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소재 분야에 대한 인식 확대와 함께 화학·섬유 등 비 IT 분야를 주력으로 하던 기업들의 전자재료 사업 진출이 이어지면서 국내 전자재료 시장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춘추전국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2∼3년 사이 LG화학·제일모직·SKC 등 주요 대기업이 전자재료 사업을 본격화한 가운데 올해도 삼성정밀화학·삼양그룹 등이 잇달아 신규 진출을 선언하고 두산·한화 등의 중견 그룹도 제품군 확대 및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어 전자재료 분야에서 국내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특히 이들 기업은 첨단 디스플레이 소재, 연성동박적층필름(FCCL), MLCC 기초 소재 등 그동안 국내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던 분야를 집중 공략할 계획이라 국내 재료소재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저변 확대에 기여할 전망이다.
◇더 늦을 수 없다=대기업들의 전자재료 사업 진출이 이어지는 것은 국내 휴대폰·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성장으로 기존 화학·화섬 분야에 비해 고속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 전자재료 사업의 대외 의존이 계속되면 완제품 위주의 국내 산업 경쟁력에도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한몫했다. 또 이미 상당수 업체가 시장에 뛰어든 상황에서 시장 진출을 더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속 성장하는 전자재료 사업에 참여, 기존 사업 분야와의 시너지를 통해 정체된 성장성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직 체계 구축=대기업들의 전자재료 시장 진출로 장기간의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는 소재 분야에서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그룹 계열사의 경우, 관련 기업과 밀접한 협력 속에 소재를 개발·판매할 수 있어 비교적 쉽게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그룹의 경우 전자재료위원회를 운영, 관련사와의 업무를 조정하고 있다.
반면 비슷비슷한 제품에 대기업들이 너나 없이 참여,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수요 업체와의 밀접한 협력이 요구되는 사업 특성상 다수의 전자재료 업체가 공존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또 계열사 간의 수직 체계 구축으로 시장을 좁히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누가 뛰어드나=삼성정밀화학은 MLCC용 유전체 원료와 반도체 현상액 등을 월드베스트 상품으로 육성하고 디스플레이용 소재 분야에 신규 진출할 계획이다. 삼양그룹도 최근 창업 80주년을 맞아 디스플레이용 필름과 의약 등을 신성장사업으로 선정했다. 제일모직은 미국 듀폰과 합작으로 FCCL 전문 업체 SD플렉스를 설립했으며, 두산전자BG·한화종합화학도 FCCL 및 디스플레이 소재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전자소재 업체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