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연구소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기업 중 절반은 지난 1년간 타 기업 또는 대학, 출연연구소 등과의 연구개발 협력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가 전형적인 R&D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탈피하고 산업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협력을 보다 활성화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된다.
3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회장 허영섭)에 따르면 550개 국내 주요 대기업, 중소기업, 벤처 부설 기업연구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 산학연 협력 실태 조사’ 결과 지난 2003년 10월부터 2004년 9월까지 최근 1년간 산학연 협력을 수행했거나 진행 중인 기업은 290개사로 52.7%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협력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의 과반수(53.4%)는 대학과 산학협력을 한 반면 출연연구소와의 산연협력(26.3%)이나 기업 간 협력(20.3%)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을 차지했다.
기업들은 산학연 협력 시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적절한 협력아이템 발굴 및 선정이 어렵다(27.4%)’는 점을 들었으며 ‘협력대상기관에 대한 정보부족’(13%)이 그 뒤를 이었다. ‘협력에 따른 기술 및 노하우 유출위험’(12.3%) 때문이라는 응답은 3위를 차지해 ‘협력연계기관의 기능부족’(11.1%), ‘협력기관의 자금분담능력 부족’(10.9%), ‘협력기관의 복잡한 내부행정절차’(9.6%), ‘기타’(15.7%) 이유보다 앞섰다. 현행 산학연 협력 지원체계에 대해 정부나 지원기관의 실질적인 지원이나 사업 참여 기회, 협력성과 등 항목별로 조사한 5점 척도 결과 평균 수준인 3점 대에 머물러 향후 지원체계가 더 보완돼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들이 산학연 협력을 추진하는 이유로는 ‘외부 우수인력 활용을 통한 기술부족 해결’이 34.6%로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으로는 ‘연구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18.8%), ‘외부 연구시설 및 기자재 활용’(17.8%), ‘부족한 연구비의 외부조달’(11.4%), ‘연구개발기간 단축’(11.3%) 순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의 협력유형은 ‘공동연구’가 41.7%로 가장 많았고 ‘위탁연구’(33.4%), ‘기술지도 및 자문’(11.2%) 등 직접적인 연구개발활동과 관련된 협력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교육훈련(10.1%)이나 기술이전(3.4%), 창업지원(0.2%) 등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해혁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조사연구팀장은 “기업연구소가 1만 개를 넘어서고 기업이 국가연구개발투자의 75%와 연구인력의 63%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대학이나 출연연구소 주도의 협력체제에서 벗어나 기업이 중심이 되고 공공 연구조직이 이를 지원하는 수요지향적 산학연 협력체제가 구축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