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쁘게 달려왔던 일본 디지털 가전의 성장세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최근 발표된 올해 반기(3월∼9월) 실적에서 일본 10대 전자업체의 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최종 집계됐지만 장밋빛 일색이던 디지털 가전 경기의 하반기 전망은 뚜렷한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마쓰시타전기산업, 히타치제작소, 샤프, NEC, 소니, 도시바, 미쓰비시전기, 후지쯔, 산요전기, 파이어니어 등 업체들은 하반기 이후 실적 전망을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대비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디지털 카메라, 가전 등의 경기가 조정기에 돌입하면서 일본 업체들은 신제품 공세와 원가 절감을 통한 수익체제 재편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성장을 견인해온 3가지 키워드=“디지털가전의 수요 확대로 전자부품 및 재료 등이 호조를 보였다.”
지난 29일 상반기 결산을 발표한 히타치제작소는 디지털가전에 사용되는 LCD, 제조장치의 호조로 ‘전자디바이스 부문’의 영업이익이 8.2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반도체 등에 사용되는 ‘재료 부문’에서도 영업이익이 4.4배 늘었다고 설명했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등 ‘정보통신 부문’을 포함해 3개 부문에서만 전체 영업이익(1070억엔)의 80%를 벌어들였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도시바도 영업이익이 506억엔(전년 동기 109억엔 적자) 흑자로 돌아섰는데 전자디바이스, 재료, 정보통신 부문의 기여도가 높았다. 중소형으로 특화한 LCD가 흑자 전환했고 판매 증가 및 원가 절감으로 그동안 적자를 보던 PC도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반도체에서도 600억엔 이상의 흑자를 기록했다.
◇하반기 전망은 불투명=디지털가전의 폭발적인 수요로 지난 반기 일본 10대 전자업체의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약 2.1배 늘어났지만 하반기에는 1% 감소로 급브레이크가 걸릴 전망이다. 가장 큰 이유는 디지털가전의 수요 감소다. 우선 당장 샤프, 마쓰시타, 파이어니어, 히타치 등이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LCD TV의 판매계획을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파이어니어는 PDP TV의 15∼20% 가격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도시바의 경우 상반기 PDP TV의 판매가격 하락으로 2800억엔의 이익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원유 및 소재 가격의 급등도 하반기 경기 둔화의 주된 요인이다. 히타치는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올 회계연도(2004년 4월∼2005년 3월) 수익이 570억엔 감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쓰시타는 상반기에만 약 150억엔을 원자재 상승 등으로 손해를 봤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일본 10대 전자업체 반기(3~9월)실적 및 올해 예상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