게 설립한 네오리진에서 개발한 첫작품인 ‘젤리젤리’가 최근 일본에서 열린 ‘도쿄콘텐츠마켓(TCM) 어워드 2004’에서 인터랙티브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한 것을 계기로 그는 다시 자신감을 되찾은 듯했다. 그간의 심적 부담과 남몰래 속앓이를 해야 했던 짐도 한결 가벼워졌다.
오래간 만에 만난 심사장은 유난히 ‘웰빙’을 강조했다. “게임도 웰빙의 일부입니다. 12년간 해온 일이 게임이니 새롭고 독창적인 게임을 기반으로 다양한 웰빙 사업을 펼칠 생각입니다. 따지고 보면 먹고, 마시고, 입고,노는 것 등 일상행활의 모든 것이 웰빙과 통하잖아요.” 웰빙은 이제 심사장의 새로운 화두가 된 듯 하다.
# ‘웰빙’을 모토로 건전하고 즐거운 게임 개발할 터
“일단 ‘젤리젤리’를 성공시키고 얼마간의 자금이 모이면 웰빙을 모토로 한 오프라인 카페를 열 생각이에요. 정신을 맑게 해주는 산소호흡은 물론 가벼운 메이크업이나 네일아트, 게임 등 웰빙과 관련한 모든 것을 할 수 있도록 꾸밀 계획입니다.”
그는 더이상 자신의 사업 영역을 게임 하나에만 국한시키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모든 것을 웰빙의 개념에서 바라보고 필요하다면 곧바로 사업과 연결시킬 생각이다. 그가 네오리진 외에 네오ENT라는 회사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때는 위자드소프트를 토털 게임사로 키워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생각대로 안풀렸죠. 온라인게임으로 다시 성공하는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심사장이 새로 설립한 네오리진은 총 3개의 사업부로 구성돼 있었다. 젤리젤리 사업부와 마린블루스 온라인게임 사업부 및 일반 웰빙 사업부 등이다. 이 가운데 젤리젤리와 마린블루스는 게임 관련 사업부지만 웹빙 사업부에서는 게임과 영 관계가 없는 사업을 추진한다. 이를테면 ‘플라워캔’을 일본에 수출한다던가 어린이용 장난감을 개발하거나 오프라인 카페를 여는 것 등이 사업영역이다.
# 새로운 도전의 원동력은 경험과 결속력
심사장이 첫 작품인 ‘젤리젤리’에 거는 기대는 대단하다. 게임의 본고장인 일본에서 인정을 받은데다 SK커뮤니케이션즈의 ‘땅콩’을 통해 서비스하기로 했으니 기대를 걸만도 하다. 여기에 위자드소프트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온 일본 업체에서 보내주는 두터운 신뢰는 그에게 천군만마와 같은 원군이 돼 줬다.
“위자드소프트를 처음 시작할 때 보다는 저에 대한 지명도나 경력 등에서 훨씬 유리한 상황이죠. 사실 새로 시작한다고 하니 그동안 호형호제 하고 지내던 일본 가와이사 대표가 6배수로 투자를 해줬어요. 전폭적인 지원도 약속을 해줬죠. 일본에서 사업을 할 때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사실 심사장은 대기업에서 관리체계를 배우고 위자드소프트를 설립, 오랜 시간 운영을 해온 경험이 있는 터라 중소기업이 나가야 할 바에 대해서는 빠꼼이다. 여기에 쓰라린 실패를 경험하면서 얻은 노하우까지 있으니 새롭게 도전하는 그가 어떤 각오로 임하고 있는지는 새삼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더구나 전 직원이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있다는 점은 그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젤리젤리’ 개발진 15명이 모두 위자드소프트에서 분사하면서 함께 나온 멤버들이다. “들추기는 싫지만 예전 위자드소프트의 경우 한지붕 세가족이었어요. 출신이 각기 다르다 보니 잘 뭉치지를 못하는 경향이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아주 달라요. 개발자는 물론이고 25명 직원 모두가 성공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똘똘 뭉쳤 있어요.”
# 코스닥은 이제 노∼
“위자드소프트가 잘 나갈 때는 직원이 150명을 넘어섰죠. 지금은 25명이니 비교가 안되는 규모에요. 하지만 경영을 하다 보면 직원이 많건 적건 똑같이 힘들어요.하하” 엄살을 부리는 심사장. 그나마 남아있던 자금을 모두 투자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으니 엄살이 나올만도 하다.
꿈도 소박해 졌다. 1차 목표는 얼른 돈을 벌어서 그가 생각해온 ‘웰빙 카페’를 만드는 것. 이를 위해서는 무조건 ‘젤리젤리’가 떠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그래서인지 이야기 도중에 틈만 나면 ‘젤리젤리’에 대한 자랑이다.
“‘젤리젤리’에는 다른 게임에는 없는 기발함이 있어요. 뭐 기본적인 시스템과 그래픽이야 뻔하죠. 비슷한 장르의 게임은 모두 비슷비슷 하잖아요. ‘젤리젤리’는 퀴즈 게임이지만 단순한 퀴즈 게임이라고 보시면 안됩니다. 자신의 캐릭터가 취하는 동작을 보면 아마 까무라칠 겁니다. 둘이서 대결을 할 경우에는 퀴즈를 맞춘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에게 통쾌한 펀치를 날리기도 하고, 하여간 젊은 여성층이 보면 반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요소들이 가득합니다.”
모처럼 심사장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만큼 게임에 자신이 있고, 새로 시작하는 게임 사업이 기대되는 모양이다.
“당분간은 코스닥 시장은 쳐다도 안보고 이익이 나면 주주들에게 배당이 돌아가도록 할 계획입니다.” 그렇지만 그는 코스닥 시장 입성에 대해서 만큼은 손사래를 친다. 재도전이기는 하지만 이제 다시 시작하는 마당에 벌써부터 코스닥을 생각하는 것은 욕심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그의 모습에서 훨씬 더 강한 자신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아무래도 조만간 넉넉한 표정으로 호탕하게 웃어제끼는 그의 옛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다.
1986년 부산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1986년∼1999년 SKC.
1999년 위자드소프트 대표이사
2001년 위자드소프트 KOSDAQ 등록
2001년 ‘주라기원시전2’로 대한민국 게임대상 수상
2003년 네오리진 대표이사
<김순기기자 김순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