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노트북 등에 사용되는 주요 전자·정보 소재 가격이 내년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돼 이들 소재를 사용하는 부품·가전 업체들의 원가 경쟁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듀폰·GE플라스틱·로디아·LG화학 등 주요 소재 업체들은 최근 유가 인상을 반영, 가전·부품·자동차용 소재로 쓰이는 엔지니어링플라스틱(EP) 등 주요 제품의 가격 인상 계획을 잇달아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사출·금형업체, 부품·모듈업체, 세트업체 등으로 연쇄적 파급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특히 휴대폰·디스플레이 등 완성품 업체들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모듈 및 부품 업체들에 납품가 인하를 강력 요구하고 있어 원자재업체와 완성품업체 사이에 낀 부품업체들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세계적인 EP공급업체인 듀폰 엔지니어링폴리머 사업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휴대폰·PC·노트북컴퓨터용 커넥터·자동차 부품 등에 쓰이는 고기능성 엔지니어링폴리머 제품 가격을 15∼20% 일괄 인상할 계획이라고 2일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 4월에도 7개 제품의 가격을 인상한 바 있으나 이번에 전 제품으로 인상폭을 확대했다. 내년부터 가격이 인상되는 품목은 자이텔 나일론 수지·민론수지(㎏당 35센트), 제나이트 액정폴리머(㎏당 40센트), 크라스틴 PBT 수지·써맥스 폴리에스터(㎏당 30센트) 등이다.
듀폰코리아 박흥식 이사는 “가격을 1년에 두번 인상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유가 인상분을 최대한 흡수하려 했으나 더는 곤란하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듀폰 외에 다른 EP업체들도 제품 가격을 이미 올렸거나 올릴 예정이어서 주요 전자·정보 소재의 가격 인상 폭 및 대상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LG화학은 두달 전 EP 가격을 올렸으며 GE플라스틱·로디아 등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할 전망이다. 업계에선 듀폰의 가격 인상 발표로 다른 업체들의 공급 단가 인상 계획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EP외에 LCD용 도광판, 투명 ABS, 자동차 부품 등에 쓰이는 PMMA 소재와 PMMA의 원료인 MMA도 유가 인상과 수급 불균형에 따라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다. PMMA의 경우 지난 9월 이후 매달 가격이 올라 현재 인상폭이 20%에 이르렀으며 내년 상반기까지 가격 상승이 이어질 전망이다. 또 투명ABS 수요 증가로 인한 휴대폰 케이스용 폴리카보네이트 가격도 크게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 같은 전자소재 가격의 인상은 원유가 상승에 따른 것으로 이들 소재를 직접 공급받는 사출·성형업체들에 1차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후 이들 업체로부터 제품을 공급받는 부품·모듈 업체를 거쳐 완성품 업체까지 영향이 오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나 원유가 오름세가 크게 꺾이지 않는 한 중간 및 완성품 업체의 가격 부담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