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IT뉴딜’을 정책의 전면에 내세우면서 이르면 연말께부터 수요 창출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IT경기 활성화 정책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논의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38개 사업과제만 봐도 공공 및 민간 수요의 창출을 통해 침체된 IT경기를 조기에 살려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금융 지원 등의 보완이 필요하지만 정통부의 IT뉴딜 정책(안)을 찬찬히 뜯어보면 내년 상반기 최악의 내수 경기 불황을 걱정하는 IT산업계가 희망을 갖기에 충분하다.
◇‘IT뉴딜’ 공식화=전자신문이 지난달 ‘IT뉴딜’을 주제로 기획 취재를 할 때만 해도 정통부 공무원들은 가급적 ‘뉴딜’이라는 말을 쓰지 않으려 했다. 민간 주도로 정책 환경이 바뀐 마당에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 성격의 단어가 비현실적이란 시각이었다. IT산업계의 체질 개선을 전제로 하는 신성장동력 및 IT 839 정책의 기조와도 다소 어긋난다.
하지만 유망 IT기업마저 자금줄이 끊길 정도의 심각한 내수불황에 대형 통신사업자의 투자도 위축됐다. ‘IT 839 전략’을 제대로 펼치기도 전에 산업 기반이 와해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증폭됐다. 이에 정통부는 산하기관들과 기존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내수 경기를 조기에 활성화하는 방안을 찾기 시작, 결국 ‘IT뉴딜’ 정책을 공식화하기에 이르렀다.
◇늦어도 연말께 확정=석호익 정보화기획실장은 “늦어도 12월 말까지 확정할 계획이지만 더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가급적 조기에 시행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재경부와 건교부를 중심으로 추진중인 ‘한국판 뉴딜정책’과 함께 발표하고 시행해야 시너지 효과도 커진다.
통상적으로 정부 업무는 매년 봄 대통령 보고를 전후로 본격화하지만 ‘IT뉴딜’ 정책만큼은 예외가 될 전망이다.
사업과제수는 다소 줄어들 수도 있다. 논의과정에서 중복 과제를 통합해 규모와 효율을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IT뉴딜 정책을 공식화한 이후 업계가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쏟아낼 경우 사업 과제가 늘고 내용은 더욱 풍부해질 것으로 보인다.
◇보완점은 없나=아직 사업과제를 확정하지 않아 판단하기 이르지만 △일부 과제가 기존 과제를 되풀이하고 △예산 뒷받침이 확실치 않은 점 △기업 금융 지원책이 전무하다는 문제점 등이 벌써 보인다. 38개 어젠다는 주로 정통부 정책의 집행기관인 산하기관들이 기존 계획을 상당부분 포함해 내놓은 아이디어다. 중복 여부와 예상되는 효과는 향후 점검 회의에서 검증돼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당장 IT뉴딜 정책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책정된 예산이 없다. 결국 다른 사업 예산에서 빼내야 할 게 많다. 자칫 ‘아랫돌 빼어다가 윗돌 고이는 식’이 될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유망 IT중소·벤처기업들이 가장 목말라하는 금융 및 세제 지원책이 없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벤처자본의 활용 방안이 없다. 정통부 관계자는 “일단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 중심으로 짜고 있다”며 “소요 예산 확보, 금융 및 세제 지원은 정통부 영역 밖의 일이지만 관계 당국과도 협의해 잘 풀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
*정통부 정책 변화:9대 IT신성장동력→ IT 839→ IT뉴딜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지난해 입각 이후 열일 제쳐두고 차세대 IT산업 발굴에 주력해왔다. 미래 먹거리 찾기다. 그래서 나온 게 ‘9대 IT신성장동력산업 육성’이다. 산자부와 과기부에 큰 자극을 줄 정도로 반향을 일으켰지만 정통부 내부에서마저 너무 산업 쪽에 치우친 발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진 장관이 산업 외에 통신서비스에 눈을 뜨면서 올해 나온 게 바로 ‘IT 839’다. 9대 신성장동력 산업도 결국 신규 통신·방송서비스와 네트워크 투자에서 비롯되는 구조를 정책에 반영했고 8대 신규서비스와 3대 IT인프라 조기 구축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서비스에서 후방산업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잘 연결했다는 점에서 ‘IT 839’는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통신사업자들이 불투명한 전망을 이유로 신규서비스 투자를 꺼리면서 IT 839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IT뉴딜’은 바로 투자를 유도하는 수요 창출을 위한 것. 9회 말 실점 위기의 IT 839에 새로 투입된 ‘특급소방수’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