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러시아의 알렉스 파지노프가 개발한 불멸의 히트작 ‘테트리스’. PC, 아케이드를 거쳐 2002년 컴투스에 의해 휴대폰용 게임으로 새롭게 태어난 이 게임은 지금까지 200만건이 넘는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현재 국내 모바일게임 사용자는 전체 컬러폰 사용자의 약 10%에 해당하는 250만명으로 추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거의 대부분의 모바일게이머가 이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모바일게임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새로운 게임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비단 ‘테트리스’ 말고도 ‘삼국지무한대전’(엔텔리젼트) ‘깨미오고스톱’(그래텍), ‘보글보글’(이오리스) ‘붕어빵타이쿤’(컴투스) ‘갤러그’(이오리스), ‘부루마블’(웹이엔지) 등 다운로드 수가 100만건이 넘는 대박 타이틀이 쏟아지고 있다.
이 외에도 ‘동전쌓기’(이쓰리넷) ‘짜요짜요타이쿤’(엠조이넷) ‘놈(게임빌)’ 등이 ‘밀리언 셀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몇 해 전까지만해도 그야말로 킬링 타임용 ‘애들장난’으로 치부되던 모바일게임이 어느새 어엿한 유망 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이다.
모바일게임은 특히 온라인게임과 함께 게임산업의 성장동력이자, 유무선 연동 기술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전천후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소위 ‘유비쿼터스 게임 시대’를 여는 기폭제로 위상이 한껏 높아졌다.
그러나 고성능 컬러폰 보급 확대에 힘입어 2000년대 이후 초고속 성장을 거듭해온 국내 모바일게임산업은 적지않은 ‘성장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향후 국내 모바일게임산업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주요 이슈를 긴급 점검해 본다.현재 모바일게임 시장 확대의 최대 아킬레스건은 충성도가 높은 ‘파워유저’가 다른 플랫폼에 비해 적다는 점이다. PC, 콘솔, 아케이드에 비해 하드웨어 스펙(사양)이 낮다보니 스케일이나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태생적 한계가 많기 때문이다.
자연히 고퀄리티의 PC, 콘솔에 젖어있는 게이머들을 모바일로 흡입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나 3D엔진과 그래픽 가속기, 3인치에 육박하는 와이드 디스플레이와 초고속CPU를 탑재한 명실상부한 게임 전용폰의 등장이 임박해 있어 이같은 문제는 일거에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전략적으로 개발중인 3D게임폰은 이르면 다음달 중 첫 선을 보인다. 그 뒤를 팬택과 LG전자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노키아의 ‘엔게이지’를 능가하는 삼성 게임폰의 등장은 모바일 게임시장 판도를 송두리째 뒤흔들 전망이다. 우선 PC수준의 3D RPG를 모바일로 즐길 수 있게돼 PC·온라인계 파워유저들을 대거 유인할 수 있게됨은 물론 중소 전문업체들이 주도해온 시장판도가 더욱 대형화, 전문화, 무한경쟁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일본처럼 국내서도 3D게임 출시가 러시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게임전용폰은 연간 1500억원을 정점으로 성숙기로 접어든 모바일게임 산업의 새로운 성장엔진 역할을 하게될 것”이라고 진단한다.당대 최고 인기를 누리며 대한민국 대표게임으로 불리우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이 게임은 한달에 약 3만원만 내면 무한정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네트워크 지원 모바일게임을 무작정 즐기다간 낭패 보기 쉽상이다.
종량제 원칙에 따라 수 십만원의 데이터요금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온라인게임과 같은 네트워크게 게임 정액제가 본격적인 도입 초기를 맞고 있어 모바일게임 시장에 새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완벽한 정액제가 정착되기 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미 정액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주무부처인 정통부의 정책 방향도 오래전에 정액제로 굳어졌다.
정액제가 보편화되면 우선 게임장르의 판도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막대한 사용료 부담에서 벗어난 RPG, RTS 등 네트워크 기반 게임들이 주류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현재 주류인 스탠드 얼론형 퍼즐·보드게임이나 타이쿤 게임들의 인기가 사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CP들의 주수익구조도 패키지 다운로드 중심에서 유료회원을 통한 월정 요금으로 바뀔 것이다. 이렇게되면 유무선 연동게임도 더욱 일반화되고, 모바일 커뮤니티 형성도 본격화할 것이 자명하다. 온라인게임에 익숙한 파워 유저들도 모바일 쪽에 눈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모바일게임 시장이 최근 3년간 연평균 40%를 넘는 고성장을 거듭하면서 나타난 대표적인 현상중 하나가 중소 CP들의 폭발적인 증가다. 수 년전만해도 100여개에 불과하던 CP 수는 현재 500곳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비스를 이통3사가 독과점하는 상황에서 이처럼 CP수만 늘다보니 전체 CP 평균 수익이 줄어들고 업체간 과당경쟁으로 몸살을 앓게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통사가 독점하는 무선망의 완전 개방 논의가 본격화돼 모바일게임시장에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기득권을 가진 이통사들의 반발이 만만치않지만, 정통부의 입장 정리가 완전 무선망개방쪽으로 기울어 시간과 절차만 남아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선망의 완전 개방은 이통사는 물론 CP, 유저 등 시장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통사들의 독과점 구조가 와해되면서 대형 유선 포털들의 가세가 봇물터지듯 뒤를 이을 것이 분명하다. 현재 독자 서비스를 추진중인 온세통신 등 신규 무선포털업체도 줄을 이을 전망이다. CP들은 다양한 유통채널을 확보하게되고 유저들은 ‘네이트’나 ‘멀티팩’을 통하지 않고도 다양한 유·무선 사이트를 통해 게임을 접할 수 있게된다.지금처럼 모바일게임을 유저들의 휴대폰으로 다운로드해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버추얼 머신’(VM)이라 불리우는 미들웨어 플랫폼 덕분이다. 그러나 모바일게임을 만드는 CP들에게 VM은 골칫거리다. 이통사별로 혹은 이통사간에도 VM이 달라 같은 소스의 콘텐츠라도 따로따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GVM’·‘GNEX’(이상 신지소프트)·SKVM(XCE), KTF가 ‘MAP’(모빌탐)·‘브루’(퀄컴), LG텔레콤이 ‘J2ME’(선마이크로)란 VM을 채택하고 있다. 이같은 CP들의 불만을 불식시키고, 모바일플랫폼을 국가적 기반기술로 육성하기 위해 산·학·연 공동 연구로 개발해 올해부터 도입된 것이 바로 ‘위피’(WIPI)란 표준 플랫폼이다.
정통부가 점진적으로 무선인터넷 플랫폼을 ‘위피’로 통합키로 하면서 위피폰 개발 보급이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SKT·KTF·LGT 등 캐리어 3사는 내년을 위피 활성화 원년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위피가 활성화되면 무엇보다 CP들의 개발부담이 덜게돼 대외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이며, 캐리어 3사 연동 콘텐츠의 론칭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반면 이통사간의 콘텐츠 차별성은 줄어들 전망이다. 그렇지만, GVM·SKVM·브루 등 이미 1000만명 안팍의 유저풀을 갖고 있는 기존 VM들도 상당기간 혼용될 것으로 보인다.미국 굴지의 모바일게임 마스터CP(MCP)인 엠포마. 이 회사는 상반기 국내 유수의 모바일게임 CP를 전격 인수했다. 엠포마의 목표는 국내에서 전도 유망한 CP들을 인수해 미국 시장에 론칭하는 것 뿐만아니라 향후 글로벌 MCP로서 세계 시장을 리드하겠다는 속셈이다.
엠포마를 비롯해 최근 한국 모바일게임 CP를 찾는 외국계 ‘큰 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고작 1500억원대 시장을 놓고 수 백개 기업이 치열하게 경쟁하다보니 대부분의 CP들이 월 1억원 미만의 중소 CP들이란 점에서 외국계 대형 자본의 유입으로 국내 모바일게임 산업지도가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
최근엔 동남아 대형 펀드가 국내 메이저급 CP들을 대상으로 기업사냥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하면 국내 모바일 퍼블리셔들도 해외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한 CP들과 손잡고 국산 콘텐츠를 외국에 론칭하는 형태의 글로벌 MCP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엔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이 크게 위축되자 많은 CP들이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면서 상승 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MCP의 등장은 콘텐츠 기획의 국제화를 가속화시키고, CP들이 좁은 내수시장 중심에서 탈피할 수 있는 돌파구를 제공하는 등 앞으로 모바일 게임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중배기자 이중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