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이론과 실제/한국기술거래소 편. 사회평론 펴냄.
얼마 전 모나코에 기반을 둔 투자회사인 소버린이 재계 서열 3위인 SK의 지분을 단기간에 대량 매집, 1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관심을 끌었다. 이를 놓고 그린메일을 통해 단기적으로 투자가치의 극대화를 노린 것인지 아니면 궁극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기 위한 것인지 말이 많았다. 이를 계기로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한 사회적 논쟁도 격렬하게 일었다.
이번 사례는 시가 총액에서 외국인 보유비중이 40%를 넘고 있는 국내 증시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인한 경영권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한 기업들에게는 심각하게 고민해볼만한 사항이다.
한국기술거래소가 사회평론과 함께 내놓은 ‘M&A 이론과 실제’는 자본이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글로벌경제 시대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기업간 인수·합병을 이론과 사례 중심으로 집대성한 실무 지침서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기업구조조정, 경영합리화, 벤처기업의 투자자본 회수 수단으로 M&A가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M&A를 단순히 머니게임으로 보는 부정적인 관점을 꼬집고 있다.
즉 기업의 인수합병은 경영권 분쟁이나 머니 게임 등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란 지적이다. 오늘날과 같은 무한경쟁시대에서 M&A는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경쟁력을 향상시키는데 필수적인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대기업은 기술 벤처 인수를 통해 미래의 핵심역량을 확보하고, 벤처기업은 유동성과 판로확보를 위해 ‘외부 역량의 내부화’를 꾀할수 있다는 것.
M&A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103쪽, 적대적 M&A의 순기능)은 무엇일까. 이 책은 진정한 경영권 방어는 주주중시 경영과 기업가치 극대화에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단기 투기성 자본이든 우호적 세력이든 자본시장하에서 주가가 낮은 기업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는 당연한 것이고 경영개선과 주가상승을 통한 수익창출 기회가 있는 곳에는 사냥꾼이 나타난다는 냉험한 현실을 상기시키고 있다.
M&A 목표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선 경영의 투명성 확보와 주주중심의 경영이 정도라는 설명이다. 인수합병 과정을 소개한 부분도 읽을 만하다(321쪽, 인수합병 과정에서의 협상방법).
거래 상대방에 대한 자료의 양은 협상에서 곧바로 우월적인 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과 제안내용에 대한 수용은 상당히 주의해야 하며 일단 받아들인 내용에 대해서는 가능한 수정을 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 논리를 갖춘 강경한 협상태도는 비논리적인 우호적 협상태도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사실도 되새겨 볼만하다.
이 책은 M&A의 기본 이론에서 전략수립과 기업가치 평가, 협상, 자금조달, 계약, 회계 등의 실무 이론에 이르기까지 M&A 모든 과정을 망라하고 있다. 각 단계별로 저자들의 현장 경험을 최대한 반영, 최근 국내 사례들을 풍부하게 소개하고 있다.
올 초부터 M&A전문 교육과정을 개설해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해오고 있는 한국기술거래소와 국내 M&A 전문가 14명이 이론적 기초와 사례를 알기 쉽기 설명했기 때문에 M&A에 관련 있는 기업은 물론, 일반인들도 참조할 만하다.
또 계량적으로 산출하기 힘든 신생 벤처기업들의 기업가치를 계량적으로 측정하는 방법 등 실무에서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이론과 기초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현재 국내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벤처기업 중심의 M&A에 대해서도 다양한 정보를 주고 있다.
이규태기자@전자신문, ktlee@