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프가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백업시장에서 ‘가상 테이프 디스크’가 신흥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가상 테이프 디스크는 디스크 제품을 마치 테이프처럼 인식해 사용하는 것으로 디스크의 장점과 테이프의 장점을 모두 갖고 있다. 즉 디스크 장점인 고속 데이터 백업이 가능하면서도 기존 테이프 백업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쓸 수도 있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2일 스토리지 업계에 따르면 대구은행이 최근 가상 테이프 디스크를 도입한데 이어 시중 은행들이 이의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통신업체, 닷컴기업 등도 가상 테이프 디스크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의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대구은행을 비롯해 시중은행 3곳이 가상 테이프 디스크를 도입했으며 현재 H은행, W은행 등 10여곳이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K통신 등 통신업체 3∼4곳, 한빛소프트 등 닷컴기업 2∼3곳 역시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의 시장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한국EMC와 히다찌 진영은 시리얼 ATA 디스크를 내놓으며 저가 스토리지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디스크 제품을 출시로 시장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퀀텀도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가상 테이프 디스크로 백업 시스템을 구축한 사례는 최근 수주경쟁을 끝낸 대구은행이 대표적인 사례다.
백업 용도로 국내 최대 규모인 100테라바이트(TB)에 달했던 이번 프로젝트는 기존 저속 테이프 백업 시스템을 디스크 라이브러리 백업 시스템으로 교체하기 위해 추진됐다. 효성인포메이션(대표 류필구)의 가상 테이프 라이브러리 솔루션 ‘HIS 9500VTL’가 최종 낙점됐다. 이 제품은 디스크 어레이를 테이프 장치로 인식시키는 VTL 솔루션 기술을 히타치의 SATA 디스크 ‘썬더 9585V SATA’에 탑재시킨 것이다.
이에 앞서 한국EMC(대표 김경진)도 지난 5월 테이프 백업과 디스크 백업의 장점을 결합한 ‘EMC 클라릭스 디스크 라이브러리’를 출시하고 시중은행 2개 사이트(70TB 규모)를 확보했다. 이 제품 역시 ATA 디스크로 이뤄진 디스크 라이브러리를 테이프 라이브러리처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테이프 백업 프로세스를 별도로 변경할 필요없이 고속으로 데이터 백업이 가능하다.
퀀텀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말 ‘DX 30’과 ‘DX 100’ 등 가상 테이프 디스크 백업제품을 맨처음 내놓았던 퀀텀코리아는 하반기 들어 시장이 개화함에 따라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했다. ‘DX 30’과 ‘DX 100’ 역시 디스크를 네트워크상에서 테이프 라이브러리로 인식케 하는 ‘테이프 애뮬레이션’ 기술을 도입한 것이다.
퀀텀코리아 조영일 차장은 “현재 프로젝트 발주 상황을 따져보면, 내년 매출 중 40% 이상이 가상 테이프 디스크 제품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스토리지텍, ADIC 등 테이프 전문업체들은 ‘D2T(디스크 투 테이프)’ 기술을 활용한 2차 스토리지 제품으로 시장 수성에 나서고 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