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사 "고유가에 살진 북극곰 잡자"

국내 가전업계가 ‘제2의 독립국가연합(CIS) 특수’ 잡기에 나섰다.

 CIS는 오일달러 유입으로 경제 호황국면으로 접어들었고 특히 최근 러시아에서 신용카드가 확산되는등 시장 여건이 좋아졌기 때문.

 ◇북극곰 감동시키기=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올해 CIS 지역에서 지난해 대비 70% 이상의 매출이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력제품군도 컬러TV와 모니터 제품에서 프린터, 노트북컴퓨터, LCD모니터, PDP·LCD·프로젝션 TV, 디지털캠코더, 홈시어터, 휴대폰 등 프리미엄급 제품으로 변경했다. 휴대폰의 경우에는 내년까지 점유율 1위를 달성한다는 것이 목표다. 삼성전자는 현지에서 올림픽팀, 아이스하키팀 후원 등을 통한 스포츠마케팅과 볼쇼이 극장 스폰서 활동, 삼성톨스토이 문학상 제정 등 다양한 문화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브랜드 이미지는 삼성컬러TV 및 VCR, 홈시어터 제품이 러시아 국민브랜드로 선정되면서 더욱 높아지고 있다.

LG전자(대표 김쌍수) 모스크바 지사 직원이 가장 바쁜 달은 9월과 10월이다. 주말도 없다. LG전자는 모스크바가 물품거래의 중심지이긴 하지만 실질적 구매의 4분의 3 이상이 지방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 러시아 28개 주요도시에 소재한 130여 개 전문매장에서 ‘LG페스티벌’을 벌이고 있다. 현지 딜러를 방문해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현지 고객과 축제 형식으로 만나는 행사다. LG전자의 러시아 진출은 1990년. 개방정책 초기부터 ‘LG’브랜드 알리기에 전념한 결과 TV, 오디오, 에어컨, 청소기, 전자레인지, 비디오, DVD, 광스토리지 분야에서 러시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중이다. 러시아는 물론 우크라이나 등에서 후원하는 ‘장학퀴즈’도 인기다.

대우일렉트로닉스(대표 김충훈)도 프리미엄 디지털 영상가전 제품을 중심으로 현지특화 기능과 디자인을 강조한 고급 브랜드 전략으로 CIS 지역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90년대 초 ‘세계경영’을 내세우며 옛 소련권에 진출했던 대우의 옛명성을 되찾겠다는 것이 꿈이다. 외환위기와 대우그룹 해체로 1999년 러시아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했던 대우일렉트로닉스는 2002년 지사와 판매망을 다시 정비하고 지난해부터 영업을 재개했다. 올해 목표는 CIS지역에서 약 3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것. 2006년까지 현 70억 달러 수준의 러시아 전자시장에서 10% 차지하는 것이 2차 목표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지난해 6월부터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발트해 연안국 에스토니아 등 CIS 각지의 딜러들과 신제품 발표회 등을 가지며 재건에 나서고 있다.

◇고유가와 신용카드가 주역=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하루 800만 배럴을 생산하는 세계 제2의 산유국이다. 북해산 브랜트유가 50달러를 넘어서면서 오일 달러 특수를 누리고 있다. 러시아는 조만간 하루 원유 생산량 900만 배럴을 넘겨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가전업계는 CIS시장이 유가 급등이 지속될 수록 과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외국업체들이 시도중인 CIS지역의 신용카드 서비스가 확산될 경우 그간 가전제품 구입을 기피하던 대상도 점차 구매 행렬에 포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전업체들은 특히 모스크바시가 현금 결제 수단으로서 시민들을 위한 신용 카드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러시아를 중심으로 신용카드 할부 및 할인 제도를 이용한 가전제품 판매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흥 재벌인 ‘올리가르히’, 신흥부유층인 ‘노브이루스키’가 프리미엄급 특수를 주도하고 있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