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열전]웹젠

10년전 한 프로그래머가 한달쯤 뚝딱거려 만든 ‘이즈미르’라는 게임 같지도 않은 프로그램을 갖고 미리내소프트(현 미리내엔터테인먼트)를 찾았다. 그 프로그래머는 미리내가 당시로선 거금인 월 900만원을 주겠다는 소리에 “아, 게임이란 이런 것이구나”란걸 배웠다.

 이것이 오는 19일이면 상용화 3년을 맞는 국내 대표적 온라인 롤플레잉게임(MMORPG) ‘뮤’ 서비스회사인 웹젠(대표 김남주 http://www.webzen.co.kr)의 출발이었다.

 웹젠은 이후 ‘뮤’라는 정통 3D 온라인게임 단일 품목으로만 코스닥과 나스닥을 동시 관통하는 대성공을 이뤘다. 김남주 사장과 몇몇 개발자가 ‘의기투합’해 만든 회사가 글로벌 게임기업이라는 간판을 당당히 내건 것이다. 웹젠은 주력상품 ‘뮤’를 앞세워 중국·대만·일본·태국·필리핀 등 아시아 전역에서 ‘뮤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기존에 볼 수 없던 화려한 그래픽으로 호평을 받으며 안착에 성공했다.

 또 대만에 100% 지분을 가진 현지법인 웹젠타이완을 설립, 중화권 점령을 위한 도전을 과감히 추진하고 있다. 또 연내에 필리핀에서 유료화를 진행하고, 유럽 및 북미 등 다른 지역 수출까지 준비중이어서 올해말을 기점으로 로열티 수입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미 구축된 해외 지사 및 서비스파트너들은 ‘썬(SUN)’ 등 전략적 차기작들의 안정적인 해외진출을 위한 전진기지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게임개발자로서 출발해 지금도 개발에만 목을 매는 외길을 걷고 있다. 그래서 그는 소위 말하는 ‘게임판’에 적이 많다. 욕심 나는 개발자를 많이 불러모은 데 따른 것이다.

 출발은 달라도 김 사장과 함께 개발 작업을 진행중인 개발자들은 하나같이 “개발자에겐 더 없이 일하기 좋은 회사”라고 평한다. 그만큼 웹젠이 게임 개발에 있어서 만큼은 ‘최고의 무대’가 돼주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한 것이다.

 이런 웹젠이 올 연말 또 한차례 도약을 준비중이다. ‘뮤’가 이후 지금까지 아껴왔던 공성전이 내달 25일을 전후해 도입되는 것이다. 웹젠은 이 공성전 구현에 새로운 게임 하나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공을 들이고 있다.

 개발에 있어서 만큼은 완벽주의자인 김 사장이 공성전에 기울이는 노력은 가히 산고를 방불케한다. 공성과 수성 사이의 전략과 커뮤니티, 갖가지 대체 경험 등이 ‘뮤’를 완전히 새로운 게임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에 바탕한 것이다.

 웹젠은 차기작 ‘썬’의 클로즈베타 또는 오픈베타 버전을 내년 5월 미국 E3전시회에서 대대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김남주 사장은 “열정을 갖고 만든 게임인 만큼, 전세계가 놀라고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웹젠은 이와 함께 올초 자산인수를 통해 흡수한 델피아이의 개발력을 총동원해 1인칭 슈팅게임(FPS) 프로젝트도 추진중이다. 이 역시 내년 E3 공개를 목표로 개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김 사장은 “기획단계에서부터 해외를 겨냥해 만들어진 이번 FPS가 북미 등 해외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최근 사내 품평에서도 150여명의 개발진 대부분이 ‘빅히트’를 장담하는 성황을 이뤘다”고 말했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etnews.co.kr

*이끄는 사람들

웹젠은 ‘개발 공화국’이다. 그만큼 게임 개발자들이 중심인 회사란 뜻이다.

 김남주 사장을 정점으로 개발자들의 중심에 송길섭 이사(CTO)가 서 있다. 기술이사라는 직책도 직책이지만 그는 김 사장과 함께 게임개발 1세대를 이끌어온 인물이다.

 10년전 미리내소프트에서 온라인게임 ‘마제스티’와 ‘파티마의 문양’ 등의 개발을 시작으로 게임판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후 PC패키지 게임 개발 등을 두루 거치며 역량을 키웠고, 2000년 4월 웹젠에 입사하면서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결국 지금 웹젠의 대표 상품이 된 ‘뮤’의 서버프로그램을 총괄 개발, 온라인게임 종주국의 신기원을 열었다. 송 이사는 지금도 개발자들 옆에 붙어 ‘썬’ 등 차기작 개발작업을 독려하고 있다.

 송길섭 이사와 함께 웹젠 개발력의 상대축에 조기용 상무(CTO)가 자리하고 있다. 조 상무 역시 게임개발 10년 이력의 베테랑이다.

 지난 95년 3D게임 ‘아마게돈’ 개발을 시작으로 전략시뮬레이션 ‘배틀기어’ ‘드래곤투카 3D’ ‘카페나인’ ‘스타커맨더’ 등 숱한 화제작들을 만들어냈다. 지난 2000년 4월 웹젠에 합류하면서 개발 이력의 2장을 시작했다.

 개발과 다른 측면에서 회사 재정관리 및 진로를 개척하는 역할은 김원선 상무(CFO)가 맡고 있다. 김 상무는 삼성에서 글로벌 경영 노하우와 회사관리 등에 대한 종합적인 경력을 쌓았다. 삼성물산 모스크바, 시드니 지점의 CFO를 역임하면서 재무통으로서 자리매김했다. 웹젠 합류 이전에 애니메이션업체인 나이트스톰미디어에서 콘텐츠 사업을 잠시 경험했다.

 총 7팀까지 운영되고 있는 개발팀에도 쟁쟁한 인력들이 즐비하다. 그중 개발3팀을 이끌고 있는 이성택 팀장은 이소프넷이 게임업계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기반이 됐던 ‘묵향’과 ‘코룸’을 기획했다. 이후 게임기획과 관련된 툴을 자체 개발하는 등 기획통으로 명성이 높다.

 웹젠의 야심찬 FPS 프로젝트는 강기종 개발4팀장이 주도하고 있다. 웹젠이 자산을 인수한 델피아이의 핵심 개발자이기도 하다.

*차기 프로젝트

웹젠이 내년까지 선보일 게임은 7개 정도다.

 ‘뮤’의 대를 이을 ‘썬(SUN)’은 콘솔게임의 장점을 부각시킨 화려한 그래픽과 박진감 넘치는 액션으로 웹젠을 대표하는 간판작이 될 전망이다. 특히 반지의 제왕으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하워드 쇼어가 음악감독으로 참여, 화제를 모으고 있다.

 델피아이 개발인력이 만들고 있는 온라인 1인칭 슈팅게임(MMOFPS)도 언리얼엔진3를 도입, 유저들의 기대를 한몸에 사고 있다. 최근 인수한 엘케이쎄븐(LK7)의 인력들이 개발중인 온라인게임 ‘일기당천(가칭)’도 화려한 물량 액션으로 액션게임의 새지평을 열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ROG개발팀이 추진중인 프로젝트C와 델피아이 출신들이 만드는 ‘파르페통신’, 기존 웹젠 개발팀이 진행중인 프로젝트W와 또 다른 개발작 하나가 ‘생산라인’에 올라 있다. ‘포스트 뮤’에 대한 웹젠의 도전은 이미 궤도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