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과학교과서 개발작업 난항

 과학기술부가 추진하는 차세대 과학 교과서 개발작업이 정부 관련 부처 간 입장차이로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 과기부가 차세대 과학 교과서를 오는 2006년 1학기부터 전국 고등학교 1학년 과학수업용 교과서로 도입하겠다는 일정을 공개하자, 주무부처인 교육인적자원부가 차세대 과학 교과서의 검정 교과서 승인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차세대 과학 교과서가 개발되더라도 당장 일선 고등학교에 정식 교과서로 채택되기까지 적지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차세대 과학 교과서란=이론 위주의 딱딱하고 재미없는 과학 교과서 대신 현장학습과 생활주변의 생생한 과학원리를 주된 내용으로 담아 ‘재미있는 과학’을 가르치는 것이 목표다.

 청와대와 과기부, 교육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교육혁신위원회는 올 상반기 ‘차세대 과학 교과서 연구 및 개발 추진 지원단’을 발족했다. 또 현직 고등학교 과학교사와 대학교수 22명이 주축이 된 ‘차세대 과학 교과서 연구 및 개발 기획 위원회(이하 차세대 과학교과서 위원회)’를 통해 내년 연말까지 차세대 과학 교과서 개발을 마치고 오는 2006년 1학기부터 고등학교 1학년생을 대상으로 교과서를 배포할 계획이다. 올해 연구비로 9000만원이 책정됐으며 본격적으로 교과서 만들기에 들어가는 내년에는 5억원의 예산이 국가기술혁신체계(NIS) 추진과제명목으로 지원된다.

 ◇검정교과서 승인은 곤란=교과서 채택 여부를 결정할 교육부가 ‘차세대 과학 교과서의 검정교과서 승인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 우종선 연구사는 “검정교과서 합격을 희망하는 다른 교과서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기 때문에 차세대 과학 교과서를 검정교과서로 채택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검정교과서의 채택 여부가 교과서 제도 전반의 문제이기 때문에 특정 과목에 대해서만 승인할 수 없다는 논리다. 교육부는 이 같은 입장을 최근 과기부에 공식 통보했으며 조만간 열릴 차세대 과학교과서 위원회에 참석해 의견 차이를 조율할 방침이다.

 ◇대안은 없나=과학기술계는 ‘검정 교과서 승인 불가’라는 암초에 부딪히자 ‘구태의연한 제도가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종오 전국과학교사협회장(서울 성동기계공고 교사)은 “교육부의 현행 제도를 따른다면 의도했던 방향의 새롭고 재미있는 과학교과서가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현 회장은 “교육부가 제시하는 관련법에 따라 교육과정 개발을 공시하고 분과별 세부 과정을 결정해 교과서 승인이 이뤄지기까지 5∼8년이 걸린다”며 “현행 교과서 승인 절차로는 급변하는 첨단 과학을 교과서에 실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선진국처럼 차제에 ‘교과서 자유발행제’를 도입하자는 주장까지 일고 있다. 또 차세대 과학 교과서를 검정교과서가 아니라 부교재 등으로 활용하자는 차선책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여성부는 지난 2000년 과학교사들의 모임인 ‘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사람들(회장 임혁 서울사대부여중 교사)’과 공동으로 여학생들을 위한 과학교재를 만들어 각 지역교육청에 교육 부교재로 보급,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임혁 회장은 “교사들이 기존 교과서와 병행해 수업시간이나 특별활동시간에 이용하고 있으며 과학을 좋아하게 하는 마음가짐의 변화를 교육 중점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