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의 대작화가 급진전되면서 신생개발사들의 시장 진입장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게임 하나 당 제작비가 수십억원을 넘어선지 오래다. 하지만 이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신개념 MMORPG 게임을 들고 나와 주목받는 사람이 있다.
주인공은 비행 슈팅 게임을 MMORPG화한 마상소프트의 권동혁(30) 본부장. 유저층이 엷은 데다 MMORPG와는 잘 어울릴 것같지 않은 비행슈팅 장르로 게임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권 본부장을 만나 그가 만든 ‘스페이스 카우보이’와 게임관에 대해 들어봤다.
#게임 신대륙 개척에 나서다
권 본부장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던 그는 대학3학년때 인터넷전화(VoIP) 관련 통신 프로그램을 짜는 아르바이트에 나섰던 것을 계기로 졸업 전부터 곧바로 취업길에 뛰어들었다. 프로그램 실력을 인정한 회사측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회사업무도 맡으라는 제의를 해온 것.
이때부터 그는 회사에서는 업무를 보고 학교에서는 수업도 듣는 이중 생활을 하게 된다. 하지만 학창시절부터 3D 그래픽에 관심이 높던 권 본부장은 통신업무에 만족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회사에 신규 사업으로 게임을 제안해 게임사업부를 신설하게 만든다.
2002년 가을 사업부 신설과 함께 기획된 게임이 바로 지금의 ‘스페이스 카우보이’다. 이때부터 1년간 직접 3D 게임엔진 제작에 나섰고 지난해 가을부터는 인력을 대폭 충원해 본격적인 게임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게임에 처음 도전하는 만큼 어려움도 많았다. 그래픽, 기획, 프로그램, 사운드 등 기존에 체험해 보지 못한 다양한 요소들이 많아 이를 이해하기에도 벅찼다. 여기다 아직 어린 나이에 20여명의 사람들을 이끌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았다. 개발자 중에는 권 본부장 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여기다 개발자들이 프로젝트 도중에 이직해버릴 때는 큰 어려움도 겪었다.
“무엇보다 사람 관리가 제일 어려운 부분입니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개발 각 파트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이런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여러 시행착오도 많이 겪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램 하나 만큼은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개발자 이탈 때에도 잘 극복할 수 있었던 것같습니다.”
#비행슈팅의 대중화
사업부를 만들고 게임을 기획하면서 권 본부장이 제일 고민한 부분인 기존 게임과의 차별화다. 무언가 다르지 않다면 도전하는 의미도 없을 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찾은 것이 바로 비행슈팅이다. 마니아들의 게임으로 만 인식돼온 비행시뮬레이션 장르를 온라인 게임에 도입해 대중화에 나선다는 당찬 계획을 수립한 것. 권 본부장이 돈 벌기에 용이한 팬터지 장르가 아니라 위험부담이 큰 비행슈팅을 택한 것은 젊은 개발자의 도전 정신이 빛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것이 도전한다는 것이 결코 그렇게 녹녹치 많은 않았다. 기존 비행 슈팅 게임은 시뮬레이션 요소가 강해 이해하기 어려운 데다 조작도 복잡해 초보자들의 접근이 용이치 않은 것이 단점이다. 이런 장벽을 제거하지 못하면 대중화는 구호에 그칠 뿐이다. 거기다 ‘스페이스 카우보이’에 3D 엔진을 도입하다 보니 조작이 더욱 어려워 질 수 밖에 없었다. 그 대안으로 권 본부장은 ‘스페이스 카우보이’에 FPS 게임의 인터페이스를 도입했다. 마우스와 키보드 만으로 쉽게 조작이 가능하도록 한 것.
권 본부장은 “2002년 기획 당시 기존 팬터지 중심의 MMORPG 게임과 차별하시키기 위해 과감하게 비행 전투 시뮬레이션을 도입했다”며 “유저층이 엷은 단점도 지적됐지만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않으면 게임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과감하게 시도했다”고 말했다.
# 비행슈팅 MMORPG
‘스페이스 카우보이’는 기존 판타지나 무협 게임과 달리 비행 슈팅 장르를 표방한 것이 특징. 또 대전 위주의 비행슈팅 게임과도 차별화시키기 위해 RPG적 성장요소까지 결합시켰다. 편대 시스템, 연대·사단 시스템 등을 도입해 박진감 넘치는 대규모 비행 전투를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온라인게임 최초로 음성채팅을 지원한 것이다.
국내 최고 수준의 온라인게임 개발사들도 몇 가지 문제로 게임에서 음성채팅 기능을 아직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스페이스 카우보이’는 여러 명의 사용자와 동시에 음성채팅을 할 수 있어 게이머들 간의 커뮤니티 형성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전투시 보다 빠르게 작전을 수립할 수 있다. 또 비행의 속도감이 뛰어나 전투 뿐만 아니라 레이싱 대결까지 펼칠 수 있다.
이같은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받아 ‘스페이스 카우보이’는 2003년 우수게임사전제작 지원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오픈 베타를 한달 앞둔 현재 ‘스페이스 카우보이’는 공성 시스템 등 일부 요소만을 제외하고는 모든 기획요소들이 완벽하게 반영됐다. 하지만 오픈 시점이 다가올 수록 권 본부장의 고민은 늘고 있다. 바로 비행 슈팅 장르의 유저층이 엷은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비행시뮬레이션 장르의 게임 유저층이 마니아 위주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스페이스 카우보이’는 오락실용 슈팅 게임과 같이 쉽게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번 게임을 알고 나면 유저이탈 많지 않을 정도로 유저 충성도도 높은 편입니다. 서비스 초기에는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스페이스 카우보이’의 게임성이 입증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서비스 개시와 함께 다양한 마케팅 방안도 강구해 유저 확대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스페이스 카우보이’로 비상을 꿈꾸는 권 본부장과 마상소프트가 과연 RPG 주류의 시장에서 아직 생소한 장르로 어떤 성과를 거둘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태훈기자 김태훈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