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분기 일부 대만업체들의 감산 등 생산 조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LCD 재고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고, 특히 일부 업체들은 재고 처리를 위해 원가 수준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LG필립스LCD는 지난달 개최된 경영설명회에서 부품을 포함한 3분기 말 재고가 6920억원으로 전분기 4530억원에 비해 53%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의 패널 재고는 대략 4주분으로 200여만대에 이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통상 2주 정도의 재고를 적정 수준으로 보고 있다.
지난 3분기 공식적으로 감산을 해왔던 대만업체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세계 3위의 LCD 업체인 AUO의 9월 말 재고는 209억 대만달러(한화 7000억원)로 전분기에 비해 17.9% 늘어났다. 현재 남아있는 재고를 판매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나타내는 재고 소진일은 56일로 지난 2분기 말의 44일에 비해 12일 늘어났다. 통상 완제품 재고는 재고소진일에서 2주 정도를 제외하고 있어 42일치의 생산물량이 공장에 쌓여있는 셈이다. 4위 업체인 CMO의 경우에도 9월 말 재고가 148억대만달러(한화 4962억원)을 기록했으며 재고 소진일은 전분기에 비해 10일 늘어난 53일로 늘어났다.
이렇게 대부분의 업체의 재고가 늘어난 데다가 일부 LCD 업체들이 4분기에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지만 LCD 모니터 판매는 여전히 기대에 못미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예상과 달리 지난달 180∼190달러에 판매됐던 17인치 LCD패널 가격이 최근 최저 160달러에 판매되고 있으며 15인치의 경우 지난달 165달러에서 이달에는 최저 140달러 선까지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4분기에 대략 10∼15% LCD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LCD주력 제품이 10월에만 10%가 넘는 하락세를 기록한 셈이다.
우리증권 박현 애널리스트는 “재고상황이 더욱 악화돼 가격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시장 호전은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